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길 살려 자전거 길로? 참 좋은 생각!

[두 바퀴에 싣고 온 이야기보따리 78] 구미시 산동면923번 지방도에 잔찻길이 생기다

등록 2010.01.09 18:07수정 2010.01.0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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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산동면 옛길을 살려 자전거 길을 만들었어요. 매우 훌륭한 생각이지 않나요? 이곳은 구미시장천면과 산동면의 경계인 고갯마루입니다. 여기부터 산동중학교까지 3km쯤 되는 길을 자전거 길로 만들었답니다. ⓒ 손현희


"어! 여기 언제 바뀌었지? 참 잘 해놨네."
"이야~! 멋지다. 참 좋은 생각이네. 지난 여름에만 해도 이렇게 안 해놨더니, 참 멋지다. 산동면 대단하네. 이건 정말로 잘하는 거다."
"우리 이 길 끝까지 한 번 가보자. 어디까지 이어놨는지 궁금하네."
"좋아 좋아 한 번 가 봐요. 나도 궁금하네."

구미시 산동면 923번 지방도, 없던 잔찻길이 생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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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박 선생 기념비 산동 초등학교 옆, 낮은 언덕에 있는 독립운동가 '황진박 선생 기념비'랍니다. 이쪽 길을 지금까지 자전거를 타고 그렇게나 자주 다녔는데도, 이날 처음 봤답니다. 길가에 안내판이라도 하나 세워두면 좋을 텐데... 무엇보다도 이런 것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지나칠 만큼 지난날에는 이 길을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오로지 달리기만 했어요. 새로 난 자전거 길로 들어서니, 이렇게 역사 속 훌륭한 선생의 기념비도 만나는 군요. ⓒ 손현희

지난해에 새로 만든 '산동참생태숲'과 그 둘레에 가보려고 자전거를 타고 나섰어요. 구미시 산동면 923번 지방도 곁에 있는 산동초등학교에 다다랐을 때, 남편과 난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처음엔 학교 앞이라서 아이들이 다니기에 안전하도록 만들어둔 길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학교 앞을 지나 저 멀리까지 제법 넓은 길로 쭉 잇달아 있는데, 찻길 옆으로 경계석을 따로 두고 그 안쪽으로는 2미터쯤 되는 길에 새롭게 아스팔트를 깔아놨어요.

신기했어요. 자전거길이랄 수도 있겠고, 마을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답니다. 오가는 차들과는 아무 상관없이 이 길로 가면 위험하지도 않고 마음 놓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겠더군요.

없던 길을 넓혀서 새로 만든 것도 아니고, 찻길 폭을 조금 줄였을 뿐, 본디부터 있던 곳에다가 아스팔트만 새로 깔고 경계석만 더 놓았던 거예요. 이런 놀라운 생각을 해낸 구미시와 산동면이 퍽 고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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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대 앞 구미시 산동면 지방도 앞에 자리 잡은 경운대학교입니다. ⓒ 손현희


내친김에 이 길이 어디까지 이어져있는지 보려고 길을 따라 가 봅니다. 경운대학 앞을 지나 곧게 따라가니, 장천면과 산동면의 경계인 고갯마루에서부터 시작되었더군요. 또 다시 반대로 왔던 길을 따라 가 봅니다. 옳아! 아직도 한창 길을 잇고 있는 거였어요. 우리가 갔던 날(12월 27일)엔 바로 산동중학교 앞까지 길을 이어놓았더군요.


우리처럼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이들한테는 더 없이 고맙고 소중한 길이랍니다. 폭도 꽤 넓어서 자전거를 타고 두 사람쯤은 함께 지나갈 수가 있고요. 걷는 이는 말할 것도 없이 편하고 좋은 길이었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날에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갓길이 너무 좁아서 매우 힘들게 갔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옛길을 살리고 다듬어 자전거 길을 만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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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난 자전거 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 봅니다. 자전거 두 대가 함께 오순도순 이야기 하면서 가도 괜찮을 만큼 길 폭이 너끈하네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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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도 안전하게 찻길로 다니지 않아도 너끈히 다닐 수 있습니다. 위험하지도 않고 마음놓고 다닐 수 있는 길이 만들어졌어요. 이렇게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옛길을 조금만 손본다면, 매우 훌륭한 자전거 길을 만들 수 있겠네요. 사람도 안전하게, 자전거도 안전하게...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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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중학교 앞 지금은 장천면과 산동면 경계인 고갯마루부터 시작해서 한 3km 남짓 되는 길을 따라 산동중학교 앞까지 이어져 있답니다. 지금도 계속 잇고 있는 중이랍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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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생각~! 지난날에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빨리 지나다니는 차들 때문에 잔뜩 겁을 먹고 오로지 어서 여기를 벗어나기만 바라는 마음으로 빨리 내달렸던 곳이에요. 갓길도 없는 데다가 차가 많이 다니지 않다보니, 워낙 속력을 내는 곳이라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가 겁이 났었지요. 그랬던 길이 이렇게 좋아졌으니... ⓒ 손현희


갓길이 좁다기보다 아예 없었답니다. 오로지 찻길로만 다녀야 했는데, 나름대로 오가는 차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길에 속력을 내기가 좋은 곳이라서 매우 빠른 속도로 휙휙 지나가는 차들 때문에 잔뜩 겁을 먹고 빨리 그 길을 벗어나려고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아서 지나갔던 생각이 나네요. 나중에 집에 돌아와 혹시나 이렇게 길을 내기에 앞서 찍어뒀던 사진이 있나 싶어 찾아봤더니 한 장도 없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그 길은 오가는 차들을 피해 빨리 벗어나려고만 했었으니까 길 사진을 찍을 엄두도 못 냈던 거지요.

구미시 산동면 이 길은 923번 지방도랍니다. 이 길과 나란히 새로 생긴 25번 국도가 따로 있지요. 구미에서 상주까지 가는 이 길을 지나가는 차가 많기 때문에 나름대로 이 지방도는 마을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산동과 장천, 인동 쪽으로 빠져나가는 차들이 아니라면 거의 새로 생긴 25번 국도로 갈 테니까, 찻길 폭을 조금 줄이고 자전거를 타는 이나 마을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을 따로 마련해준 게 얼마나 좋은 생각인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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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아스팔트를 깔지 않아도 좋아! 길 가장자리를 조금만 손본다면, 굳이 아스팔트를 깔지 않아도 될 만큼 아주 멋진 길이 됩니다. 이렇게만 해도 큰 돈 들이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좋은 길을 만들 수 있겠지요? ⓒ 손현희


요즘 정부에서도 녹색정책 덕분에 자전거에 많이 마음을 쓰고 있는 줄로 압니다. 그러다 보니, 없던 자전거 길도 새로 만들고 거기에 들어가는 예산도 꽤 많겠지요? 그러나 이곳 산동면처럼 옛 지방도를 조금씩 새로 다듬고 고쳐서 손본다면, 얼마든지 멋진 자전거 길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아스팔트를 새로 깔지 않아도 되겠지요.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찻길 가장자리에 잡풀이 자라거나 제대로 손을 보지 못해서 길이 좁아진 곳도 더러 봅니다. 차들이 그리 많이 다니지 않는 이런 옛길을 잘 다듬고 고치기만 한다면, 아주 훌륭한 자전거 길을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구미시만 해도 새로 난 큰 길이 따로 있어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옛 길이 꽤 많이 있답니다.

어떤가요? 구미시 산동면 923번 지방도, 이곳처럼 옛길을 다듬어 자전거 길을 만들어 보면 참 좋겠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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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우총 앞 시도민속자료 제106호인 의우총이 있는 곳 앞입니다. 의우총은 지난 2006년에 제가 자세하게 소개한 기사가 따로 있습니다. 이 길 앞에도 안전하게 지나다닐 수 있도록 건널목도, 거님길도, 잔차길도 아주 잘 되어 있어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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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 생태공원 구미시 산동면 경운대 옆길을 따라 '문수지'라는 저수지를 지나면 새로 생긴 '산동 생태공원'이 있어요. 이 길 위로 또 올라가면, 언젠가 제가 기사로 소개했던 마당 한 가운데 큰 멧돌이 있던 '문수사' 절집도 있지요. 그러고 보니, 이곳 구미시 산동면 이야기를 기사에도 많이 담았었네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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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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