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으로 다시 만난 노무현, 권양숙의 눈물

노무현 전 대통령 유고집 <진보의 미래> 출판기념회, 민주당·친노인사 700여 명 모여

등록 2009.12.17 08:54수정 2009.12.1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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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가 16일 저녁 서울 신수동 서강대 곤자가 컨벤션홀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유고집 <진보의 미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감사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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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양숙 "더 나은 미래를 꿈꾼 여러분이 이책의 주인" ⓒ 오마이TV


"지난 겨울 매주 두 차례 사저회의가 있던 날 전엔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았던지 대통령은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서재의 불은 새벽이 된 뒤에야 꺼졌다. 감내하기 어려운 일들이 계속됐지만 먼 길 달려온 참모들과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대통령 표정이 참 행복해보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재)아름다운 봉하' 이사장은 끝내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앞서도 영상으로 비치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에,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육성에 순간순간 눈물을 훔쳤다. 그의 울음과 함께 노 전 대통령 유고집 <진보의 미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들의 흐느낌도 곳곳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권 이사장의 눈물 섞인 음성은 계속 이어졌다.

"이 책은 대통령의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더불어 더 나은 미래를 꿈꾸었던 여러분의 것이다. 이 책의 주인이라 생각한다. 대통령이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이 책 밖에서 서성이고 있다. 대통령께서 혼자 감당하기엔 그 짐이 무거웠다. 진보의 미래가 여러분 모두였으면 한다."

마지막 인사가 힘겹게 끝나자, 출판기념회에 모인 이들이 모두 일어서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16일 저녁 노 전 대통령의 육필원고와 육성을 모아 만든 유고집 <진보의 미래> 출판기념회는 고인을 기리는 추모식이자, 고인의 생각을 되묻는 토론회와 같았다. 또 고인을 잊지 못하는 이들의 동창회, 그리고 고인의 뜻을 이어가자는 결의대회와도 같았다.

유시민 "지도자 노무현이 헤치고 나온 길은 이미 옛날의 그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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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 서울 신수동 서강대 곤자가 컨벤션홀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유고집 <진보의 미래> 출판기념회에서 참석자들이 영상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육성을 듣고 있다. ⓒ 남소연


출판기념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육성으로 채워졌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 아이들을 위해서 간절히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고인의 질문에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 박주현 변호사가 "우선은 아이들이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박 변호사는 "아이들은 지금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을 보며 많이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과정을 보면서 상식과 룰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각자가 가진 잠재력을 경제적 형편 등에 상관없이 발휘하며 살 수 있도록 근본적으로 태어나고 교육 받는 데 쓰일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고 싶다"며 "지금 부자에게 깎아준 세금, 강바닥 파고 하는 돈을 거둔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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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 서울 신수동 서강대 곤자가 컨벤션홀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유고집 <진보의 미래> 출판기념회에서 박선원 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육성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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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 서울 신수동 서강대 곤자가 컨벤션홀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유고집 <진보의 미래> 출판기념회에서 참석자들이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고 있다. ⓒ 남소연


노 전 대통령이 "한국 민주주의는 어디까지 왔냐"고 다시 물었다. 6.15공동선언 남측실천위의 김상근 목사가 일어나 "지금 우리 국민 다수는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해 만족하고 있기는커녕 불안해하고 있다"며 "대통령보다 몇 걸음 늦게 우리 곁을 떠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금은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말했다"고 답변했다.

김 목사는 이어, "지금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하고 있다"며 "다시 민주화 운동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 모인 우리가 후퇴하는 민주주의에 기어코 제동을 걸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어 이병천 강원대 교수,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호기 연세대 교수, 한상진 서울대 교수, 정회성 한국환경정책학회장 등이 일어나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육성으로 남긴 화두인 '진보란 무엇인가, 보수란 무엇인가',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진보가 맞나', '세계는 진보의 시대로 가는가 ', '보편적 세계시민은 가능한가', '우리의 삶은 지속 가능한가'에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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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16일 저녁 서울 신수동 서강대 곤자가 컨벤션홀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유고집 <진보의 미래> 출판기념회에서 지도자와 시민 중 누가 역사를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에 "깨어있는 시민이 역사의 발전과 변화를 추동한다"고 답하고 있다. ⓒ 남소연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마지막 화두인 '영웅인가, 시민인가'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세상을 헤쳐나왔다 생각했는데 물을 가르고 나온 것 같다"고 변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책임감을 토로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지도자와 시민은 상호작용하며 역사의 진보를 이뤄간다"고 고인을 위로했다.

"지도자와 시민 중 누가 역사를 만드는가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깨어있는 시민이 역사의 발전과 변화를 추동한다. 그러나 지도자가 아무 역할도 없는 존재는 아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많아지도록, 연대하고 행동하게끔 인도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노무현이라는 지도자가 헤치고 나온 길은 이미 옛날의 그 길이 아니다. 보수의 나라에서 진보를 추구한 정치인으로 느낀 한계와 회한이 많았겠지만 이제 그 아쉬움 접으시라. 이제 시민들이 새로운 지도자를 만들 것을 믿으며 기쁜 마음으로 지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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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진실이 우리 편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나" ⓒ 오마이TV


한명숙 "안녕하시냐 묻기에도 송구할 만큼 엄혹한 시절... 하지만 걱정마라"

질문과 답변은 본래 예정됐던 시간을 훌쩍 넘겼다. 그러나 출판기념회장을 가득 메운 700여 명은 눈을 떼지 않았다. 일부는 노 전 대통령의 육성과 각계 인사들의 답변을 수첩에 열심히 메모하기도 했다.

또한, 자리에 참석한 참여정부 인사와 민주당 의원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변함 없는 지지를 보냈다. 민주당에서는 박주선·김진표·이미경·송민순 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했고 문재인·이병완 전 비서실장, 천호선·김만수 전 대변인 등 참여정부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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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 서울 신수동 서강대 곤자가 컨벤션홀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유고집 <진보의 미래> 출판기념회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와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특히 한명숙 전 총리는 자신을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진실보다 더 센 것은 없다"며 "거짓이 아무리 간교하고 강해보여도 진실을 이길 수 없다"고 다시 한 번 결백을 강조했다. 앞서 그는 "안녕하십니까라고 묻기에도 송구할 만큼 엄혹한 시절이다"며 '겨울공화국'이란 말로 현재 정국을 표현했다. 

한 전 총리는 "여러분이 많이 걱정하는 줄 알지만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며 "저 한명숙, 건강하고 씩씩하다"고 건재함을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특히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를 홀로 오르던 그날의 부끄러움과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다"며 "진실을 믿은 여러분과 손잡고 노 전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많은 사람의 아픔과 고통의 파고를 함께 넘고 싶다"고 말해 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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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진보의 미래> 출판기념회 ⓒ 오마이TV

#노무현 #한명숙 #진보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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