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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댄스, 그대처럼 춤추고 싶습니다!

겨울밤 정신없이 춤추는 풍선인형 앞에서..

09.11.29 16:22최종업데이트09.11.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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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정신없이 춤추는 풍선인형을 마주했다. ⓒ 이장연


건실했던 한 중년의 일본남자가 갑작스런 무기력증에 빠져 버린다. 그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나름 성공적인 삶을 꾸려가고 있는 샐러리맨이자 모범가장이었다. 융자로 교외에 아담한 이층집까지 마련하고, 토끼같은 처자식까지 남부러울게 없었다.

그런데 성실?했던 그는 그런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작은 즐거움-기쁨조차 느끼지 못하고, 무미건조하게 만원 전철에 시달리며 출퇴근을 반복한다. 마치 감아놓은 태엽이 다할 때까지 열심히 일하는 로봇처럼.

그러다 우연히 전철에서 무심코 올려다본 그의 멍한 시선이 사교댄스 교습소 창가의 여인에 꽂히고 만다. 그때부터 병든 병아리마냥 기운없던 그의 밋밋한 인생에 호기심과 활력이 넘치며, 미지의 댄스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아내에게 외도를 한다는 오해도 받지만, 그는 감춰두었던 순수한 열정을 사교댄스 경연장에서 맘껏 펼친다.

내겐 춤출 상대가 없다. ⓒ 영화 쉘위댄스


함께 춤추고 싶지만, 내겐 손잡을 사람이 없네!!

그렇게 영화 <쉘위댄스>는 춤과 음악을 소재로 한 다른 영화 <스텝업> <더티댄싱> <브링잇온>등과 같이, 각박한 일상에 억눌린 관객들이 찾지 못한 맛보지 못했던 자유와 열정을 샘솟게 해준다. 사교댄스이건 프리스타일 힙합이든 정열의 라틴댄스이건 화려한 치어리더의 안무이건 춤의 매력을 한 껏 뿜어내 사람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영화 <쉘위댄스>의 스기야마처럼 얼마전 자전거를 타고 인천시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고혹적인 자태의 무용수는 아니지만 겨울밤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정신없이 춤추는 그에게 꽂히고 말았다. 주황색의 그는 유연한 팔과 몸을 가지고 있었는데, 몸통을 휩싸는 바람에 쉴새없이 허공을 향해 팔을 휘저어가며 춤을 추었다.

그 알 수 없는 몸부림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리고 남들 눈을 의식해 자신의 숨은 재능과 기운을 숨겨놓고 살아온 내게 함께 춤춰보자고 유혹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겐 함께 춤출 상대가 곁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 <쉘위댄스>의 스기야마처럼 어느새 중년의 그림자가 짙어져 온다. ⓒ 쉘위댄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와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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