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의식으로 한 해를 정리했어요

등록 2009.12.16 11:21수정 2009.12.1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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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일 년 동안 함께 지냈던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아이들 숫자만큼 초를 준비해서 서로에게 잘못한 것들을 사과하고 용서 청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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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의식 둥그렇게 모여앉았습니다. ⓒ 김현숙

▲ 송년의식 둥그렇게 모여앉았습니다. ⓒ 김현숙

 

책상을 모두 뒤로 보내고 나서 촛불을 들고 교실바닥에 둥그렇게 모여 앉았습니다. 그렇게 떠들던 아이들이 조용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한지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잘못했다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았던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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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의식 어색한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 김현숙

▲ 송년의식 어색한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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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의식 서로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고백합니다 ⓒ 김현숙

▲ 송년의식 서로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고백합니다 ⓒ 김현숙

내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일 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잘못한 것들을 말하고 미안하다고 용서 청한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잘못한 것을 말하고 용서 청하는 모습들이 진지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는 정리해야 할텐데 그치지 않습니다. 생각하면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는 것 같지만 또 한편 생각해보면 잘못한 것들이 많은 것이 우리 삶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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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아자! 고백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합니다 ⓒ 김현숙

▲ 아자아자! 고백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합니다 ⓒ 김현숙

마무리는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면서 끝냈습니다. 아이들 표정이 평화로워보였습니다. 친구에게, 부모님에게, 선생님에게 한해 동안의 미안한 마음을 그렇게 풀어내고 나니 마음이 가벼웠던 모양입니다. 대나무가 곧게 자라는 것은 마디마디마다 멈춰서 정리하고 난 다음 쑥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의식이란 때로 형식 같아 필요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그런 진지한 모습은 의식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인지 확인하게 해주었습니다. 한해를 정리하는 송년의식을 마쳤으니 이제는 새해맞이 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사랑스런 우리 아이들의 가슴에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추억의 장을 만들어줘야겠습니다.

2009.12.16 11:21 ⓒ 2009 OhmyNews
#송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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