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섬에 버스정류장이 생긴 이유는?

한강대교에는 두 개의 한강전망대 카페가 있다

등록 2010.01.09 19:05수정 2010.01.0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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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대교 ⓒ 유혜준


"어, 여기서도 버스가 서나?"
"새로 생긴 버스 정류장인데 정차벨 잘못 누르면 안 돼. 지난번에 미리 벨을 눌렀다가 버스가 서서 문을 여는 바람에 내린 적이 있어. 어찌나 얼쯤하던지."

버스를 타고 한강대교를 건너다가 무심코 듣게 된 대화 내용이다. 지난해 9월 말 한강대교에는 버스정류장이 새로 생겼다. 정류장 이름은 노들섬. 이 버스정류장에서 사람이 타거나 내리는 것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한데 재미있는 것은 이 버스정류장을 지나치는 버스들이다.


한강대교가 운행노선에 포함되는 버스들은 한강대교의 가운데 지점에 자리한 이 버스정류장에 가까워지면 차선을 바꾼다. 어쩌다 차선을 바꾸지 않는 버스도 있지만 대부분 차선을 바꿔 버스정류장 가까이 간다. 그렇다면 아무도 타지도, 내리지도 않는데 정차를 할까?

어떤 버스는 그냥 휙 지나간다. 어차피 내리는 사람도 없고 타는 사람도 없는데 뭐 하러 서냐, 하는 반응처럼 느껴진다. 어떤 버스는 잠시 정차하는 듯하다가 휭 하니 출발한다. 어떤 버스는 잠시 주춤하면서 앞문을 살짝 열었다가 얼른 닫아버리고 이내 출발한다. 어떤 버스는 서기는커녕 속도도 줄이지 않고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문을 여는 것 같은 시늉을 하다가 닫으면서 그냥 내달려 버린다.

버스가 노들섬에 정차하는 이유는 '한강전망대에 가실 손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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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 버스정류장 ⓒ 유혜준


한강대교는 인도 확장공사를 하면서 다리를 사이에 두고 2개의 한강전망대를 새로 설치했다. 이름은 한강전망대지만 실은 카페다. 그 전망대에 가려면 노들섬에서 내리라고 버스정류장이 신설되었고, 버스들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섰다가 가게 된 것이다. 버스정류장이 새로 생겼으니 버스가 들렀다 가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한강대교 한가운데 있는 버스정류장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질 것 같다.

차량의 통행이 별로 없는 시간대라면 모르겠는데, 차량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출·퇴근시간대에 차선을 바꾸면서까지 버스정류장에 들러서 서는 시늉을 하는 버스들을 보고 있자면 고개가 저절로 갸우뚱해진다. 이 뭔 짓인고,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엉거주춤한 버스, 얼떨결에 내린 손님

그런데 정차벨을 잘못 눌러서 얼떨결에 그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는 여자의 말을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자 이번에는 실소가 저절로 나온다. 벨을 잘못 눌렀다고 하면 그만인 것을 잘못 내리는 걸 뻔히 알면서도 정차벨을 눌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노들섬에서 내리다니. 참 주변머리도 없다, 싶어진다.

1월 7일, 버스가 한강대교에서 엉거주춤하게 정차하게 만든 두 개의 카페 구경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가서 노들섬에서 내릴까, 하다가 걸어갔다. 노들섬 버스정류장을 지나치면서 보니 앞서 설명한 것처럼 버스들이 버스정류장을 지나가는 행태가 여러 가지다. 그래서 한동안 서서 버스들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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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위에는 얼음조각이 떠 있었다. ⓒ 유혜준


하필이면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날, 한강대교를 건너면 칼바람에 엄청나게 추울 줄 알았는데 다행히 오후 들어 기온이 올라갔는지 생각보다 춥지 않다. 바람의 위세도 많이 줄었다. 한강은 아직 꽁꽁 얼어붙지 않았다. 강물 위에는 커다란 얼음조각들이 떠 있다.

한강대교는 노들섬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다리가 놓여 있다. 다시 말해 한강대교 가운데에 노들섬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중지도로도 불렸지만 지금은 노들섬으로 불린다. 서울시는 이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한 공연장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노량진 쪽에서 걸어가니 아치형 구조물이 있는 다리의 인도는 사람이 걸을 수 있게 눈이 양옆으로 치워져 있었다. 한데 용산구에 속한 다리는 눈이 그대로 남아 있다. 사람의 발길에 눈이 다져진 채로 눈길이 나 있어서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서 걸어야 했다. 제설작업은 용산구보다 동작구에서 빨리 진행된 것 같다. 이날도 동작구 쪽의 다리에서는 제설작업이 한창이었지만, 용산구 쪽의 다리는 내린 눈이 자연(?)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노들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한강전망대까지 가려면 용산 방향으로 최소한 300미터 이상은 걸어야 할 것 같다. 카페가 둘 다 용산 쪽의 한강대교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왕에 버스 정류장을 만들려면 카페 바로 앞에 만들 것이지 왜 이리 멀리 떨어진 곳에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한 공연장은 2014년에 완공될 예정이니 그 때문에 버스정류장을 신설한 것 같지는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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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전망대 밑 버스정류장. 이 버스정류장에 서는 버스는 단 하나, 6211번 버스. ⓒ 유혜준


한강전망대 카페 앞까지 가보니 그곳에도 버스정류장이 있기는 했다. 노들섬 버스정류장에는 표지판 하나만 덜렁 세워놨는데, 이곳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지금은 눈 속에 파묻혀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하지만 이곳에 서는 버스는 달랑 노선 하나. 신월동에서 상왕십리를 오가는 6211번 버스.

"버스를 타고 오는 손님은 거의 없어요. 주로 차를 타고 오십니다."

한강전망대 노들카페 직원의 말이다. 그만큼 한강전망대 카페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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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카페 ⓒ 유혜준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노들카페는 문을 열긴 했으나 영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도관이 얼어서 물이 나오지 않는단다. 그때가 오후 2시가 넘은 시간. 영업은 정오부터 한다. 평일에는 자정까지 영업을 하고,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새벽 2시까지 문을 연다는 것이 카페 직원의 설명이다.

한강대교에 있는 2개의 한강전망대 노들카페와 카페 리오는 서울시에서 공개입찰을 통해 위탁을 받아 한강사업본부가 운영을 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1월 5일, 문을 열었다. 노들 카페는 주로 주류를 판매하고, 한강대교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있는 카페 리오는 커피전문점으로 오픈했다. 한데 노들카페의 주류 판매가 인기가 많아 카페 리오에서도 본격적으로 술을 팔 예정이라고 한다.

아무리 추워도 사람들은 할 건 다 한다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으나 한강전망대 카페는 명소로 이름이 나기 시작해, 손님들이 제법 많이 오는 편이라고 한다. 대중교통 이용이 용이하지 않고, 걸어서 가기에는 더더욱 불편한 이 카페에는 직원의 말대로 차를 이용해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늦은 시간에 한강대교를 지나다가 보면 카페 앞에 늘 여러 대의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강대교 위에 자동차를 세우고 카페에 들어갈 수는 있는데, 문제는 불법주차라는 것.

카페 측에서는 손님들에게 불법주차니 차를 세우지 말라고 이야기를 한단다. 하지만 그 뿐이다. 불법주차를 한 건 손님이지 카페는 아니니까. 한밤중에 서울시에서 한강대교까지 나와 불법주·정차단속을 할 리가 없으니 단속에 적발될 가능성은 낮을 것 같다. 단속이 심하면 자동차가 계속해서 주차되어 있을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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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리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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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차 하지 말라는 카페의 안내문. ⓒ 유혜준


그렇다면 한낮에는 어떨까? 노들카페 반대편에 있는 카페 리오에서 직접 목격했다. 카페 손님의 불법주·정차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불법주차단속 명찰을 단 단속원이 카페로 들어와 차량번호를 부르면서 누구 차냐고 물었다. 아마도 손님 차량이었던 모양. 카페 직원은 금방 갈 거니까 그냥 놔두라고 대답한다. 단속원은 제설작업 중이라서 그러니 빨리 빼 달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

카페 리오의 카운터에는 손님들에게 불법주차를 자제해줄 것을 부탁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카페를 찾는 손님들 대부분이 불법주차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역으로 증명하는 안내문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한강대교 아래의 한강공원에는 주차장 시설이 갖춰져 있긴 하다.

수도관이 얼어서 영업을 못하는 노들카페와 달리 카페 리오는 영업 중이었다. 할아버지 네 분이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중년 여자 넷이 그 옆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남녀가 손님의 대부분일 것이라는 편견이 그들을 보면서 순식간에 깨졌다. 이곳에서 이런저런 모임을 해도 좋고, 가볍게 차를 마시러 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강전망대라는 이름답게 이들 카페에서는 한강이 아주 잘 내려다보였다. 눈 덮인 한강공원과 동작대교 그리고 한강변의 거대한 구조물인 아파트 단지들까지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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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 카페 ⓒ 유혜준


카페 리오에서는 커피를 비롯한 음료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식사까지 할 수 있다. 사면이 유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방향이든 다 내다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낮에 보는 경치보다는 야경이 더 아름다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카페 리오 역시 낮보다는 밤에 손님들이 몰린다고 했다. 노들 카페에서는 맥주를 비롯해 와인 종류를 판매하고 있다. 두 카페의 분위기는 다르다. 두 카페 모두 내부를 둘로 나누어 한쪽은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다른 한쪽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한강전망대에는 한강공원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이 계단은 한강전망대가 들어서기 전에도 있었으나 새롭게 보수했다. 추운 날인데도 한강변을 따라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고, 한강대교를 걸어서 건너는 사람들도 어쩌다 눈에 띈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사람들은 할 건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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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리오에서 바라본 한강의 전망 ⓒ 유혜준


#한강대교 #한강전망대 #노들카페 #카페 리오 #노들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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