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슬프다 강.대.인. 이렇게 떠나가시다니

유기농업의 선구자 강대인 선배의 영전에

등록 2010.02.02 11:28수정 2010.02.02 11:2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영정사진 내가 강대인 선배의 영정사진 ⓒ 전희식


기껏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초라한 사이버 만장 하나였다. 강대인 선생님의 죽음을 충격으로 접하고 기껏 내 카페에 사진 하나 올렸을 뿐이다. 그 놀라움을 지인들과 문자로 나눌 뿐이었다.


휘어진 산골길 도로에서 처음으로 내게 손전화를 걸어 선생님의 부음을 알려주던 친구는 그 순간에 사고 난 자동차를 발견하고는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180도 차가 회전하는 바람에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역주행을 하기도 했다. 안타까움과 놀라움의 크기가 이랬다.

아. 사진을 감싼 이 검은 테두리 선이 명부세계와의 경계던가? 10픽셀로 된 스트록 사진 치장이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갈림길이란 말인가.

거듭 슬프다. 그 황소고집 누가 꺾을 수 있었으랴. 이 엄동설한에 따뜻한 아랫목도 아닌 야산 동굴에서 100일 단식 기도라니. 죽음을 예상하고 효소 병 하나로 야산을 올랐을 강대인 선배님.

왜 이리도 산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가셔야 했을까. 40 년 전에 유기농 외길을 걷기 시작했던 그 황소 뚝심이 이번에는 우리에게 뭘 말해주려고 또 다른 외길을 고르셨단 말인가. 하다 하다 끝내 할 수 없어 죽음으로 하려 했던 게 뭐란 말인가. 100일 기도 88일째 되는 날이었다니. 말이 되는가 그게.

숨이 멎을 것 같은 놀람 다음에 '잘 죽었구나. 정말 잘 죽었구나.' 나 혼자 되뇌었다. 그렇게 긴 긴 기도로 삶의 마지막 시간을 맞는 것보다 더 좋은 죽음이 어디 있을까. 부러웠다. 속죄의 시간, 돈망의 시간, 용서의 시간, 감사의 시간, 무상무위의 순간.


그렇게 선배는 갔을 것이다. 의식의 끈을 하나씩 놓아 갈 때 맞이하게 되는 나선형 빛 무리들. 환희의 절정. 그 순간을 분명 보았으리라. 황금색 빛 덩어리 타고 올라갔으리라. 정농회 동지들, 환경농업 후배들, 보성 벌교지역 농부들 하나씩 악수 한 손 굳세게 흔들며 갔을 것이다.

15여년 전 선배를 처음 만났던 정농회 총회자리에서 우렁우렁 한 목소리로 지독한 전라도 사투리를 긴 수염과 함께 마구 휘날리던 그 기백을 고스란히 안고 가셨을 것이다.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 영원한 선배가 되신 강.대.인. 엄숙한 죽음 길 선배되신 강.대.인.

편히 잠드소서.

덧붙이는 글 | 고 강대인님은 1월 30일 고향마을인 보성군 벌교 뒷산 동굴에서 단식 기도 중 돌아가셨습니다. 2월 3일 10시에 '정농회장'으로 장례를 치릅니다.


덧붙이는 글 고 강대인님은 1월 30일 고향마을인 보성군 벌교 뒷산 동굴에서 단식 기도 중 돌아가셨습니다. 2월 3일 10시에 '정농회장'으로 장례를 치릅니다.
#강대인 #정농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농(農)을 중심으로 연결과 회복의 삶을 꾸립니다. 생태영성의 길로 나아갑니다. '마음치유농장'을 일굽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김건희 비선' 의혹, 왜 자꾸 나오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