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밥상' 비법이 궁금하세요?

[인터뷰] 주부에서 요리전문 블로거가 된 문성실씨

등록 2009.11.09 13:22수정 2009.11.0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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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뭘 먹지? 도대체 오늘은 뭘 해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자취를 시작한 지 어느덧 일년 반. 오밀조밀 살림은 늘어가고 스킬도 쌓여가고 있지만 이 놈의 '음식 상상력'은 늘 고갈 상태다. 이건 뭐, 인류 최대의 숙명적인 고민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철마다, 때마다 시시각각 바뀌던 엄마표 반찬. 늘 빼놓지 않고 밥상에 올라와 지겹다고 투정도 부린 생선, 각종 국 그리고 특별한 날을 풍성하게 만드는 등장한 갈비찜, 두루치기, 아구찜 등등 엄마는 매일 매일 밥을 하면서 얼마나 지겹고 고민스러웠을까?

"오늘은 뭘 먹지?" 요리 고수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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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생 이란성 형제둥이 엄마 문성실입니다"라는 소개가 어울리는 사진. ⓒ 이유하

요리 잘하는 주부로 '소문난' 파워블로그인 문성실씨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도 나와 같은 '종족'이었다.
"정식으로 요리를 배운 적은 없어요. 그저 음식 솜씨 좋은 엄마 덕에 '장금이' 입맛을 가질 수 있었던 게 비법이라면 비법이랄까."

문씨는 한 포털에서 인정한 요리 분야 파워블로거다. 두 쌍둥이의 엄마이자, 대학원생 그리고 잘 나가는 블로그 운영자로 소개되어 강의도 나간다. 평범한 주부에서 눈코뜰새 없이 '바빠진 엄마' 문씨.

"대학생이었던 22살, 남들보다 빠른 결혼에 쌍둥이까지 떡 낳고 보니 심심했어요. 그러다가 남들 하는 블로그를 기웃거리게 됐고, 나도 그들처럼 아이 자라는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했죠. 그게 2004년 6월이니, 벌써 5년이 넘었네요."


그냥 매일 먹던 음식을 찍어서 올렸을 뿐인데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워서 놀랐다는 문씨. 그러다 점점 재미가 붙어서 음식 조리 과정 사진을 올리면서 더 유명해졌고, 최근 펴낸 <문성실의 냉장고 요리>까지 그동안 다섯 권의 책도 냈다.

요즘은 워낙 빡빡한 스케줄에 아이를 잘 챙기지 못할 때가 많아 미안하다는 문씨는 그러면서도 또 오늘은 아이들을 위해 어떤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볼까를 고민한다.

심심해서 시작한 블로그가 바꾼 '주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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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실씨가 빠른 몸놀림으로 주방 정리를 하고 있다. ⓒ 이유하


지난달 말 과천 자택에서 만난 문씨는 이제 막 점심을 먹고 난 뒤 설거지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사실 요리책을 낼 정도의 실력있는 블로거의 '주방'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줄 알았다) 좀 평범한 주방이었다.

"주방에 불만은 없지만, 조리대는 좀 컸으면 좋겠다. 조리대가 작아서 식탁까지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큰 오븐보다도 간편한 기기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크게 불편함은 느끼지 않는다."

그의 말대로 작지만, 대신 아주 깔끔한 주방은 구석구석 살림살이들로 촘촘히 들어차 있었다.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설거지와 정리를 하면서 간단하게 커피며 케이크까지 동시에 내보이는 모습이 자취 2년째인 내겐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다음은 문씨와의 일문일답.

- 신간 <문성실의 냉장고 요리> 책도 내고 바쁠 것 같다.
"내 선택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심을 지키고 소신대로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5년 반 전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결과는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가끔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 이번에 나온 책은 어떤 책인가.
"제목이 <냉장고 요리>다. 늘 오늘 뭐 해먹지? 하고 냉장고를 열어보는데, 그럴 때 냉장고 안에 비축해 놓은 제품들로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을 실었죠. 바로 전에 나왔던 <아침점심저녁>이라는 책도 반응이 좋았지만, 요즘 요리 부분에서 1등하고 있다네요(웃음)."

- 문성실씨의 특징 중 하나가 '숟가량 계량법'을 사용한다는 거다. 달리 이유가 있나?
"사실 특별할 게 없어요. 숟가락 개량법은 요즘 블로거들이나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일반적인 계량법이거든요.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숟가락이 다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그걸로 알려줘도 표준화된 맛이 나죠. 굳이 복잡하게 계량 스푼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베이킹은 좀 예외예요. 정확해야 하기 때문이죠."

- 파워 블로거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블로그 업데이트는 주일 빼고 매일 하고, 포스팅은 보통 하루에 2-3개씩 해요. 일상 이야기 하나에, 공구정보나 요리 하나. 이렇게 올리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잠을 거의 못 자는 편이에요."

- 너무 바쁜 엄마라 아이들 불만도 있겠다.
"은근 자랑스러워해요. '너희 집에 택배 많이 와? 우리 집엔 많이 온다.' 이런 식으로. 표현은 안 하는데 '우리 엄마 알어?' 하고 친구한테 자랑할 때도 있어요. 쌍둥이고, 둘 다 아들인데, 밥을 너무 잘 먹어서 문제죠. 가끔 일 보러 외국에 나갈 때는 밥해줄 사람 없다며 같이 외국 나가야 한다고 우길 정도니까요."

자취생 요리, 김치만한 재료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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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한 쿠키에 직접 만든 잼과 카라멜, 치즈케이크, 커피가 있던 대화. ⓒ 이유하


- 처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나?
"요리에 관심을 가진 건 초등학교 때부터? 요리를 잘 하신 엄마의 영향이 컸어요. 사실 요리라는 게 기본만 알면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지 않나요?"

- 그러면 어머니께서 이런 저런 조언도 해주시겠다
"생각나는 음식이 있으면 추천도 해주는 편이에요. 요즘에는 어디서 듣고 왔는지, 포도즙을 내서 포도 탕수육을 한 번 만들어보라고 성화세요. 아직 시도는 못 해 보고 있지만.(웃음)"

- 요리 중 가장 자신 있거나, 좋아하는 음식은 뭔지 궁금하다.
"다른 화려한 음식 보다도 된장찌개를 가장 좋아해요. 뭐니뭐니해도 된장찌개가 최고 아닐까요. 20개가 넘는 된장 종류를 먹어봤는데, 그 중에 좋은 된장을 선별해서 천연육수로 끓이면 언제 먹어도 맛있어요. 거기에 좀 고급스러움을 가미하고 싶으면, 전복같은 해물을 넣어도 좋아요. 된장찌개는 만들기 쉽고 흔한 것 같아도 늘 칭찬받는 메뉴예요. 남편이 제일 좋아하기도 하고."

- 내 경우 혼자 사는데 매일 매일 먹을 게 없다. 자취생에게 추천하고 싶은 요리가 있다면?
"신김치만 있으면 어떤 요리든 해먹을 수 있죠. 졸여 먹어도 되고, 볶아 먹어도 되고, 김치찌개, 두부김치, 고기 보쌈 등 김치요리는 너무 할 게 많아요. 또 다른 요리와 달리, 가장 쉽게 엄마 맛을 느낄 수 있는 요리기도 하고. 김치볶음밥만 해서 계란프라이 하나 올리면 얼마나 훌륭한가요."

문성실의 맛있는 밥상 블로그 ⓒ 문성실


"짜증내며 한 요리는 맛도 없어요"

- 블로그를 통해서 다른 일도 들어오나?
"블로그의 본질이 개인 일기장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된 것 같아요. 여기저기서 광고 같은 일도 많이 들어오고 강연도 가끔씩 하는 편이에요. 이번에는 흑초마을 견학차 일본에 가기도 하고."

- 주부 블로거들 가운데는 문성실씨를 롤모델로 삼는 분도 있겠다.
"그런 것 같아요. 댓글을 보면 모두들 진짜 바쁘게 산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글을 보면서 내가 게으르게 살고 있지는 않나, 하고 많이 배우는 편이에요. 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나도 세상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있구나, 싶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죠.

또 사실 요리하는 블로그니까 요리가 가장 중요한데, 기분에 따라서 맛이 달라져요. ^^ 짜증나면 맛도 없어지는 거 같고. 그래서 이왕 하는 거 기쁜 마음으로 요리하는 게 더 좋은 거 같아요. 거기에 항상 내가 어느 곳에서 보람을 느끼는지를 정확히 알고 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바쁘다 바쁘다 하지 말고, 앞 날을 내다보고 살면 더 기쁘게 살 수 있거든요. 꿈을 머금고 사는 주부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사람은 계속 공부를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 관광대학원 외식경영 쪽에 입학했어요. 인터넷 상의 변화가 빠르고, 저도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블로그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다른 것보다 내 자신을 이기는 일이 가장 어려운 거 같아요. 내가 이런 상황이니까 못하는거야, 하고 핑계를 대는데, 핑계를 대지 않고 어떤 상황이라도 게으름, 나태함을 이길 수 있으면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을 이기려고 하지 말고 일단 내 자신부터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파워블로그 문성실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내 마음이 뜨끔뜨끔했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에게선, 열심히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에게선 남다른 향기가 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집안일도 블로그 일도 똑부러지게 해내는 그녀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졌다.

이젠 취미를 넘어서 직업이 되었다는 파워블로그 문성실씨. 어차피 해야하는 일들을 가장 멋들어지게 해내는 법은 '즐겁게 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돌아오는 내내 발걸음을 무겁게 잡았다.

문성실 추천 요리, 누가 와도 인기 만점 '찜닭'
찜닭(3-4인분) 재료준비(종이컵과 밥숟가락 계량입니다.)

주재료: 닭(1마리), 감자(큰 것 1개), 당근(3분의 1개), 양파(2분의 1개), 대파(1대), 대추(5개), 건고추(3개), 불린 당면(1줌)

양념재료: 간장(8), 굴 소스(1), 맛술(3), 흑설탕(2), 물엿(1), 다진 마늘(1), 생강즙이나 가루(0.3), 후춧가루(약간), 물(4컵), 참기름(0.5), 통깨(0.5)

요리 방법: 당면은 미리 불려놓고, 닭은 씻은 뒤 소금 후추로 약간 밑간을 해서 물기를 제거한다. 당근양파감자 등은 적당하게 썰어 놓는다.

물(4컵)에 고추 닭등을 넣고 푹 끊인 후, 닭이 다 익으면 당근, 감자도 넣는다. 그 다음에는 양념장을 넣고 재료에 간이 배도록 센 불에서 팔팔팔 끓여준다. 마지막으로 당면과 대파를 넣고, 참기름을 둘러주면 끝!

덧붙이는 글 | 문성실의 맛있는 밥상 홈페이지 http://www.moonsungsil.com/


덧붙이는 글 문성실의 맛있는 밥상 홈페이지 http://www.moonsungsil.com/
#문성실 #냉장고요리 #파워블로그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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