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정신분열증'이라고 막말해도 되나?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121] 최구식 의원, <지붕 뚫고 하이킥> 해리 캐릭터 비하

등록 2009.12.25 12:14수정 2009.12.25 13:22
0
원고료로 응원
a

'빵꾸똥꾸'의 권고조치 뉴스를 언급하던 중 아나운서의 웃음보가 터져 네티즌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 ytn

'빵꾸똥꾸'의 권고조치 뉴스를 언급하던 중 아나운서의 웃음보가 터져 네티즌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 ytn

연일 <지붕 뚫고 하이킥>의 해리가 쓰는 '빵꾸똥꾸'가 화제가 되고 있다. 앞서 방송위의 권고조치에 대한 무식함을 토로한 바 있는데, 지속적으로 화젯거리를 양산하고 있어 2009년도 최고의 유행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선 방송위의 권고 이후 YTN 뉴스 아나운서가 위원회의 권고조치 뉴스를 다루면서 웃음보가 터져 화제가 되었다. 사실 큰 방송 사고나 다름없었지만 오히려 네티즌들은 '얼마나 한심한 뉴스였으면 웃겠느냐'며 환영을 표하고 있다. 특히 NG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너그럽게 넘어갔다.

 

이후 소설가 이외수는 "대한민국에서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며 "통금이 부활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그만큼 이번 사안은 위원회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을 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구식 의원, 폭탄발언 '정신분열증'

 

이러한 가운데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인터뷰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과연 이 사람이 <지붕 뚫고 하이킥>을 단 한 편이라도 제대로 보고 이런 말을 남겼는지 의문스럽다.

 

최 의원은 CBS라디오 <시사자키 양병삼입니다>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어떤 생각을 가졌느냐"라는 양병삼 PD의 질문에 "공중파 방송의 막말이 지독한 수준"이라며 해리 역에 대해서는 "정신분열증 걸린 게 아닌가 싶다"고 폭탄발언을 했다. 이어 "이런 프로그램은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킥 감독이 해리 캐릭터를 바꾸지 않을 것이며 '빵꾸똥꾸'라는 말도 굳이 없앨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최 의원은 "일부 PD들이 본인이 해서는 안 될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도 그게 무슨 잘못인지를 전혀 모른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또 "권고조치가 약하다고 하시는데 어떤 조치가 필요하느냐"라는 질문에도 "이런 프로그램은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답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방송중지 관련해서는 "중지보다는 주인공을 이런 식으로 설정하는 것은 제가 봐서는 정상적인 상황은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한다면 "세상에 저렇게 비뚤어진 사람도 존재하는구나"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겠다. 그런데 최구식 의원은 개인적인 의견이라 하기엔,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인이다. 그러기에 '정신분열증'이라는 단어는 내뱉지 말았어야 한다. 대체 누가 막말을 일삼는지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최구식 의원이 막말인 이유, 두 가지

 

최구식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소속이다. 그래서 이번 '정신분열증' 논란은 '아이'에게 한 말인 것을 떠나 문방위 소속으로서 제대로 된 문화예술 관련되어 연구를 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 그래서 그가 내뱉은 그 말은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막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첫째, <지붕 뚫고 하이킥>을 단 한 번도 보지 않은 듯싶다. 그는 '이런 프로그램을 굳이 만들어야 하느냐'고 답했다. 하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은 해체된 가족과 사랑이 식어버린 현대인들의 단면을 그려내며 시청자들은 물론 대내외적으로 호평받고 있다.

 

특히 가족들의 무관심으로 풍요롭지만 사랑이 필요한 해리 캐릭터야 말로 요즘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캐릭터인 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최 의원은 프로그램 자체에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최 의원은 단 한 번도 <지붕뚫고 하이킥>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적어도 기획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하는 문방위 소속 의원이 말이다.

 

그저 단편적으로 아이가 올바르지 못한 언어를 사용한 점을 들어 이야기할 뿐 캐릭터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거나, 시트콤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사실상 해리가 정신분열증에 걸렸다면 드라마 속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복수를 하는 인물들은 사이코패스인가 반문하고 싶다. 유독 '해리'의 캐릭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둘째, 아무리 드라마 속 캐릭터이지만 '정신분열증'이라는 단어가 공식인터뷰에서 정당하느냐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방송에서 막말퇴치를 주장하던 그가 아이의 캐릭터를 두고 정신분열증이라 말한 그 자체가 막말이 아닐까. 특히 단편적으로 '빵꾸똥꾸'를 판단해 버리고 정신이상자로 몰아간다는 것은 어른이 아이에게 할 소리는 아니다.

 

더 나아가 문방위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의 발전에도 기여해야 할 곳이다. 그럼에도 단편적으로 언어사용을 들어 비난하는 모습은 대한민국의 문화발전의 미래가 걱정되는 부분이다. 분명 대중문화예술은 어떠한 기준도 필요하지만 창작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무차별적으로 비난하거나, 검열하고, 제지하는 행위는 과거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보기 좋게 하이킥 날린 <지붕 뚫고 하이킥>

 

a

최구식 의원이 해리 캐릭터에 대해 정신분열증이라 언급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해리의 외로움을 조명해 제대로 한 방을 날렸다. ⓒ 강경희

최구식 의원이 해리 캐릭터에 대해 정신분열증이라 언급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해리의 외로움을 조명해 제대로 한 방을 날렸다. ⓒ 강경희

이러한 막말논란을 예견하듯 24일 방송에서 보기 좋게 하이킥을 날렸다. 24일 방송에서 무책임한 아빠는 해리보다 아내 현경을 위해서 스위트룸을 예약하고 나가버린다. "우리 트리 만들자"라는 해리의 말을 무시한 채.

 

할아버지 순재는 황혼로맨스로 정신이 없어 해리는 신경 쓰지 않고 역시 나가버린다. 삼촌 지훈은 의사여서 늘 집에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역시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오지 않는다.

 

그리고 남은 가족은 유일하게 오빠 준혁이지만 역시 해리에게는 관심이 없다. 그렇게 해리는 마치 <나 홀로 집에>의 캐빈처럼 홀로 남겨지게 되었다.

 

물론 객식구 세경자매가 있지만 이들과 소통하는 법을 몰라 '빵꾸똥꾸'라 지칭한다. 그런 그들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는 모스을 보며 "메리 꾸질이마스"라고 놀려댔지만 정작 자신은 홀로 남아 무료함을 보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남은 오빠 준혁은 세경이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트리의 전구불을 가지고 낑낑댄다. 준혁이 열심히 만들어 놓은 트리의 불빛을 보고 해리는 남몰래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집에서 단 한 번도 구경하지 못했던 트리를 본 해리는 서서히 마음이 녹고 신애와 함께 인형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즉, 풍요 속의 사랑이 필요한 해리가 조금씩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방송에서는 해리의 고독과 외로움이 비교적 잘 드러나 있다. 또한 그로 인해 '빵꾸똥꾸'와 같은 표현을 쓰지만 마음 속에서는 여느 아이와 다를 바 없음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시청하는 시청자로서 왠지 모를 묘한 통쾌함이 느껴졌다. 탁상공론에 빠져 숲을 보지 못한 채 나무만을 보던 위원회와 최 의원에게 <지붕 뚫고 하이킥>은 제대로 한 방을 날린 셈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최 의원이 이번 회를 방송에서 봤다면 '정신분열증'이라는 말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극중에서 종종 표현되었지만 방송을 제대로 볼 시간이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보지 못했을 것 같은 그들이 참으로 불쌍하다. 그들이야 말로 군중 속에 고독한 존재가 아닐까. 모두가 'YES'라 외치지만 그들은 유독 'NO'라고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도 송고합니다. 

2009.12.25 12:14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그에도 송고합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 #해리 #막말 #최구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3. 3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4. 4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5. 5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