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선 은행은커녕 화장실도 제때 못 가요"

[생활정치의 재발견 ④-1편] 세살 버릇 책임지는 '보육교사들의 재발견'

등록 2009.11.20 12:01수정 2009.11.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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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재발견」현장토론④
생활정치연구소에서는 격주로 현장좌담토론회 형식으로 '생활정치의 재발견'이란 기획을 마련하여 그동안 세차례에 걸쳐 20대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가정에서 부업하는 주부들, 동네슈펴 주인들의 생생한 현장 얘기를 들어봤다.  네번째  이야기로 11월 17일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는데 그 세살때의 버릇을 책임진다는 보육교사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어린이집에서 느끼는 보육의 현실과 고민 등 생생한 얘기를 들어봤다. 그 현장속으로 들어가보자.

◈ 일시 : 2009년 11월 17일(화) 오후 2시
◈ 장소 : 서울시 강동구 구청장실
◈ 진행 : 이해식(강동구청장)
◈ 참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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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들의 재발견에 참석한 이해식구청장, 우영희선생님, 정현숙선생님, 정효선선생님, 최진희선생님, 김갑숙선생님, 조선주선생님 ⓒ 생활정치연구소


-바쁜 시간 내어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우영희 선생님 : 구립 둔촌어린이집에서 만 5세반 담임교사고 일하고 있으며 경력은 6년 정도이다.

정현숙 선생님 : 구립 상일어린이집에서 영유아반 교사로 일하고 있다. 97년도에 처음 근무를 시작할 때는 양호교사로 시작했으나 5년 전부터는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다.

정효선 선생님 : 영재아이짐에서 7세반 아동들을 맡고있으며 원감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5년차 교사로 등록되어있지만 실제 경력은 9년정도 되었다.

최진희 선생님 : 나래어린이집에서 만4세 반 아이들을 맡고 있으며 주임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경력은 9년 정도 되었다.

김갑숙 선생님 : 정아어린이집 원감교사로 일하고 있으며 영아반을 담당한다. 경력은 12년 되었으며 예전에는 유치원 교사로 근무한 적도 있다.


조선주 선생님 : 구립 고덕어린이집에서 5세반 아동들을 담당하고 있으며 장애아동 통합반 교사이다. 경력은 1년 9개월 정도이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시길래 은행 오실 시간이 없으세요?

-아이들과 하루종일 함께 있으려면 보육교사들은 휴식시간이 따로 없을 것 같다. 보통 언제 쉴 수 있는가?

우영희 : 휴식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조해 줄 수 있는 교사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과 모든 것을 함께 한다.

김갑숙 : 놀이감, 놀이기구들이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만들어졌지만 혹시라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한시라도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화장실 갈 때도 잠시 다른 반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다녀올 수밖에 없다.

최진희 : 병원, 은행 같은 개인업무를 보는 것도 힘들다. 몇 달에 한번 씩 겨우 은행에 가면 은행직원이 물어본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시길래 은행 오실 시간이 없으신지… 병원도 토요일 아니면 평일 야간에만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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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하루종일 함께 있다보니 휴식시간도 따로 없다고 한다. ⓒ 생활정치연구소


연간, 월간, 주간, 일일 계획을 세워 보육활동을 구성

-어린이집에서 보육활동이 다양하게 구성되는 것으로 안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구성하는가?

우영희 : 구립 둔촌어린이집은 장애아동 통합어린이집이다. 연령별 주제는 다르게 구성하고 장애아동 지도 선생님이 따로 계신다. 일반아동에게 맞게 구성한 수업계획안에 따라서 그 선생님께서 장애아동에 적합하도록 구성해주신다. 전체적인 수업진행은 제가 하지만 장애아동은 담당 선생님께서 활동을 도와주신다.

정현숙 : 통합보육시스템에 따라서 연간, 월간, 주간, 일일 계획안을 세워서 진행하고 있다.

김갑숙 : 민간 어린이집에서도 연간, 월간, 주간, 일일 계획안을 세우고 평가도 하고 관찰일지도 쓰고 있다.

아이들이 낮잠 자는 시간을 이용해 옆에서 밀린 업무들을 정리

-계획안도 세우고 평가도 하고 관찰일지도 쓰시려면 아이들과의 보육활동 이외에도 행정업무들이 많아질 것 같다. 어떠한가?

정효성 : 예전에는 계획안과 일지들을 손으로 썼지만 그래도 지금은 컴퓨터로 한다. 하지만 어린이집 내에 컴퓨터가 부족해서 보통은 집에 가지고 가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정현숙 : 평가인증제도, 서울형 어린이집 등이 시행되어서 좋긴 하지만 보육교사들에게 행정업무는 많이 늘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다. 유치원 같은 경우는 보조교사시스템이 있어서 도움이 되지만 보육시설에는 없다. 아이들이 잠시 낮잠 잘 동안에도 자리를 비울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 옆에서 계획안을 세우고 평가서를 작성하고 한다.

표준보육과정도 의미는 있지만 학부모님들이 실제로 원하시는 내용과는 다르다

-표준보육과정이 만들어졌는데 이런 것을 활용해서 계획안을 세우면 행정적인 일이나 시간이 줄어들지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김갑숙 : 표준보육과정이 참고가 될 수는 있고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들에 맞추어서 또 어린이집의 상황에 맞추어서 다시 만들어야 한다.

최진희 : 학부모님들이 원하시는 것은 표준보육과정 수준의 활동이 아닌 더 나은 수준의 활동을 원하시기 때문에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표준보육과정이 아이들의 수준을 잘 반영하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학부모님들의 요구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인가?

정현숙 : 표준보육과정은 잘 되어있긴 학부모님들은 놀이중심이 아닌 하나의 결과물을 바라신다. 표준보육과정은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 하지만 두 가지를 절충하는 것이 힘들다.

-학부모님들이 주로 요구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절충 하는가?

정효선 : 어린이집에서 이번 평가인증을 하면서 기존의 교육 프로그램을 부모님들의 욕구에 맞게 다 바꾸었다. 학부모님들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 아이들의 다양한 교육을 원한다. 학부모님들을 상담하다보면 놀이보다는 무엇인가를 배우길 원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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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교육과정이 있지만 학부모들의 눈높이와는 현실적으로 다르다고... ⓒ 생활정치연구소


아이가 초등학교 수업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놀이를 통해서 배운 것도 교육이라고 알고 있다. 그것을 부모님들에게 설득해 볼 수는 없을까?

정효선 : 7세반을 6년 동안 맡고 있는데 학부모님들 대부분 하시는 말씀이 놀이만 하다가 바로 초등학교에 올라가면 아이들이 상호작용은 잘하지만 수업에 적응을 못한다고 하신다.

김갑숙 : 자유롭게 놀이를 통해 배우다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교육 과정의 연계가 잘 안되기 때문에 부모님들은 이왕이면 학교에 입학 했을 때 도움이 되는 것을 원하신다. 특별활동은 아이 한명 당 3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학부모님들은 대부분 인지활동이나 신체활동을 원하신다. 또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원하시는데 어린이집에서 소화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과물이 눈에 보이는 활동들을 선호하신다.

최진희 : 학부모님들이 6세까지는 실컷 놀게 해달라고 말씀하시지만 7세반이 되면 걱정이 된다고 하시면서 교육을 원하신다.

영어는 필수, 중국어는 선택이라는데... 어린이집부터 대학입시 준비?

-보통 어떤 특별활동들을 실시하는가?

정효선 : 대부분 비슷한데 영어, 중국어, 논술, 바이올린 등을 가르치고 있다.

-부모님들이 원하시는 특별활동은 대부분 인지학습 쪽인가?

정효선 : 이번 정부가 영어교육을 강조한 후에 학부모님들의 영어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주2회 하던 것을 주5로 늘려주길 원하시고 되도록 영어를 많이 가르쳐주기를 원하신다.

조선주 : 현재 어린이집에서 체육, 발레, 영어 등의 활동을 하는데 (과학- 일반활동) 초등학교 입학이 가까워 질수록 3개 이상 선택하면 안되는지 물어보신다. 또 직접 활동들에 대한 정보들을 알아오셔서 이런것도 해보면 어떤가하고 의견을 말씀해 주신다. 그런 의견들은 간담회를 통해 조율해서 반영한다. 또 인지활동보다는 신체활동들을 더 많이 하길 원하시는 부모님들도 계신다.

-지금 어린이집에서 시행하는 특기활동을 3가지로 제한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정효선 : 제한이 생기기전 전까지는 더 다양한 활동들을 했다. 부모님들의 양해를 구하고 3가지로 줄이긴 했지만 더 늘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한다. 아이들의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선택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부모님들을 위한 교육은 참석율이 낮은 편...

정현숙 : 부모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집을 보내시면서 부모님들이 얼마만큼 보육교사를 신뢰하는지가 중요하다. 보모의 수준으로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일본의 교육환경을 보면서 부러운 것이 많았는데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1~2년 교사들과 유치원의 교사가 로테이션을 한다고 한다. 대우나 수준도 같고 오히려 어렸을 때의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어린이집 교사들을 더 신뢰하기도 한다.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말씀해 주셨는데 다른 어린이집에서도 부모교육을 하시는가?

정현숙 : 부모교육시간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에는 참석하지만 부모님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는 잘 안 오신다. <모두 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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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들을 위한 교육에 많은 학부모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 생활정치연구소


아이들을 위해서 사비를 털어 수업재료를 구입하기도...

-정부차원에서 또는 어린이집 내부에서 보육교사들을 위한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조선주 : 학교를 졸업하면서 유치원교사보다 보육교사가 수업 준비면에서 더 부담이 적을 것 같아 보육교사를 선택했다. 하지만 막상 어린이집에 오니 보육적인 것보다는 교육적인 것을 더 원하시는데 보육과 교육을 둘 다 하려다 보니 준비할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아이들과 하루종일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낮잠시간이나 야근하면서 준비해야한다.

정효선 : 수업준비를 하면서 원장님의 지원이 많은 도움이 된다. 가끔은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시켜주고 싶어서 좋은 재료를 구입하려면 어린이집에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교사의 사비로 구입할 때도 있다. 재정적인 것이 제일 힘들다.

김갑숙 : 교구개발비가 지원되긴 하지만 너무 적다. 교사들에게 직접 지원이 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서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지만 비용의 한계가 있어서 모두 해줄 수가 없어 안타깝다.

-교육계획안이 정해져 있으면 그 틀에 따른 기본적인 비용들은 지원되는 것 아닌가?

김갑숙 : 교육계획안이 있지만 더 발전시켜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다 보니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민간어린이집에 지원되는 교재교구비가 1년에 약 120만 원 정도 된다고 한다. 한 달로 보면 10만 원 정도가 지원되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김갑숙 : 한 달에 10만 원이면 5반이 있는 어린이집은 한 반에 2만 원씩 밖에 지원이 안되는 셈이다. 보육교사의 급여체계도 문제이다. 이번에 서울형 어린이집이 생기면서 민간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교사들의 기존 근무경력이 인정이 안되기 때문에 1호봉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교사들의 의욕자체가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경력은 인정해 줘야하는 것 아닌가?

나머지 내용은 [생활정치의 재발견 제④-2편] 세살 버릇 책임지는 보육교사들의 재발견'에서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생활정치메타블로그(www.lifepolitic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생활정치메타블로그(www.lifepolitic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생활정치연구소 #보육교사 #강동구청 #생활정치 #이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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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연구소는 구체적인 일상으로부터 생활정치의 의제를 발굴하고 전문가들의 실천적 연구 및 정책화. 이를 뜻 있는 정치인들의 의회활동과 지방자치 활동을 통해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정책 네트워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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