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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일요일(24일)에도 꼭 참석하라는 고향 죽마고우 모임 총무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암, 가야지!"
그제(20일) 전화를 한 친구는 딱히 별명이 없다. 술도 안 마시는 데다가, 아니 못 먹는 데다가 매사 자로 잰 듯 모범생인 까닭이다. 하지만 나와 더불어 다른 친구들은 다르다. 그것도 가히 천양지차(天壤之差)처럼 그렇게.
우선 이 친구들에겐 다들 그렇게 별명이 있다. 별명을 말하는 것이니만치 예의 상(?) 나부터 이실직고하는 게 맞는 순서일 듯 싶다. 먼저 나의 별명은 '개바퀴'다. '꼬바리'라는 별명이 붙은 친구가 붙여준 것인데 별명은 이를 작명한 이의 숨은 뜻이 담겨있음은 물론이다.
언젠가 하도 사는 게 힘들어서 바다에 뛰어 들어가 죽으려고 한 적이 있다. 물론 맨 정신으론 감당하기가 어려웠기에 친구들이랑 같이 간 동해바다에서 벌인 만취 뒤의 무모한 작태였지만. 그 이후로 꼬바리라는 친구는 나에게 "너는 술만 처먹으면 이제부터 '개바퀴'다!"라며 놀림감의 별명을 붙여주었다.
근데 왜 개(犬)에 더하여 바퀴라는 걸 굳이 붙였을까? 여기서 짐짓 의문이 생성되지 않는가? 이 또한 속 시원한 해답을 알려주겠다. 술에 만취하면 개가 되는 이들은 적지 않다. 이는 나 또한 별 수 없는 속수무책(束手無策)의 경지다. 이처럼 만취하면 '개'가 되는 형국에 더하여 '바퀴'까지 달아 준 친구의 속셈은 내가 만취하면 이따금 그렇게 바퀴 달린 자동차 모양으로 아무 데나 돌아 다니면서 소변을 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항변한 적이 있었다. "그럼 너는 쏟아지려는 오줌을 참을 수 있냐? 그럼 이 놈아, 방광염 걸리는 겨!"
어쨌거나 한 번 '찍힌' 별명은 씻을 수 없는 각인(刻印)으로 고착화되고야 말았다. 다음으론 나에게 이처럼 치욕의 별명을 별처럼 빛나게(?) 달아 준 꼬바리 라는 친구의 그 별명 생성의 유래를 고백하련다. '꼬바리'는 '담배를 담는 통'의 충청남도 방언이다.
꼬바리라는 이 친구는 어려서부터 '싸가지가 없었다'. 그래서 고작 나이 열 여섯 인가서부터 부모님 모르게 담배를 배웠던 것이다. 나는 그보다 1년 늦게부터 피웠지만. 그래서 그 친구의 그러한 흡연 행태를 빗대서 '곰'이란 친구가 그예 '꼬바리'라는 치명적 약점의 별명을 붙여준 것이었다.
다음으론 '꼬바리' 친구에게 있어선 영원한 앙숙(왜냐면 자신에게 그처럼 '쪽 팔리는' 별명을 붙여준 '악랄한' 녀석이기에)에 다름 아닌 '곰'이란 친구의 별명 유래 차례다. 이 친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유명한 축구선수였다. 하여 우리 친구들은 이 친구가 장차로는 홍명보 못지 않은 부동의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집안 형편상 이 친구는 대학에도 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 꿈을 버려야 했는데 하지만 평소에 의리가 샘물처럼 깊고 웅숭한 게 마치 우직한 '곰'을 닮았다. 고로 이 친구의 별명은 지극히 보편타당하며 매우 의미심장하기까지 한 셈이다.
다음으론 '연탄' 별명을 가진 친구의 순서이다. 얼굴색이 흡사 연탄처럼 검은 이 친구는 마치 중국 고전 <수호지>에 등장하는 흑선풍 이규를 닮았다. 그렇지만 이 친구 역시 의리가 돈독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 하는 다혈질의 소유자다. 연전 대형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운전면허가 취소되어 오랫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작년에 겨우 다시 회복되어 이제는 생업인 대형트럭을 몰 수 있게 되어 여간 다행이 아니다.
하지만 '꼬바리'와 '곰' 친구는 지금이 엄동설한인지라 생업이자 본업인 '노가다' 일이 없어 노는 상황이다. 어서 봄이 되어 이 친구들에게도 명실상부한 봄이 도래했음 좋겠다.
별명(別名)은 사람의 외모나 성격 따위의 특징을 바탕으로 남들이 지어 부르는 또 하나의 이름이다. 그러므로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듣기에도 좋고 의미 또한 훌륭하다고 하면 이는 분명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헌데 어찌 하여 나에겐 참으로 치명적인 바퀴, 그것도 그냥 바퀴가 아닌 '개바퀴'란 말인가! 도도히 흘러 온 세월을 물릴 순 없는 노릇이다. 그렇긴 하더라도 당시에 나에게 이처럼
부끄러운 별명을 붙여 준 친구에겐 다시금 강하게 항변하고만 싶다.
"나, 이 별명 정말 싫다! 대신에 '꽃미남'으로 바꿔 줘!"
2010.01.22 1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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