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누구야? 나 아냐? 왜 여기 있지"

40년 전 신문에서 꿈 많던 젊은 나를 발견하다

등록 2010.02.24 11:29수정 2010.02.2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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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신문 신문 속에서 난 40년 전 나를 발견했다. ⓒ 하주성


인터넷을 흔히 '정보의 바다'라는 표현을 한다. 그 표현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니 오히려 '놀라운 요술세계'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정말로 우연히 40년 전 나를 발견했다.


그 순간 까맣게 잊혔던 지난 시간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것은 고통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40년 만에 만난 신문 속의 젊은 나를 보면서, 또 한 번 새로운 인생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일어난다. 40년 전 나는 얼마나 꿈이 많던 젊은이였던가? 

1970년 10월 19일 나는...

1970년 10월 19일자 동아일보. 그러니 꼭 40년이 된 셈이다. 당시 나이가 22살이었으니, 참 '세월이 살 같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신문에 난 나를 바라보면서도 낯이 설다. 이게 나였을까? 그때 이 젊은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

신문에 난 나는 제10회 동아음악콩클 작곡부분 본선에 올라 있었다. 그리고 23일자에는 입상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 그리고 몇 장의 신문에도 이름이 올라있었다. 40년 만에 만난 나. 그 때를 돌이켜보다가 혼자 슬그머니 웃어도 본다. 내가 나를 바라보면서 참 대견하단 생각을 하고 있으니. 예나 지금이나 어리석기는 매한가지 인가보다.

그때는 인기가 많은 젊은이였었는데. 그리고 한창 꿈 많은 나이에 세상 모든 것을 모두 다 가질 수 있다는 그런 배포도 있었는데.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사소한 일에도 더럭 겁부터 내는, 그런 겁쟁이가 되어 버렸다. 40년이라는 그 세월이 사람을 이렇게도 바꾸어 놓다니. 그래서 '세월은 약'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독'이 될 수도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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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그 때는 정말 꿈이 많았다. 그런데 이렇게 40년이 지난 지금 난 또 다른 내가되어 있었다. ⓒ 하주성


그 때 4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때 나는 하늘에 오를 듯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제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40년 만에 만난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때 그 꿈은 다 망가져버리고, 지금은 그저 속되게 나이만 먹은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40년 전의 신문 박스 기사 안에 들어 있는 내가, 지금의 나를 보고 한 마디 한다. '어쩌다가 그런 몰골을 하고 있냐?'고. 그런 질문을 한다고 해서 돌이킬 수 없는 40년이다. 그러고 보니 그 세월이라는 것이 인간을 마음대로 바꾸어 놓았다는 생각이다. 아니 세월이 바꾼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그렇게 바꾸어 놓았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정말 40년 전의 젊은이에게 낯이 뜨겁다.

몇 장의 신문에 난 나를 찾아내고는 곰곰이 생각을 한다. 그 꿈이 잘 이어지던 10여 년 동안, 스스로를 잘 간수하지 못한 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변화되어 가는 내가 그 정보의 바다라는 곳에 여기저기 숨어 있었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에 어디선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나에게 질책을 하고 있다.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았느냐'고

하지만 그런 40년 만에 만난 젊은 나에게, 난 당당하게 할 이야기가 있다. '난 지금도 그 꿈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잠시 혼란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반갑다. 그때 마음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해준 젊은 내가. 오늘 난 40년 동안의 그림을 다시 정리해 본다. 그리고 그 젊은 나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라고.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모습은 아니지만, 마음은 그럴 수가 있을 것이다. 40년 만에 난 나를 찾아내, 40년간의 잊혔던 대화를 하는 중이다.
#신문 #40년 전 #나 #인터넷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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