'100조 부자감세' 12%만 줄여도 모든 학생 무상급식 가능

경기도 문제 넘어 학교급식법 개정에 관심 가져야

등록 2009.07.18 16:36수정 2009.07.1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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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2006-2008년 학교급식비 미납 학생 현황 ⓒ 최광은


위의 표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학생건강안전과가 2008년 5월에 작성한 표를 기초로 초중고 학생들 가운데 학교 급식비를 미납한 학생들의 지역별 현황 전체를 합한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단번에 드러나지만, 학교급식비 미납 학생이 2006년 1만7351명에서 2008년에는 무려 17만2011명으로 매우 급격하게 증가했다. 2년 만에 약 10배로 증가한 것이다.

이번에 무상급식 예산이 싹둑 잘려 주목을 받았던 경기도의 경우 2009년 현재 급식비 지원을 신청한 학생은 19만4748명인데, 15만9719명만 이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탈락한 학생들은 무려 3만5029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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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2006-2008년 저소득층 자녀 급식비 지원 현황 ⓒ 최광은


위의 표 역시 지역별 현황 전체를 합한 결과만을 나타낸 것이다. 표를 보면, 지원학생수와 지원예산이 조금씩 늘기는 했지만, 위에서 보았듯이 미납 학생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2008년도 연간 급식 경비 예산은 모두 4조3751억 원이었는데, 이 중 보호자 부담금이 2조9312억 원(67%)이고, 교육비특별회계가 1조2385억 원(28.3%), 자치단체지원금이 1703억 원(3.9%)이었다. 즉, 3조 원만 더 있으면 초중고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3조 원만 있으면 초중고 모든 학생에게 무상급식 가능

이쯤에서 향후 4년간 이루어진다는 부자감세 규모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약 100조 원라고 한다. 3조원씩 4년이면 12조원이다. 부자들이 앞으로 4년 동안 이전보다 88조원을 더 가져가고 12조원만 아이들 무상급식을 위해 남겨두더라도 우리 아이들 모두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자랄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등에서는 학교급식법 개정운동을 비롯해 학교급식의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월에 국회에서 발의된 이 개정안에도 '무상급식 지원 확대'를 위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 개정안은 우선 저소득층에 대한 급식 경비 지원을 종래의 '우선 지원'에서 '전부 지원'으로 강화하고, 8조 5항을 다음과 같이 신설하자고 제안한다.

"학교의 설립·경영자는 제3항에도 불구하고 교육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따른 의무교육을 받는 자에 대하여는 학교급식을 위한 식품비를 받을 수 없다. 다만, 의무교육을 받는 자에 대한 무상급식은 국가의 재정여건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순차적으로 실시한다."

물론 재정여건 고려나 순차적 실시 등의 제한적인 규정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무상급식의 필요성을 개정안에 반영했다는 것 자체는 나름대로 큰 진전이다. 여기서 교육기본법에 따른 '의무교육을 받는 자'는 현재 초등학생과 중학생인데, 고등학교가 앞으로 의무교육이 된다면 고등학생도 무상급식 대상에 포함될 것이다.

경기도 문제를 넘어 학교급식법 개정에 관심 가져야

궁극적으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지만, 지자체별로 조례 제정이나 개정 등을 통해 저소득층에 대한 무료급식 지원이 아닌 보편적인 무상급식을 확대하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지금도 지자체 관련 기관의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반대로 도 교육위원회와 도의회가 무상급식 실시에 적극적인 경남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남도교육청은 내년에 1708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도내 초등학생과 중학생 38만 명에게 100% 무상급식을 실시할 계획인데, 도 교육위원회와 도의회는 교육청이 제시한 예산안을 한 푼도 깎지 않았다.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현재 의무교육으로 되어 있고,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3항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무상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논란이 될 수 있다. 대략 세 가지 설이 다투고 있는데, 다수설은 '취학필수비무상설'이다.

"무상의 범위에 관해서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무상범위법정설, 수업료만이 면제된다는 수업료무상설, 그 외에 교재.학용품 지급과 급식의 무상까지 포함된다는 취학필수비무상설 등이 있다. 취학필수비무상설이 다수설이고 또 타당하다." (권영성, <헌법학원론>, 2002, 616쪽)

고시용 기본서로도 널리 알려진 권영성의 책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헌법학 책들 또한 '취학필수비무상설'이 다수의 지지를 받으며 이론상으로도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헌법도 무상급식의 손을 들어준다

그런데 초중등교육법 12조 4항에는 "국·공립학교의 설립·경영자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의무교육대상자를 위탁받은 사립학교의 설립·경영자는 의무교육을 받는 자에 대하여 수업료를 받을 수 없다"고만 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교육 당국은 물론 상당수 사람들이 무상의무교육은 수업료만 면제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수업료를 받을 수 없다'와 '수업료만 받을 수 없다'는 분명히 다르다.

또한 학교급식법 8조 3항은 "학교급식을 위한 식품비는 보호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이 법 9조 1항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제8조의 규정에 따라 보호자가 부담할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급식비의 경우 지원해줘도 그만 안 해줘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따라서 무상의무교육에 관한 헌법 정신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초중등교육법과 학교급식법이 무상급식 또한 원칙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명료하게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매일 먹어야 할 밥이 해당 시도의 교육청, 교육위원회, 의회를 누가 장악하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되어서는 안 되는 일 아닌가.

한편, 무료급식 지원과 보편적 무상급식 사이에는 큰 강이 흐른다는 점을 분명히 하자. 양자 사이에는 예산 크기의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자는 시혜적, 선별적 복지 패러다임을, 후자는 보편적 복지 패러다임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최광은 기자는 사회당 대표입니다.


덧붙이는 글 최광은 기자는 사회당 대표입니다.
#무상급식 #학교급식 #학교급식법 #초중등교육법 #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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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식스 대학(University of Essex) 정치학 박사. <모두에게 기본소득을>(박종철출판사, 2011) 저자.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 평생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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