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첩보부 MI5 실상 다룬 책 출판되다

[오늘의 역사] 영국 정부 책 <스파이잡이> 재판 패소

등록 2009.10.14 09:58수정 2009.10.14 09:58
0
원고료로 응원
전 비밀 첩보원 피터 라이트가 쓴 회고록 <스파이잡이(Spycatcher)> 출판을 막으려던 영국 정부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영국 법원은 1988년 10월 13일 언론이 이 회고록 일부를 출판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왜냐하면 이 회고록이 이미 해외에서 출판되었기 때문에 국가 안보에 관한 피해는 이미 다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주장한 대로 피터 라이트(Peter Wright)의 책이 비밀 유지를 침해한 점에는 동의했다. 재판은 3년 동안 계속되었다.


이 책의 정식 이름은 <스파이잡이: 고위 정보 책임자의 솔직한 자서전>으로서 진짜 정보 기관 일상 업무에 대한 매력적인 통찰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관료주의가 팽배하던 50년대와 60년대 정보기관을 긴 분량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 내용으로 보아 아마도 실제 60년대 본드는 수많은 지출 보고와 서류 업무에 시달려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을 것이다.

민주적인 체제의 당연한 국민들이 알 권리

일간지 <업저버> 편집자인 도널드 트렐펏은 법원 밖에서 이렇게 축하했다.

"결국에는 우리의 민주적인 체제가 당연한 결론에 이르렀으며, 이것이 국민들이 알아야 할 공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문제임을 증명했다."

더글러스 허드 내무부 장관은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하는 비밀 유지 의무에 대한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고 재판 결정을 비난했다. 그러나 야당은 재판 결정으로 정부 입장이 말도 안되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하며, 정부가 결국 패소할 것을 알면서 법적 절차를 스캔들처럼 행동했다고 비판했다.


이미 1985년에 영국 정부는 스파이잡이 책의 호주 출판을 막으려고 법적인 절차를 시도했으나 1987년에 패소한 바 있다.

영국 법원은 라이트가 보안 당국의 비밀을 드러냈다고 비난했으나, 라이트의 변호사인 말콤 턴볼은 비밀 유지에 관한 혐의 주장은 이미 영국 정부가 호주 법원에서 패소하면서 설득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스파이잡이는 이미 국제적인 베스트셀러로 거의 2백만 부가 팔렸다. 1987년 말에는 스파이잡이가 미국에서 40만 부가 팔려 하드커버 부문 최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영국 정부는 한동안 국내 언론이 이 책의 내용을 보도하지 못하도록 하긴 했으나, 해외에서 출판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유럽 인권 재판소, 언론 자유 침해 판결

이 회고록에서 정보기관 MI5에서 일했던 라이트는 보안 당국이 법을 넘어서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책 내용에는 하롤드 윌슨 총리가 영국 정부를 전복하려던 MI5의 음모의 대상이었으며, 전 MI5의 총책임자였던 로저 홀리스가 1960년대에 소련의 첩자였다는 고백이 포함되어 있다.

1991년 11월에 유럽 인권 재판소는 영국 정부의 행동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피터 라이트는 78세의 백만장자로 1995년 4월에 사망했다.
#첩보 비밀 #알 권리 #언론 자유 #영국 정부 #MI5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엄마가 제일 좋은 어린 아이 발산국민학교 화곡주공시범단지 지리 건축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