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표의 안타까운 '굳은시각-딱딱한 가슴'

[주장] 사실을 오인한 것 만이라도 정몽준 대표는 사과해야 한다

등록 2010.02.19 15:00수정 2010.02.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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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의 18일 최고위원회의 회의 석상 발언이 안타깝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지난 17일 전주지방법원의 국보법 판결과 관련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가 품고 있는 사상적 편협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바로 김형근 전 군산동고교 교사에 대한 국보법 무죄판결과 관련해서다. 정 대표는 "빨치산 추모행사에 참석시켜 빨치산을 통일애국열사라고 미화시킨 교사에게 무죄 통보를 내렸다"며 이 같이 표현했던 것.

 

정 대표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김 전 교사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죄목으로 기소한 후 징역4년에 자격정지 4년이라는 무거운 구형을 했던 검찰의 기소의견과는 달리 '무죄'라는 법원의 판단결과에 대해 "지금까지 고귀한 생명을 바쳐 대한민국을 지켜낸 순국열사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나"라며 법원의 판결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뿐 아니었다. 정 대표는 "해당교사의 집에서는 북한군 혁명가요를 암호 표시로 베껴 적은 것부터 주체사상은 인류의 진보적 사상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글들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돌아가신 선친은 소떼를 몰고 휴전선을 넘어갔습니다"

 

정몽준 대표의 이 같은 시각은 매우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가 바로 고 정주영 회장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또한 고 정몽헌의 형제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고 정주영과 고 정몽헌이 남북긴장완화와 통일의 여정에서 미친 영향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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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자료사진 ⓒ 한나라당

정몽준 자료사진 ⓒ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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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자료사진 ⓒ 현대중공업

정주영 자료사진 ⓒ 현대중공업

정몽준 대표의 이날 발언만 놓고 본다면 그는 그의 부친과 그의 형이 이룩해놓은 성과들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주영-정몽헌 부자가 통일의 '디딤돌'로 평가된다면 정몽준은 '걸림돌'이라고 평가해도 오히려 부족하다고 보일 정도다.

 

우리나라는 분명 3권 분립이다. 두말할 것 없이 입법 사법 행정이다.

 

문제는 이날 발언이 정몽준이라는 자연인 또는 의원이라는 신분으로서의 발언이 아닌 집권여당으로서 입법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공당의 당 대표자격으로서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년여 동안 20여 차례에 가까운 공판을 거치면서 각종 증거와 정황 등을 들어 전주지법 진현민 판사는 무죄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법권이다. 정 대표가 쥐고 있는 입법권과 함께 삼권을 구성하고 있는 사법권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공당의 대표 자격으로서 불만을 말할 수 있는가. 정 대표가 이 사건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기에 "생각하면 생각할 수 록 이해하기 힘든일"이라고 그토록 자신감 있는 표현을 할 수 있는가. 귀가 엷든지 입이 가볍든지 둘중의 하나가 아닐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거기에 더해 정 대표는 법원판결에 대해 "우리 민족의 정체성의 보전을 우리 스스로 이렇게 무너뜨린다면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역사에서 돌이킬 수 없는 큰 죄를 짓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고 까지 발언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과연 학생들을 잘 지도하기 위해 모았던 학습자료들을 가지고 있던 것을 이적문서 소지라고 기소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내용을 알고서나 이런 발언이 나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 대표의 이날 말마따나 "교육이 중요하다"고 한다면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철저한 학습자료를 수집했던 한 도덕교사의 수업준비 태도를 오히려 칭찬해줬어야만 할 것 아닌가.

 

더구나 김형근 전 교사가 걸어온 길을 생각해 본다면 정 대표의 이날 그의 편협한 시각은 더욱 실망일 수밖에 없다. 그는 5.18광주 민주화운동 유공자이지만 정부에서 준다고 하는 민주화 운동 보상마저도 거부한바 있다. 바로 "죽은이들을 생각해 자신이 부끄러워 받을 수가 없었다"는 김 전 교사의 고백이기도 했다. 또한 그가 가르쳤던 임실 관촌중 학생들을 상대로 그 한명 한명의 발을 씻어 주기도 했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 시대 스승의 사표 그 자체였다.

 

정몽준 대표님, 18일 발언에 대해 사과하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정몽준 대표의 이날 발언에 대해 먼저 사과할 의향은 없는지를 묻고 싶다. 자신의 사상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만이라도 말이다. 정몽준 대표의 이날 발언 전체를 관통하는 굳은 시각과 딱딱한 가슴도 문제이지만 최소한 사실을 오인해 공개석상에서 발언한 것만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해당교사의 집에서 북한 혁명가요를 암호로 베낀 것에서 부터 북한의 주체사상은 인류문화를 계승 발전시킨 사상이라는 글까지 나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부분의 사실과 관련해 당사자인 김형근 전 교사의 설명과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면 정 대표가 잘못 인식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교사는 이날(18일) 정 대표에게 보낸 공개 질의서를 통해 사실과 다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는 "암호라는 것은 비밀스럽게 주고받는 기호화된 통신체계를 말하는 것"이라면서 "지식인이 공부하면서 자기 편리를 위해 문단의 의미를 줄여 쓰는 것도 암호입니까?", "북한의 혁명 가요라는 것도 광화문 우체국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에서 보고 기록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우리씨름이 좋아' 라는 노래 등 5편은 특이해, 다른 내용과 함께 노트에 필사해 왔다", "판결문에도 개인노트에 신용카드 전표등이 함께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전파위험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정몽준 대표는 사실을 오인한 채 마치 '간첩들이 사용하는 암호를 사용했다', '주체사상을 신봉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정 대표의 발언은 사실을 오인하고 또는 잘못 인식하고 발언한 것이기에 그 해당 당사자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 하지 않는가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상이나 신념을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안되겠지만, 사실을 파악 못하고 말한 부분에서 만큼은 잘못 된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몽준 #정주영 #김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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