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표님, 선친의 '소떼 방북'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등록 2010.02.19 14:05수정 2010.02.19 14:05
0
원고료로 응원
2005년 5월 전라북도 순창군 회문산에서 열린 '남녘통일 애국열사 추모제' 전야제에 학생·학부모 180여명과 함께 참가했다가 2008년 1월 이적 표현물을 각종 행사에서 전파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됐던 김형근 교사에 대해 전주지법 형사1단독(진형민 판사)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씨가 추모제 전야제에 참가한 사실은 인정되나,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구호를 외친 행위는 자유민주주의의 정통성을 해칠 만한 실질적 해악성이 없다"며 무죄 선고 취지 이유를 밝혔다.

김 전 교사에 대해 무죄판결이 내려지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김 전 교사가 '빨치산 교사'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뒤질세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도 김 전 교사 무죄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 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에서 "어제 전주지법의 한 판사께서 어린 중학생들을 빨치산 추모행사에 참석시켜 빨치산을 통일애국열사라고 미화시킨 교사에게 무죄통보를 내렸다"며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빨치산을 애국열사로 미화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빨치산이라면 6.25전쟁 때 우리 대한민국을 공산화하기 위해 무장 게릴라 활동을 한 사람들을 말하고 있다"며 "빨치산이 통일애국열사라면 당시 이들과 대치했던 우리의 군과 경찰은 어떤 존재가 되는지 생각해봐야 하겠다고 했다"고 말해 대한민국을 공산화하기 위해 활동한 빨치산을 미화시킨 김형근 전 교사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것을 비판하면서 색깔론을 제기한 것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이런 판결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그동안 논조를 보면 당연하다. 그리고 김형근 교사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정몽준 대표가 색깔론을 제기했는데 선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6월 16일 소 500마리를 이끌고 판문점을 거쳐 북한을 방문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정 명예회장은 6월 16일부터 23일까지 8일 동안 북한에 머물면서 평양 원산 금강산 및 고향인 통천을 둘러보고 북측 관계자들과 금강산관광개발사업, 서해안공단사업 따위를 합의했다. 판문점을 거쳐 소떼 500마리가 올라가는 모습을 본 프랑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1991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래 20세기 마지막 전위예술"이라고 극찬했었다. 12년 전이지만 아직도 그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그 해 10월 27일에도 '통일소'로 이름 지은 소 501마리가 북으로 올라갔다. 그때는 소만 아니라 현대자동차가 만든 승용차 20대도 함께 갔다. 소떼 방북 성과는 1998년 11월 18일 '현대금강호'가 금강산을 향해 출발했다. 이후 2005년 6월에는 관광객 누적 방분수 1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될 때까지 19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금강산을 찾았다.

정 명예회장의 소떼 방문은 약 200만명이 금강산을 방문하는 엄청난 성과를 이룬 것으로 기 소르망의 "1991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래 20세기 마지막 전위예술"이라는 극찬보다 우리에게는 더 큰 의미가 있는 이유이다. 이 모든 일이 정몽준 대표 선친이 이룬 놀라운 일이다.

정몽준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현대중공업은 200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 회장을 부활시켜 광고를 내 보냈다. 1986년 중앙대학교에서 있었던 고 정주영 회장의 강연과 1940년대 직원들과 찍은 사진이 담긴 모습도 광고로 활용했다.

1986년 중앙대 강연 광고에는 정주영 명예회장은 "5만불 지도, 조선서 짓겠다는 백사장 사진 들고 가서 당신이 배를 사주면, 사줬다는 증명을 가지고 영국정부의 승인을 받아서 영국 정부 차관을 얻으서 기계를 사들여 조선을 지어 네 배를 만들어 줄 것이니 네 배를 사라"고 했다며 현대조선소 건설 과정에 있었던 일들을 생생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이처럼 정몽준 대표는 돌아가신 선친을 화면으로 다시 부활시키면서까지 현대중공업을 알리는 광고에 적극 활용했다. 그런데도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를 이끌고 북한을 방문하고, 금강산 관광을 성사시키면서 남북화해와 통일의 디딤돌이 되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에는 애써 무시하고 있다.

물론 소떼 방북과 금강산 관광은 김형근 전 교사가 받고 있는 국가보안법 혐의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정주영 회장을 광고에 까지 등장시켜 현대중공업을 알렸던 정 대표라면 적어도 남북화해에 디딤돌을 놓은 선친의 유지를 조금이라도 잇는 것이 아들로서 해야 할 일 아닐까.
#김형근 #빨치산 #정몽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