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특급열차' 운행에 기대를 거는 이유

등록 2009.11.27 10:06수정 2009.11.2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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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된 경의선 전철 모습 ⓒ 코레일


경의선 전철이 서울과 문산을 잇는 수도권 광역전철로서 지난 7월 1일 개통되었다. 경의선 전철은 기존의 경의선 철도를 복선전철화한 것으로서, 기존의 디젤동차에서 쾌적한 전동차로 차량이 바뀌었고, 선로 복선화에 따라 열차수가 늘어나 더욱 편리한 이용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경의선의 느린 속도이다. 경의선의 경쟁자는 고속화도로인 자유로를 달리는 자가용과 일산과 서울을 잇는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광역급행버스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빠른 속도와 높은 도심 접근성을 내세워 많은 승객을 끌고 있다. 하지만 경의선 전철은 역이 중심 시가지에서 멀어 접근성도 떨어지고, 모든 역에 일일이 정차하는 등 속도도 떨어지는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급행열차를 운행하는 것이다. 전철에서 급행열차란 동일한 차량과 동일한 운임체계를 갖지만, 일부 역을 무정차 통과하여 속도를 높인 열차를 말한다. '전동차는 무조건 모든 역에 정차해야 한다'는 평등주의는 현대 대중교통체계에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사람이 많이 이용하는 역이 있고, 적게 이용하는 역이 있는데 무조건 모든 역에 선다는 것은 역차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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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행열차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지하철 9호선 ⓒ 서울시

오히려 승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역에만 정차하는 급행열차와 모든 역에 정차하는 완행열차를 적절히 나누어 운행하고, 서로 자유롭게 환승할 수 있게 해준다면 최적의 수송력 배분이 가능하다.

급행열차 이용객은 통행시간은 단축할 수 있으며, 급행비정차역 승객도 완행열차를 이용하여 다음 급행정차역에서 급행열차로 갈아탈 수 있다.

즉 누구나 속도향상 효과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24일 개통된 서울지하철 9호선의 경우, 급행열차가 대단한 인기를 끌어 높은 혼잡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지하철 운영회사에서는 부랴부랴 열차편을 늘리는 계획까지 수립할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장거리 이용 때문에 급행열차가 필요한 광역전철에서, 정작 급행열차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경원선(소요산~성북)이나 경의선(문산~서울역), 중앙선(국수~용산) 전철에서는 아침 시간에만 1~2편성이 운행되고 있고, 그나마 제일 많이 운행되는 경인선(동인천~용산)에서도 낮 시간이 되면 열차 수가 크게 줄어든다. 일산선(대화~지축)이나 안산선(오이도~금정)의 경우 일부 지상역에 대피선 설치 공사를 하면 급행열차를 운행할 수 있지만, 투자계획이 전혀 없는 것도 아쉬운 일이다. 분당선(보정~선릉)의 경우 급행노선인 신분당선(예정)과 직결운행되지 않고 환승을 해야 하는 점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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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수도권 전철의 다양한 급행 행선지들 ⓒ 한우진

이렇게 급행열차가 소극적으로 운영되는 이유는, 그 동안 철도운영기관이 급행서비스를 주된 서비스로 보지 않고, 부수서비스, 특별서비스로 보아왔기 때문이다.

급행열차를 먼저 설정하고 나머지를 완행열차로 보완하는 식의 운행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일단 완행열차 운행계획부터 수립 후에, 급행열차를 끼워 넣는 방식을 쓰다 보니, 급행열차가 제대로 운행되지 않은 것이다.

전철은 접근성이 낮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으므로, 반드시 속도를 향상해서 이를 극복해야 한다. 급행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역은 완행열차나 무료환승이 가능한 버스로 연계수송을 하면 된다. 모든 역에 일일이 정차하면 속도가 떨어져서 전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해양부가, 오는 12월 1일부터 경의선 전철에 특급열차라는 이름으로 '더욱 급행화된 급행열차'를 운행한다고 하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에 새로 추가되는 특급열차는 종전의 급행열차보다 3개역을 더 적게 정차하여,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한다. 서울 진입 시간이 단축되는 것은 물론이다. 일반열차에 비해 약 30%(16.5분)가 단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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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전철의 일반열차, 급행열차, 특급열차 정차역 비교 ⓒ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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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종류로 세분화되어 있는 일본 케이큐 사철(우리나라 광역전철에 해당)의 열차 등급 ⓒ 한우진

특히 우리나라 수도권전철 급행열차 체계에서 최초로 등급이 세분화된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만 해도, 쾌속특급, 특급, 급행 등 다양한 등급의 급행열차가 운행되어 승객의 선택폭을 넓히고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급행열차도 제대로 운행되지 않았고, 그나마 급행도 한 종류밖에 없었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드디어 경의선에서 다양한 종류의 급행열차가 운행되는 것이다.

비록 이번의 경의선 특급열차 운행은 급행열차가 1편 더 늘어난 것 뿐이지만, 급행 등급의 세분화 체제 도입이라는 점에서 큰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안 그래도 현재 경인선 급행열차는 평균 2개 역 당 1개 역 통과 수준의 느린 급행열차라서 충분한 속도향상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데, 경의선처럼 기존 급행보다 크게 빠른 특급열차가 새로 운행된다면 효과가 클 것이다.

철도가 아무리 저탄소 녹색성장의 최적 교통수단이라고 해도, 자가용보다 느리다면 탈 사람이 없을 것이다. 현재 전철의 문제점이 느린 속도인 만큼, 관계당국에서는 급행열차편을 늘리고 급행열차 운행을 위한 설비를 개량하는 등 급행열차 운행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해주었으면 한다.

이를 통해 전철의 속도가 빨라진다면, 승객들의 통행시간도 단축될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이 전철을 더 타는 만큼, 도로의 자가용이 줄어 도로도 빨라지는 1석 2조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번 경의선 전철의 특급열차 운행이 이 같은 선순환의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 시민기자는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frdb.railplus.kr),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한우진 시민기자는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frdb.railplus.kr),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경의선 #급행열차 #특급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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