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리틀 이건희' 이부진, 삼성후계구도 변하나

[전망] 에버랜드 경영 공식 참여... 3세경영 사업 분할 시작되나

등록 2009.09.16 12:14수정 2009.09.1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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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전 삼성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경영전략담당 전무. ⓒ 삼성 에버랜드


"BJ(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를 지칭하는 말)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본인도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지난 4월께 삼성그룹의 한 고위인사와 나눈 이야기다. 그는 또 "A(이건희 전 회장을 일컫는 말)에 대한 대법원 판결 등이 마무리되면, 아마 BJ도 에버랜드 사업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당시 호텔신라가 에버랜드의 식음료 사업부문에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이부진 전무가 에버랜드 경영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따랐다. 물론 삼성쪽에선 "이 전무의 (에버랜드) 경영참여는 결정된 바 없으며,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부인해 왔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는 15일 이 전무를 경영전략담당 전무로 영입하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호텔신라 전무도 함께 맡으면서, 에버랜드 경영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이 전무가 지난 2001년부터 호텔신라에서 익힌 첨단 서비스 분야의 전문성과 경영 노하우를 토대로 해서 에버랜드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틀 이건희' 이부진의 부상, 올초부터 에버랜드 경영 전반 직접 챙겨

왜 에버랜드였을까. 삼성에버랜드는 매출 규모로만 따지면 1조7902억원(2008년 기준). 삼성그룹 다른 계열사와 비교하면 중소기업 정도에 불과할 정도다. 하지만 좀 더 내용을 들여다보면, 에버랜드는 200조원에 달하는 그룹 전체의 지배권이 달린 회사다.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이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카드를 거쳐 다시 에버랜드로 돌아오는 지분구조를 갖추고 있다. 실질적인 삼성의 지주회사인 셈이다. 에버랜드의 최대 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로, 25.1%를 가지고 있다. 이부진 전무와 동생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가 각각 8.37%를 갖고 있다.

이처럼 에버랜드가 그룹 내에서 가지는 특수한 위치 때문에 이 전무의 에버랜드 경영 진출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 주변에선 이부진 전무를 두고 '리틀 이건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를 경험해 본 임원들은 대개 "아버지인 이 회장의 추진력과 함께 카리스마가 있다"는 것이다.

이 전무는 작년말부터 사석에서 호텔신라 이외 부문에서 경영의 폭을 넓히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며, 올해초 그룹 인사 이후부터 에버랜드 경영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호텔신라의 경영전략실 담당 임원이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긴 이후, 에버랜드 임원들의 대거 물갈이가 진행됐다. 이 전무는 이후 호텔신라 이외에도 용인 에버랜드 등으로 출근하면서 각종 사업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한 고위인사는 "이 전무가 나름대로 호텔신라의 경영 성과 등을 바탕으로, 좀 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싶은 의사를 보였다고 들었다"면서 "올해 전무로 승진하면서, 이 전무가 에버랜드 식음료 사업쪽을 들여다봐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가(家), 이재용-이부진-이서현 3세들의 사업분할 신호탄?

이건희 전 삼성회장의 둘째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 ⓒ 제일모직

어쨌든 이부진 전무의 에버랜드 경영 전면 참여로, 삼성의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아직까진 이 전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그룹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대세가 크게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그룹 편법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법적 공방도 마무리되면서, '이재용의 삼성'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부진의 전면적인 부상으로, 재계 한쪽에선 삼성의 후계구도나 재산분할 등과 관련해 어떤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재용-이부진-이서현으로 이어지는 삼성 3세 경영이 그룹의 사업분할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재계에선 이재용 전무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주력 계열사를 맡고, 이부진 전무는 호텔신라를 비롯해 삼성물산과 에버랜드의 레저와 서비스 사업 분야를 맡는다는 것이다. 이부진 전무는 또 지난 2007년엔 삼성석유화학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둘째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의 경우는 제일모직과 제일기획 등 패션 관련 사업을 안게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2005년에 상무로 승진한 이 상무는 현재 제일모직 패션부문 기획담당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미래사업 발굴과 브랜드 중장기 전략 기획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3세들의 사업분할 가능성에 대해 삼성쪽은 "시기상조", "단지 떠도는 이야기나 그림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이건희 전 회장이 여전히 건재하고, 전반적인 대외 경영여건상 당장 3세들에 대한 사업분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부진의 부상'이 삼성 후계구도에 변화를 줄 것인지, 아니면 삼성가(家) 3세들의 본격적인 재산분할로 이어질 것인지 당장 속단하기엔 빠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를 앞당긴 것만은 분명하다.
#이건희 #이부진 #이재용 #이서현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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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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