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죠? 그러니 제가 안아드리겠습니다"

[집나간 위로 찾기 첫번째 발자국] 프리허그

등록 2009.11.12 09:24수정 2009.11.1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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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慰勞), 가출하다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라는 책이 지난 5월 출간되었다. 아무도 돌보지 말라니. 섬뜩하다. 그러나 공감이 간다.

 

우리는 시간이 없다. 남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거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줄, 그럴 시간이 없다. 내가 남을 돌보지 않으니 남도 나를 돌보지 않는다. 위로가 있을 공간이 없다. 위로는 집을 나가버렸다.

 

집나간 위로는 어디에 있을까?

 

앞으로 집나간 위로를 찾는 여정을 해보겠다. 위로의 발자국을 따라가보면 위로를 잡을 수 있을테다.

 

집나간 위로 찾기 ①프리허그

 

위로의 첫 발자국은 거리였다. 위로는 '프리허그'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마주했다. 

다음은 거리에서 위로를 만난, 조기쁨(20)님의 이야기이다. 

 

"거리의 중심에서 가슴을 열다"

 

 프리허그,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기쁨> 프리허그가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사람들이 프리허그를 하기 시작했을 무렵 누군가에게 프리허그를 받았다. 그 때의 감동과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거리로 나왔다.

 

 거리에서 공개적으로 모르는 이를 껴 안아 주는 것. 많이 어려울 것 같다. 창피하기도 하고 뻘쭘할 것 같기도 하다.

기쁨> 사람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거리에 나오긴 했지만, 용기를 내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제일 어려운 것은 준비해온 프리허그 피켓을 머리 위로 들어올릴 때였다. 일단, 피켓을 들고 나니까 그 이후부터는 별로 떨리지 않더라.(웃음)

 

 피켓을 들기 전이 가장 떨려

 

 언제, 어디서 했나?

기쁨> 처음 프리허그를 한 것은 고 1 겨울 인사동이었다. 프리허그가 막 시작되던 단계라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뭐하는거냐?" "이거 왜 하는거냐?" "어느 단체에서 나왔느냐"고 물어봤다.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안겼다.

 

 어떤 느낌인가?

기쁨>  앞에서 말했듯 겨울에 거리에 나갔다. 정말 너무너무 추웠다. 덜덜덜 떨릴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추워도 마음이 따뜻했다. 웃을 수 있었다. 왜 너무 추우면 사람이 인상 쓰게 되고, 욕도 나오고 그러지 않는가. 그런데 그 추운 날에도 누군가를 안아주고 나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지어졌다. 신기하고 감사했다.

 

 기억에 남는 사람이있나?

기쁨> 어떤 분이 길을 지나가면서 계속 마주치시니까 3번이고 4번이고 안기다가 결국에는 붕어빵을 사주셨다. 음료수나 따뜻한 음식을 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인사동에서 프리허그를 해서 외국인들도 많이 안았다. 그 중에서는 이거 "FREE"니까 많이 안겨도 되죠? 하며 몇 번이고 안다가 나중에는 볼에 뽀뽀까지 하더라.

 

 본인에게, 프리허그는 어떤 의미였나?

기쁨> 내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따뜻함을 전하리라고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오히려 내가 많이 위로 받은 것 같다. 분명 처음 보고, 모르는 사람인데도, 따뜻한 일을 한다며 코코아나 붕어빵, 숭늉, 캔커피, 캔녹차 등을 건네주시며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다.

 

사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에 따돌림을 받았다. 사람들이 참 무섭고 싫었다. 프리허그를 하면서, 사람들이 모두 차갑고 매정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따뜻하고 감사한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안아주는 그 순간만큼은 따뜻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뒤로는 조금씩 사람을 대하는 것이 덜 어색하다.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다. 스스로도 밝아진 것 같다. 내가 안아 준 사람들 중에서 나와 같은 마음을 느낀 사람이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그분들도 조금씩은 위로가 되셨을 것 같다.

 

 값싸거나 흔해서 "FREE" 가 아니라, 값을 매길 수 없기에 "FREE"다.

 

 프리허그를 한단어로 표현한다면?

기쁨> 사랑이 아닐까? 안아주는 데 어떤 조건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인종도 나이도 종교도 상관없다. 그저 안아주기만 하면 행복이 전해진다. 쉽고 누구에게나 줄 수 있다. 그래서 "FREE HUG" 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오히려 값을 매길 수 없기에 "FREE HUG"인 것 같다. 

 

거리로 나온 위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줄 알았는데 사고치지 않고 다행히 좋은 일을 하고 있다. 프리허그라는 것. 정말 쉽지 않다. 무심히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거리에서, 돌연 공개 선언하는 것 아닌가? "안아드립니다아!" 라고. 외치는 것뿐만이 아니라 직접 간판까지 써서 들고 있지 않은가? 자책하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속으로 끙끙끙 앓는 대신 솔직하게 말하는 것 아닌가. "외롭죠? 저도요. 그러니 제가 안아드리겠습니다. 우리 서로 위로해요."라고. 멋지다.

 

거리로 나온 위로. 그 다음 종적은 어디인지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기쁨님은 프리허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되었고, 메일 교환을 통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2009.11.12 09:24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기쁨님은 프리허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되었고, 메일 교환을 통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위로 #프리허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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