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일을 하면서 살까?

[서평] 일의 기쁨과 슬픔

등록 2009.10.04 15:42수정 2009.10.0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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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렝 드 보통, 필자는 이 작가를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다. 작가와의 만남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설렘도 갖고 있었다. 책 표지에 적힌 "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 무엇이 일을 이토록 즐겁게 혹은 즐겁지 않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은, 작가가 책을 통해 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욱 명확하게 해준다.

 

선배 한 명이 이 책을 추천했다. 제목을 듣자마자 단번에 읽어보자고 생각했다. 아직은 대학생이라 일다운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사회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얼마나 팍팍한 곳인가를 절감한 이후부터 '일'이라는 것에 대해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고, 또한 곧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게 될 필자를 위해서도 읽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는 10곳의 '일터'를 여행하면서 관찰하고 기록한 것들을 그만의 사유로 그만의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화물선, 물류, 비스킷 공장, 직업 상담, 로켓 과학, 그림, 송전 공학, 회계, 창업, 항공 산업. 이렇게 10개의 직업군을 돌아다니면서 매우 섬세하고 또 치밀하게 관찰한 것들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대부분이 필자 혹은 많은 수의 사람들이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들에 대해서다.

 

화물선에서 화물을 내리고 싣는 사람들을 보면서, 혹은 멀리서 선착장으로 들어오는 배를 보면서 그 화물을 실어 올렸을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 화물선과 항구 설비를 했을 사람들에게 주목하는 것. 우리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물품들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으며 어떻게 내가 구입할 수 있게 되었는지에 대한 물음.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음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 등등.

 

책에서 말하고 있는 모든 과학적 기술의 진보가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수월하게 만들어 준 것은 맞다. 그러나 필자는, 인공위성 발사의 위대함이나 과학 기술의 진보 등에 대한 내용은 배제하고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에 집중한다.

 

필자는 물건 하나도 사람 하나도 다시 보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생활의 달인'이 있다. 오리털 옷을 만드는 공장에서의 작업 중에서도 '오리 털 속의 이물질을 손으로 골라내는 작업'만 하는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에 단 3명이 있다는데, 일일이 눈으로 보고 핀셋으로 그 얇고 가벼운 오리털 속의 이물질들을 쏙쏙 골라낸다. 그것도 하루 종일.

 

"일이 의미 있게 느껴지는 것은 언제일까? 우리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의 기쁨을 자아내거나 고통을 줄여줄 때가 아닐까? 우리는 스스로 이기적으로 타고났다고 생각하도록 종종 배워왔지만, 일에서 의미를 찾는 방향으로 행동하려는 갈망은 지위나 돈에 대한 욕심만큼이나 완강하게 우리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중략)… 그러나 의미 있는 일이라는 개념을 너무 좁혀서, 의사나 콜카타의 수녀나 과거의 거장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추앙받지 않으면서도 다수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돈, 명예만큼이나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그 '의미 있음'이라는 것은 또 어떤 것일까? 필자가 오리 털 속의 이물질을 손으로 골라내는 작업만 하루 종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힘들고 지겹고 괴로울 것 같은데,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도 굉장히 강했다. (물론 '촬영'이라는 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그 오리털로 만든 옷을 입을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그 사람들이 좋은 품질의 옷을 입을 것을 생각하면서 눈도 허리도 아프지만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다.

 

필자는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하는 연대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활동하는 대학생정치단체인 대학생사람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약 2년여간 지역에서 또 전국에서 많은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일의 '의미 있음'이 객관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의미 있는 존재가 되려면 보수를 받는 일자리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가정"에 대해서는 일부분 인정하지만, 그 '의미 있음'은 그 일을 하는 주체의 판단이다. 알렝 드 보통이 본 10곳의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과장하고자 하는 충동은 지적인 오류이기는커녕 사실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생명력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건강이 좋으면 우리는 모든 나라의 모든 인간 경험과 동일시를 하고 머나먼 땅에서 벌어진 살인에 한숨을 쉬고, 우리 자신의 수명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은 경제적 성장과 기술적 진보를 바란다. 우리가 악당 세포 몇 개만 거치면 바로 종말에 이르는 존재임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보다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보면 더 좋을, 더욱 공감할 책일 것 같다. 책의 말미에는 '죽음'이라는 인간의 궁극적인 결말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함으로써 그것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저 물질만 생각하는 동물이 아니라 의미에 초점을 맞추는 동물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우리의 행동에 대해 의문을 품고 해답을 찾고자 한다. 그 하나의 답을 알렝 드 보통이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대 자본주의를 살면서, 우리에게 '일'은 하나의 인격이 되고 또한 정체성을 규정짓는 것이 됨을 성찰하면서 찾아가고 있는 '일'의 의미.

 

필자는 어떠한 일을 하며 살아가게 될지, 그 일을 하면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일을 하고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하면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괴롭고 슬프고 혼란스럽고 우울한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덧붙이는 글 | www.naver.com/eugene_0918 에도 올립니다.

2009.10.04 15:42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www.naver.com/eugene_0918 에도 올립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 -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는가?,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은행나무,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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