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진영의 봄날이 간 진짜 이유는?

[뉴스 속 건강 106] 장진영 죽음의 결정적 원인, 수술 시기 놓친 것

등록 2010.02.11 15:51수정 2010.02.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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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시비에 휘말린 구당 김남수 옹 ⓒ 동아시아


영화배우 고 장진영씨에 대한 구당 김남수(95)옹의 침뜸 시술에 대한 논란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은 <프레시안>에 기고하는 '낮은 한의학' 칼럼에서 장씨가 구당의 과도한 뜸뜨기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포문을 열었고,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를 쓴 MBC 이상호 기자는 다음날 즉각 이상곤 원장의 칼럼을 반박하는 글을 썼습니다.

그러나 지난 20일 이상곤 원장은 "사스·에이즈를 '뜸'으로 치료한다고?"라는 칼럼을 기고하면서 공세의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습니다. 대한 한의사협회와 구당 측도 서로 법적 대응을 하면서 장씨의 투병과정과 사인에 대한 진실게임의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고 장진영, 병원에서 침뜸 치료를 막았나?

장진영씨가 침뜸 치료를 그만두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진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김남수 옹 측에서는 침뜸 치료로 회복세를 보이던 장씨의 증세가 의사들의 반대로 인해 중단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상호 MBC 기자는 지난해 12월 24일 <프레시안> 기고글에서 "수술이 불가능하다며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내렸던 대학 병원은 그때까지 장진영씨가 침뜸 치료를 받고 있는 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고 말하며 "무지한 병원이나 침뜸의 진실을 가로막고 있는 한의계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습니다.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에서도 "장진영씨의 치료를 담당한 병원은 장씨가 침뜸 시술을 받는다는 걸 뒤늦게 알고 시술을 중단시켰으며, 그래서 2008년 12월 크리스마스 이후부터 침뜸 시술을 포기하고 병원 치료에만 의존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씨의 남편 김영균씨가 쓴 책 <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에서는 "침뜸 치료를 병행하면 괜찮은지 담당 의사에게 물었더니 의사는 본인이 원한다면 침뜸 치료를 하라고 했다"(188쪽)고 다르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편 김씨는 그의 책에서 침뜸 치료를 받지 않게 된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습니다.

2009년 2월 초, 아침 일찍 침뜸 치료를 하러 간 진영이가 토하기 시작했다는 연락이 왔다. (중략) 병원으로 데려가 검사를 했고, 이때 병원 측에서 "내성이 생겨 항암제를 바꿔야 할 것 같다. 침으로 인한 감염 우려가 있으니 더 이상 침뜸을 병행하지 말라"고 했다. 내성이 생겨 암이 다시 활동하는데 침뜸을 병행하다 위에 탈이 생긴 것 같았다. 우리는 이 일을 계기로 항암주사를 바꾸고 병행하던 다른 치료를 접기로 했다. 전이가 진행돼 수술은 불가능해졌다. 침뜸이 전이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에 진영은 크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209쪽).

침뜸의 치료 효과는 극적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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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는 지난 2월 장진영 씨의 상태가 악화되자 침으로 인한 감염 우려로 인해 더 이상 침뜸을 병행하지 말 것을 권했습니다. ⓒ 대한침구학회

"치료 석달 만에 이뤄진 병원 측의 정밀 검사 결과, 복수가 모두 빠졌으며 복부와 임파선의 암전이가 사라지고 위장 내부도 깨끗해졌다는 판단을 장진영씨는 받아내게 된 것입니다"

이상호 기자는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는 침뜸의 효과로 인해 장진영씨의 암이 극적으로 치유되고 있는 과정을 위와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상호 기자의 기고글이 사실이라면 침뜸의 효과는 정말 놀랄 만한 것입니다.

장씨는 치료를 시작할 당시 4기 위암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4기 위암인 경우 5년 생존률은 약 3% 정도. 하지만 이상호 기자가 주장하듯 침뜸의 치료로 "복수가 모두 빠졌으며 복부와 임파선의 암전이가 사라지고 위장 내부도 깨끗"해졌다는 것입니다. 주위 림프절(임파선)의 암전이가 사라졌다는 것은 아무리 상태를 좋지 않게 본다고 하더라도 1기 위암에 해당합니다. 즉 치료 3달 만에 4기 위암에서 1기로 변한 것입니다.

1기 위암의 생존률은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5년 생존률이 50~60% 이상입니다. 위암에서의 림프절 전이는 환자의 5년 생존률에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림프절 전이가 사라졌다는 것은 환자의 상태가 완치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장씨의 투병생활은 전 국민이 애도하듯이 슬픈 결말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장씨가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한의계와 김남수옹의 진실게임입니다.

다음은 구당 김남수옹의 주장에 맞춰본 장씨의 투병생활입니다.

4기 위암 진단→ 김남수 옹의 침뜸 치료로 1~2기 위암으로 호전→ 의사의 만류로 침뜸 치료 중단→ 4기 위암으로 악화→ 사망

다음은 4기 위암 환자의 일반적 경과입니다.

4기 위암 진단→ 사망

장진영의 봄날, 침뜸 때문에 가버렸나?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이라는 유명한 명제가 있습니다. 보다 적은 수의 논리로 설명이 가능한 경우 많은 수의 논리를 세우지 말라는 것입니다. 물론 구당 측의 주장과 같이 3개월도 안되는 기간 동안 극적으로 암의 병기가 변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침뜸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시행받은 항암치료와 같은 변수도 작용합니다. 또한 아직까지 많은 경우 4기 위암 환자의 경과는 집중 치료에도 불구하고 그리 좋지 못합니다.

위암의 경우 완치를 위해서는 위 절제술과 같은 '수술'이 필수적입니다. 장씨에게도 위 절제술을 받을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장씨의 남편 김영균씨도 오히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씨는 지난 21일 방송된 SBS <한밤의 TV연예>와 인터뷰에서 "(아내가) 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하기로 결심했는데 1차 전이가 됨으로써 수술을 못하게 됐다"며 "멕시코에 가면 수술 안하고 한 달 정도 치료하면 완치시킬 수 있다는 데가 있다고 추천 받아 그곳에 갔고, 방사선 치료 등을 받았는데 멕시코에 간 것이 사망 원인이 돼버렸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질병은 어느 누구에나 공평합니다. 4기 위암의 경우 장씨의 남편 김씨가 잘 알고 있었듯이 적절한 치료를 계속했다면 그들의 결혼 생활은 좀 더 길어질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한정호 청주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최근에는 젊은 환자의 4기 위암의 경우에도 항암치료를 먼저 해서 암의 크기가 줄면 수술을 시도하는 선행항암치료(neo-adjuvant chemotherapy)를 종종 시도한다"면서 "당시 병원에서 위암 제거 수술을 했다면 완치도 기대해 볼 만했던 상황"이라고 덧붙입니다. 이어 그는 "국내 대학병원에서의 치료를 중단하고 멕시코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았던 것이 장씨의 병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안타깝게 말합니다.

의사 블로거로 유명한 청년의사 블로그 '헬스로그'의 양광모 대표도 "완치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전이성 위암 자체가 장씨의 봄날을 가게 만든 원인 진짜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즉 고인이 된 장진영씨는 매우 안타깝지만, 전이성 위암으로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여명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양광모 대표는 "전이성 위암을 완치시킬 수 있는 치료법이 있다면 그것이 뜸이든 그 어떤 약물이든, 전 세계 수천만의 인류를 구원할 것임은 자명하다"면서 "양측의 치료법에 대한 논쟁을 하는 것 역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치료를 했더라도 위암의 자연경과를 거스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정호 과장도 "적어도 정상적인 항암치료를 꾸준히 받았다면 6개월이나 1년 이상의 기대 수명이 더 연장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장씨가 의료인의 조언보다 비의료인들의 말을 더 귀담아 들었던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장씨의 치료법에 대한 한의학계와 김남수옹의 논쟁은 정작 장씨가 투병생활을 시작할 당시 4기 위암이었다는 가장 중요한 전제를 놓치고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또한 암과 같은 중요한 치료를 할 때에는 누구보다도 담당 주치의의 조언이 가장 중요하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미 고인이 된 장진영씨의 명복을 빕니다.
#장진영 #구당 #구당 김남수 #이상호 #이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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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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