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으로 읽는 세계경제 위기

[서평] 도시마 이쓰오의 <황금>을 읽고...

등록 2009.11.02 21:18수정 2009.11.0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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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도시마 이쓰오 지음. 랜덤하우스 ⓒ 윤석관

▲ 황금 도시마 이쓰오 지음. 랜덤하우스 ⓒ 윤석관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대형마트로 쇼핑하러 갈 때면 입구에 '금 매입'이라는 글자를 커다랗게 써 붙이고 책상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상담원을 마주하게 된다.

 

여느 때보다 금의 체감온도는 뜨겁다. 우리 집에도 덩달아 금 열풍이 불었다. 장롱 속에 있던 금붙이와 동생이 길거리에서 주워왔던 정체불명의 물건이 모두 어머니와 아버지의 장신구를 만드는 재료로 희생되었다. 

 

대체 금값이 왜 이렇게 뛰고 있는 것일까? 물론 금융위기와 달러의 약세로 인한 원인 때문에 안전자산인 금을 소유하려는 움직임으로 금값이 상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원인 이외에도 어쩌면 매우 설득력 있는 이유가 또 하나 있는 것 같다.

 

화폐전쟁과 중국

 

쑹훙빙의 <화폐전쟁>이라는 책을 보면 1970년대의 미국정부는 도저히 재정적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금본위제에서 탈출한다. 금본위제라는 장애물이 사라진 미국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설정하고, 그들이 편한대로 달러를 찍어내면서 경기를 떠받친다. 그 결과 미국 달러 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미국 경제는 부채더미에서 시름시름 앓고 있다고 진단한다.

 

쑹훙빙은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미국의 달러를 더 이상 믿지 말고 위안화의 기축통화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위안화가 기축 통화가 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위안화를 금 연동 화폐로 만들어서 신뢰도가 높은 화폐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의 금 보유량을 상당 부분 끌어올려야 함을 지적하는데, 도시마 이쓰오의 <황금>에서는 중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다. 미국 채권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인데, 이 사실은 중국이 달러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따라서 중국의 금 매입 작업은 서서히 미국의 달러경제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금이라는 자산은  불에 타도 남아 있을 정도로 안전한 자산인 동시에 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이자가 지급되는 자산도 아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의 해소를 위해 많이 사용되어져 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봤을 때, 위안화의 기축통화화와 더불어 중국의 연 10퍼센트에 육박하는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금 매입이라고도 볼 수 있다.

 

금값하락의 변수

 

금값의 상승 배경에는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이유를 통한 중국의 막대한 매입 물량이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전 세계 경제 상황을 봤을 때, 금의 가격을 하락하게 하는 다른 요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황금>에서 이야기하는 하락요소를 정리해보면 크게 세 가지로 이야기해 볼 수 있는데, 첫째는 바로 소비자들의 선호도 변화에 따른 금 소비량 하락을 들 수 있다. 세계 1위의 금 소비 국가인 인도에서는 젊은 층들이 서서히 순금 장신구에서 18k금 장신구로 옮겨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순금은 물러서 섬세한 세공이 불가능하지만 18금이나 14금 같은 경우엔 모양을 원하는 대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비단 인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장신구 시장에서 18금이나 14금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두 번째로는 아부다비투자청으로 대표되는 중동의 오일머니들의 투자방식이 과거처럼 금이라는 한 종목에 집중하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사용하여 그들의 자금을 서서히 분산화 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와 더불어 유럽과 미국도 분산화 전략의 일환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금 보유고를 열게 된다면 이런 상승세는 수그러들지 않을까 예상한다.

 

세 번째로는 금값 상승으로 인해서 쏟아지는 2차 공급원 시장에 주목한다. 금값이 비싸다는 이야기가 매일 떠돌게 되면 우리 집의 경우와 같이 이런 기회를 통해 금을 처분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경제상황이 어려운 때는 금을 매입하려는 움직임보다는 금이라도 팔아서 어려운 가계에 도움이 될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유사시의 금

 

그렇다면 금은 투자품목으로 가치가 있을까? 이에 대한 저자의 답은 "그다지 큰 역할은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친다. 다시 말해서 금이라는 품목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매입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매입하는 동안 형편이 어려워질 경우 '유사시의 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도이지. 투자로서 큰 이득을 얻기란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IMF 위기 때 장롱 속에 숨어있던 금 200톤은 정말 우리가 힘들었을 때, '유사시의 금'으로서 큰 도움이 되었음을 기억해 본다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황금>이 내게 준 것

 

상당히 어려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린스펀 의장이 강의료로 달러를 받지 않고 금을 받겠다고 한 이야기로부터 금의 중요성을 이어나가는 전개방식은 우리들로 하여금 어렵지 않게 금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금 테크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금을 자산 불리기의 목표점으로 보는 것을 경계하면서 경제를 파악하는 한 가지 척도로 바라봤을 때, 금의 가격동향을 살펴본다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아마도 이런 주장들은 책 속의 여러 국가들의 동향들을 읽음으로서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제1의 금 생산지였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현재 문제점. 현 세계 제1의 금 생산지 중국의 부상. 금수요 1위의 인도. 달러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큰 손 중동과 러시아. 그들이 처한 사연은 나에게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라는 자충수에 빠져든 미국의 달러경제로부터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논의될 시점인가? 그렇지 않은가? 만약 논의되야 한다면 그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금본위제로의 회귀가 될까? 아니면 IMF의 특별인출권이 될까? 그것도 아니면 국제통화가 새롭게 들장하게 될까? 달러를 제외한 채 쌍방의 통화로서 무역이 가능하게 될까? 그것들도 아니라면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위안화와 같은 통화가 블록경제의 방식으로 지역별로 통용되게 될까?

 

앞으로 전개될 화폐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200년의 달러경제가 자리 잡기 1800년 전부터 우리들의 화폐로 사용되어졌던 황금. 화폐경제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금을 한번 이해해보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11.02 21:18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황금 - 세계 경제를 비추는 거울

도시마 이쓰오 지음, 김정환 옮김, 강호원 해제,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황금 #도시마 이쓰오 #김정환 #랜덤하우스 #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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