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친구들아, 통일 되는 날까지 아프지 마라

JTS, 북한에 의약품 보내던 날... "정치상황 떠나 인도적 지원을"

등록 2009.08.24 10:15수정 2009.08.2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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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우리곁을 떠나셨습니다. 마지막까지 그 분이 남기신 남북상생의 길을 생각하면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북한에서 온 조문단과 이명박 대통령과 만남이 고인이 원하신 남북화해의 길로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지난 금요일(8월 21일), 딸과 함께 인천항에 다녀왔습니다. 우리 가족이 후원하고 있는 JTS(Join Together Society 국제기아ㆍ질병ㆍ문맹퇴치기구)에서 북한 어린이들에게 의약품을 보내는 날이었습니다.

8월 14일에 의류 1만3000여 점, 신발 1만 켤레, 양말 2만 켤레, 이불 240채, 가방 4500개, 아토피크림 5600개를 올해 들어 처음으로 북한에 보낸데 이어 두 번째 선적식이었습니다. 이날 북한으로 보낸 물품은 구급함 1만 세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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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어린이에게 전달될 구급함 1만세트는 평안남도 강원도(북한)의 고아원, 양로원, 유치원, 탁아소, 소학교어린이들과 자강도에서 노동하는 취약계층 청소년과 노동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 권영숙


우리가 후원한 돈이 진짜 북한 아이들에게 가?

매달 자기 용돈을 쪼개 북한 어린이를 돕는 딸들이 "엄마, 우리가 후원한 돈이 진짜 북한 아이들에게 가?"라고 묻는데 "당근 가겠지"라는 다소 애매한 말을 했던 저였기에 북한으로 생필품과 의약품을 전달하는 이번 선적식이 매우 의미 있었습니다.  

비릿한 바다내음이 풍기는 인천항 제 1부두에는 생각보다 많은 JTS후원자 분들이 오셨습니다. 특히 방학 때라 저처럼 아이를 데려온 부모도 많고, JTS를 후원하고 있는 노희경 작가, 배우 배종옥, 김여진씨가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작년 북한주민의 대량 아사 소식을 들으면서 부터였습니다. 10년 전인 1997년, 북한의 아사 소식을 전 믿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믿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외면한 그때 북한 주민의 300만 명의 소리없는 죽음은 제게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도 1998년의 대량아사와 비슷한 식량난이 북한에 찾아왔습니다. 풀죽조차도 배불리 먹을 수 없고, 먹을 것을 구하러 아이들이 꽃제비가 되어 떠도는 상황을 들으면서 자식 가진 부모 심정의 절망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사회가 말하는 정치, 이념, 사상이 도대체 무언가. 그것이 무엇이길래 '생명'보다 우선할 수 있는가, 되묻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아이들과 함께 매달 돈을 모아 북한어린이 돕기로 보냅니다. 

JTS 후원을 하고 있는 배종옥씨는 후원자들에게 한 인사말을 통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이 계속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망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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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화해하고 북한에 인도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들어갔으면 한다는 JTS 후원인 배종옥. ⓒ 권영숙


정치 상황을 떠나 북한에 인도적인 지원을 하자

지난 시간 남북간에 정치관계가  악화되면서 저희가 가장 가슴아팠던 건 굶주린 아이들과 노약자들이었습니다. 이제 요 며칠간 남북간의 관계가 많이 화해로 들어서면서 오늘 물품을 전달하는 뜻깊은 시간이 마련된 데 감격스럽습니다. 이 행사를 시작으로 정치 상황을 벗어나서 북한에 인도적인 차원의 지원이 자유롭고 평화롭게  지속적으로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배종옥)

저는 북한에 의약품과, 생필품 보내기를 주관한 JTS 이사장으로 계시는 법륜 스님께 몇 가지 궁금한 것을 여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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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S 법륜스님 ⓒ 권영숙


- 작년 JTS에서 북한동포에게 인도적 지원을 하자는 100만 인 서명운동과 모금운동을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다소 조용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이 북한 식량사정이 좋아져서인지, 아니면 아무리 말해도 현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그런지 궁금합니다.   
"첫째는 작년에는 날씨가 좋아서 농사가 좀 됐어요. 그래서 작년에는 많이 굶어죽었는데 올해는 작년같이 대량으로 아사하는 사태는 아직 안 일어났어요. 두 번째는 아무리 좋은 일도 매년 이렇게 하면 지치잖아요. 올해는 어렵긴 어렵지만 작년처럼 대량아사 하는 긴급사태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덜하게 된 거죠."

- 북한의 핵실험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북한 돕기에 부정적입니다. 인민들이 굶어죽어도 핵실험 하는 북한을 왜 도와야 하느냐라고 물을 때 참 난감합니다.   
"핵실험 하는 것은 북한 지배층이 하는 것이고, 굶어죽는 것은 북한 주민들이니까요. 북한 주민이 핵실험하는 당사자는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는 북한 주민을 보고 돕는 거지, 핵실험하는 사람을 보고 돕는 건 아니거든요. 그리고 우리가 안 도와도 핵실험하는 지배계층은 굶어죽거나 하는 건 아니에요."

-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도 서거하셨습니다. 두 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가 많이 엇갈립니다. 한쪽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냉랭한 대북관계를 평화적으로 바꾸는 역할을 했다 하고, 다른 한쪽은 일방적으로 퍼주기만 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합니다. 스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남북간이 그동안 분단되고 전쟁까지 치르고, 오랫동안 적대관계에 있었잖아요. 적대관계에 있는 사람이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와 협력을 하는 것은 종교적으로나 인류양심적으로 봤을 때 그것은 하나의 지향해 가야할 길이죠. 또 어느 나라, 어떤 사람에 관계없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저는 인도적 지원을 가지고 '퍼주기'라고 하는데 원래 퍼주는 게 인도적 지원이에요. 그러나 제가 생각할 때는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는 것을 면할 만큼 충분히 퍼주지 못했다고 봐요. 그래서 비판을 한다면 오히려 충분히 퍼줘서 북한을 굶주림으로부터 완전히 해방 시켜줘야 하는데 오히려 너무 소극적이지 않았냐 하는 측면에서 아쉽죠. 또 남북간의 화해가 2천만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목적으로 했느냐, 아니면 정부와 정부 사이의 협력에 초점이 있었느냐를 놓고 보면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부와 정부간의 협력에 비중을 좀 더 두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을 이명박 정부가 개선을 했었으면 좋았죠. 지난 정부가 정부와 정부가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을 계승하면서 아직 충분히 혜택받지 못한 (북한)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으로 수정하고 보완을 했으면 좋았지 않나 생각해요. 그러나 오히려 그동안 남북 정부간에 열어놓은 화해와 협력마저도 중단시키므로 해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마저도 중단됐고, 어느 곳에도 아무런 혜택이 안 돌아 가고 있죠. 아니 안 돌아 간 정도가 아니고 주민들이 작년 같은 경우는 굶어죽는 비극으로 방치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 스님께서는 우리의 시대적 과제가 바로 '통일'이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통일을 원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떤 관점에서 통일을 바라보고 준비하면 좋을까요?
"지금까지 우리의 통일운동은 분단의 청산, 과거사 청산의 문제였어요. 그러나 젊은 사람들이 볼 때  통일은 과거사의 청산을 넘어서서 우리 민족의 비전을 만드는 일이죠. 대륙으로 진출이라던지, 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를 높인다던지, 또 하나의 국가나 민족이 더 큰 도약, 성장을 하려면 영토나 인구나 규모 면에서 사이즈가 좀 더 커야 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통일은 우리 미래의 희망이고 비전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에요. 

젊은 사람들은 그런 걸 잘 모르니까 그럴 수가 있죠(통일을 원하지 않을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성세대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수준에서 통일문제가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젊은 층이 볼 때는 자기들은 과거를 경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식상해 있죠. 그러니까 미래 희망을 만드는 문제로 제기된다면 젊은 층도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갖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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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S후원인 - 의약품은 사랑입니다. ⓒ 권영숙


8월 14일에 보낸 생필품과 8월 21일에 보낸 구급함 일만 세트, 20피트 컨테이너 5대 분량은 평안남도 강원도(북한)의 고아원, 양로원, 유치원, 탁아소, 소학교 어린이들에게 지원됩니다. 그리고 자강도에서 노동하는 취약계층 청소년과 노동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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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숙


북녘 친구들아 통일되는 그날까지 아프지 마라

북한으로 갈 배에 실리는 의약품을 보면서 딸은 계속 손을 흔듭니다. 하루라도 빨리 저 생필품이, 의약품이, 북한 어린이들에게 전달돼서 북녘 친구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답니다.

딸의 소박한 소원을 들으며 이런 작은 나눔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교회안에만, 부처님의 자비가 절안에만 있지 않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그 사랑과 자비를 교회와 절안에만 가두고 삽니다. 우리가 그 위대한 사랑과 자비를 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는 실천으로 가져온다면 그것이 내 삶을 변화시키는 혁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저들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평화통일을 준비한 50년' 이었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 작은 나눔의 시작으로부터.

이번 북한 어린이에게 보낸 생필품과 의약품 지원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루워져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http://www.jts.or.kr/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JTS #김대중대통령 #법륜스님 #배종옥 #북한동포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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