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세들, 경영 전면에 부상... 사업분할 신호탄?

[전망] 이재용 부사장 승진 이어 딸과 사위 등 로열 패밀리도 승진

등록 2009.12.16 18:00수정 2009.12.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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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 유성호


삼성의 3세 경영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지난 15일 사장단 인사에 이어 16일 단행된 삼성 정기 임원 인사에서 이건희 전 삼성회장의 아들과 딸들이 부사장과 전무 등으로 각각 승진했다. 직함만 따지고 보면 그룹이나 계열사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들에게 주어질 일들을 보면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삼성사장단 인사에서 공식적인 승진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16일 발표된 2010년 정기 임원 인사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이 전무는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사실상 경영전반에 걸쳐 자신의 색깔을 서서히 입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의 삼성 시대 속에 이부진·이서현 등도 전면에 부상

특히 이번 인사에서 삼성그룹의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된 최지성 사장은 이 부사장의 가정교사로 불리는 최측근 인사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사실상 최지성 사장과 함께 이재용의 삼성 시대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이번 삼성인사를 통해 이재용 부사장의 친정 체제가 더욱 확고해졌다"면서 "앞으로 최지성 사장을 통해 이재용식 삼성이 어떻게 자리를 잡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부사장 중심으로 삼성그룹이 움직이겠지만, 올해 각각 승진한 이부진·이서현 전무 등의 경영 행보에 따라 계열사 분할 시기가 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의 지적대로 16일 삼성 정기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삼성가문의 딸과 사위 등이 모두 승진했다는 점이다. 이 전 회장의 둘째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또 큰딸인 이부진 삼성 에버랜드 전무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상무도 마찬가지로 전무로 올라섰다. 이부진 전무의 경우 올해 초 있었던 2009년 정기 인사에서 승진했었고, 이서현 전무의 남편인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도 올해 초에 진급했었다.


이로써 올해 삼성인사에서 삼성가 3세들이 모두 전무 이상의 고위임원 자리로 이동하면서 각 계열사의 경영 전면에 한 발짝 더 나서게 됐다.

삼성 3세 경영체제, 본격적인 사업분할로 이어질까

이건희 전 삼성회장의 큰딸인 이부진 에버랜드 전무(왼쪽)와 둘째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이들 두 자매는 2009년 임원 인사에서 전무로 각각 승진했다. ⓒ 삼성


이 때문에 삼성 안팎에선 이재용 중심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 전 회장의 두 딸인 이부진·이서현 전무 등으로 사업분할이 언제, 어느 정도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에는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이 그룹 경영권은 이건희 전 회장에게 넘기고, 나머지 자녀들에게는 일정액의 재산과 사업을 분할한 전례가 있다. 범(汎) 삼성가로 일컬어지는 신세계를 비롯해 CJ와 한솔그룹 등이 이러한 방식으로 삼성에서 분리해 독립했다.

특히 올해 초 큰딸인 이부진 전무가 에버랜드 경영에 전면적으로 참여하면서 삼성 3세들의 본격적인 사업분할의 전초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리틀 이건희'로 불리는 이부진 전무의 경우 호텔신라 성장에 기여한 것 이외에도 호텔을 단순 숙박업소가 아닌 일상생활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는 복합휴식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성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올 2월부터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의 식음료와 리조트 사업 전반을 관장하면서 에버랜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번에 승진한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의 경우 지난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회사에 발을 들였다.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학교를 졸업한 후 전공을 살려서 제일모직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이 전무는 현재 제일모직의 '미래사업 발굴'과 '브랜드 중장기 전략기획' 등 주요 경영사항을 총괄하고 있다.

따라서 재계에선 이재용 부사장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생명 등 주력 계열사를 맡고, 이부진 전무는 호텔신라를 비롯해 삼성물산과 에버랜드의 레저·서비스 사업 분야를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부진 전무의 경우 2007년에 삼성석유화학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도 올라 있다. 이서현 전무는 제일모직을 비롯해 제일기획 등 패션과 광고 등의 커뮤니케이션 관련 사업을 맡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에선 "전혀 거론된 바 없다"거나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그룹의 한 임원은 "3세로 사업을 분할하는 것은 앞으로 언젠가는 있을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당분간 현실화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건희 전 회장이 여전히 건재한 상황에서, 전반적인 대외 경영 여건상 당장 이들 3세들에게 사업이 분할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건희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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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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