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택시장은 이제 끝물, 은마아파트를 보라

[김광수경제연구소 경제시평] 매입자 거주 비율 11.4%, 근저당 설정액 3.4억원

등록 2009.11.17 17:48수정 2009.11.18 11:27
0

한참 마무리 공사중인 인천의 한 아파트. ⓒ 선대식


최근 강남 재건축 집값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값이 급락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대세 상승'이니 '집값이 바닥을 쳤다'고 목청을 높이던 언론들이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꼬리를 내리고 있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 자신들이 내뱉었던 말과 정반대의 말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내뱉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들의 이 같은 행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해 중반기까지 집값 하락을 전혀 경고하지 않던 수많은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하반기에 경기가 급락하자 "향후 한동안은 부동산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던 사람들이 올해 4, 5월 이후로는 "연말까지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던 사람들이 최근에는 다시 집값이 떨어지니 또다시 태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연구소는 부동산 시장의 근저에 놓인 구조를 본다. 그 구조를 보면 한국의 주택시장은 이제 끝물에 이르렀음이 분명하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필자가 줄기차게 글로 남기기도 했지만, 그것을 모두 보여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큰 틀에서 생각해보면 왜 끝물인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은 2001~2003년의 1차 폭등, 2005~2006년의 2차 폭등을 거친 뒤 서울 강남과 경기도 대부분 지역들은 사실상 내리막길을 걸었다. 더 이상 재미를 보기 힘들어진 투기 세력들은 2007년부터 서울 강북지역과 인천, 경기 외곽 지역으로 투기 대상을 옮겨간다. 그조차도 시들해지다가 2008년 초 '도노강'(도봉·노원·강북)과 뉴타운을 중심으로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그러다 2008년 하반기 이후 급락세를 탔다가 올해 들어 반등세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사력을 다한 부동산 부양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반등기의 집값은 강남 재건축 위주의 집값 상승이었다. 집값 상승의 폭과 거래량, 매도-매수세 동향, 거래동향, 실거래가 추이 등을 종합해보면 2006년 이후에는 집값 상승 움직임이 나타날 때마다 집값 상승 에너지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수도권 집값의 바로미터이자, 이명박 정부 부동산 부양 총력전의 핵심 대상이었던 강남 재건축 단지 위주의 집값 상승도 이제 한계에 이르러 최근에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체와 부동산 정보업체들, 그리고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이 부동산 투기 선동에 열을 올리며 금방이라도 집값이 폭등할 것처럼 선동할 때에도 우리 연구소는 집값이 언제든 다시 급락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경고했다.

a

연도별 은마아파트 매매거래 실태 (주) MBC PD수첩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2009년은 연환산 수치임 ⓒ 김광수경제연구소


우리 연구소가 그렇게 경고한 것은 단순히 '감'이 아니라 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의 구조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왜 급등하다가 도로 급락하고 있는지도 부동산 시장의 구조를 알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왜 그런지를 위의 <도표>를 참고로 강남 재건축의 대명사인 은마아파트 매매거래 실태를 통해 살펴보자.   

익히 알려진 대로 은마아파트는 중층 재건축 단지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으며 전용면적 77㎡(31평)형 2674가구, 85㎡(34평)형 1750가구로 전체 4424가구로 구성돼 있다. 최근 6년 만에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끊긴 가운데 아파트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사실 올해 초부터 은마아파트에 대한 '묻지 마 투자' 수준의 과도한 투기가 몰려들었지만 이미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될 때 다시 다루기로 하겠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이 부동산 시장에서 제대로 인식되는 순간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집값은 빠른 속도로 다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은마아파트의 매매체결 건수 추이를 살펴보면 부동산 1차 투기 붐이 일었던 2001년과 2003년 약 400건 전후의 거래 건수를 기록해 최고를 기록한 뒤 2차 투기 붐이 일었던 2005년, 2006년에는 각각 260건 전후로 떨어졌다. '버블 세븐' 지역의 주택거래 침체가 시작된 2007년, 2008년에는 100~120건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올해 강남 재건축 위주의 집값 반등이 일어나면서 연환산 288건 수준으로 거래가 급증했다.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연도별 거주비율을 살펴보면 1998년 55.8%였던 것이 2005년 이후 18.3%로 떨어진 뒤 올해는 11.4%까지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살지는 않으면서 향후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시간이 갈수록 크게 늘어 최근 5년 동안은 투기 수요가 은마아파트 매입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올해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주거지를 보면 54.8%가 서울 강남 3구(강남, 송파, 서초) 거주자였고 강남 3구 이외 서울지역 거주자가 18.3%를 차지했다. 이로부터 은마아파트의 주 매입자는 서울 거주자가 73.1%로 나타났다. 또 경기도 용인시와 성남시 분당 등 수도권 거주자가 17.4%, 수도권 이외 지방 거주자가 8.5%를 차지했다. 그리고 미국, 캐나다 등 외국 거주자도 2가구로 0.8%를 차지했다. 서울 이외 수도권 및 지방 거주자의 상당수는 부채가 없거나 부채가 적은 상태에서 집을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수도권 및 지방의 개발지역에서 토지보상 등을 받아 은마아파트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마아파트 매입자가 주택 매입 시 제 1, 2금융권 등에서 자금을 빌릴 때 설정하는 근저당 설정총액의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부동산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2001년 이후 급증해 2006년 663.6억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2007~2008년에는 급감한 뒤 올해 매매가 늘어나면서 다시 연환산 577억원 수준까지 급증하고 있다. 또 연도별로 전체 매입자 가운데 근저당설정을 하는 가구의 비율은 대부분 기간 동안 60% 전후 수준을 유지했으나 2차 부동산투기 붐이 일었던 2004~2006년 동안에는 70%까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은마아파트 근저당 설정액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매입자의 평균 근저당 설정액은 1997년 0.8억원에서 2006년 2.48억원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이후 거래가 줄면서 근저당 설정액이 줄었으나 다시 증가추세를 보여 올해에는 평균 2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근저당설정을 한 매입자의 평균 근저당 설정액도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데 1997년 평균 1.49억원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해 2006년 3.67억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근저당 설정액이 줄었으나 2009년에 다시 3.43억원 수준까지 이르러 2006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부동산 투기가 심해지고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거래가 줄어드는 가운데 은마아파트를 산다고 해도 거액의 빚을 내지 않고는 투자하기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a

선대인 부소장.

위에서 본 것처럼 강남 재건축단지의 대명사인 은마아파트는 사실상 부동산 투기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과도한 부채를 배경으로 오른 집값은 부동산시장 안팎의 조그만 충격에도 언제든지 다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작년 연말과 올해 초 현 정부의 각종 재건축 규제완화책 및 서울시의 초고층 재건축 허용 방침 발표 등에 힘입어 서울 강남 재건축 집값은 올 들어 가파르게 올랐다. 하지만 이미 추가 매수세력이 끊어지면서 가격이 하락세로 급반전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선투자해 놓은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을 띄우는 데 단기적으로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이미 국내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와 있다.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국민을 기만하는 정책 남발과 뒷일을 생각지 않는 재정 적자 확대로 부동산 버블을 더욱 키운 과오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클릭] '김광수 경제연구소 포럼'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선대인 기자는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선대인 기자는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소장입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 #강남 재건축 #은마아파트
댓글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정직하고 도덕적인 지식의 생산기관을 자임하며 건강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