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의 나, 2010년의 나, 그리고 2020년의 나

[2000년의 나, 2010년의 나 공모] 나는 나를 검투사로 표현하고 싶다

등록 2010.03.09 10:06수정 2010.03.0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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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탐사 국내 대륙붕에서 3차원 물리탐사를 수행하고 있는 탐사전용선 ⓒ 정부흥


'2020년,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일 내가 존재한다면 이런 모습 일 것이다'라고 상상하며 내 모습을 그려본다.


과거 2000년

2000년은 세기의 시작이자 밀레니엄의 시작이었다. 누구에게나 특별한 새해를 맞는 느낌은 각별했을 것이다. 나도 몇 가지 기념해야 할 일이 있는 해였다.  

1996년부터 서울로 진학한 애들 학비 때문에 집사람이 시작한 소형가전제품 가게가 빚을 털고 일어선 해였다. 천만 원 전세로 시작한 아파트 단지 내 복합상가 2평 가게가 1년 후 4개 코너를 합친 가게로 확장되었다. 2000년이 시작되기 한 달 전에, 확장하면서 진 빚 2억  원의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았다. IMF 시절, 한때는 이자가 일년에 24% 되던 적도 있었다.

가게를 그때 상태로 5년만 더 유지 했더라면 1등 당첨 로또 복권 한 장은 손에 쥔 것이나 다름 없었을 것이다. 밀려오는 대형할인마트와 전문가전제품상가에 떠밀려 재래시장은 퇴장했고 결국 2002년 초에는 우리도 가게를 정리해야만 했다. 세상은 그렇게 빨리 변했다. 그리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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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하이드레이트 불타는 얼음으로 알려진 미래의 대체에너지 가능성이 높은 청정 에너지이다. ⓒ 정부흥

이 시기가 내 평생 직장인 연구소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고 연구성과도 많이 내던 때였던 것 같다. 연구소는 1997년에 국내 대륙붕에서 석유탐사 전용선을 발주하여 들여왔다. 국내 대륙붕에서 취득한 2차원 자료들이 전산실로 운반되었고 지층단면도(땅 속 사진)로 만들어져 석유자원의 부존 가능성이 높은 지층구조를 찾는 해석 팀으로 보내졌다.


1999년과 2000년 2년에 걸쳐 3차원 탐사자료도 2벌 취득하였다. 내 손을 거쳐 5~6km 깊이 입체모양의 해저지층 사진이 만들어졌을 때는, 대형 컴퓨터를 도입하고 설치하면서 겪었던 고생이나, 10000 페이지가 넘는 사용자 설명서를 소화시키느라 날밤을 지샜던 아린 추억들이 가볍게 공중으로 흩어지는 감격을 맛보았다. 

어머님께서는 2004년,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신부전증으로 3년 간 투석치료를 하시다가 돌아가셨다. 당뇨병이 유전병은 아니겠지만 체형이나 식습관이 어머님과 닮은 나는 이미 15년 가까이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당뇨에 관한 치료를 등한했으니 건강악화는 사필귀정이었다. 

재활치료로 지금은 많이 회복됐다고 하나, 어떤 형태로든 평생 함께 해야 할 후유증이 고착되었고, 이런 불편과 고통은 삶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안목을 갖게 하였다.

현재 2010년

지닐 때는 귀하고 소중한 줄을 모르다가 잃어버린 후에야 급해지는 것이 건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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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검투사 죽음에 이르게하는 성인병을 사자로 표현하고 이에 맞서 식이요법과 단전호흡이 바탕이 된 참선, 백팔배, 걷기를 꾸준히 실천하여 성인병을 멀리하려는 나를 검투사로 표현한 삽화이다. 딸이 아빠 힘내시라고 그려준 그림이다. ⓒ 정부흥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기 위해 날마다 최선을 다한다. 가끔 친구과 건강얘기를 나누다보면, 나는 사자와 싸우는 검투사를 나에 비유한다. 잡아야 할 사자는 물론 성인병이다. 검투사인 나의 왼손에 든 철망은 식이요법이고 오른손에 든 삼지창 대는 단전호흡이다.

단단한 창대 끝에는 날 선 3개의 창날이 사자의 급소를 노린다. 창대는 단전호흡이고 3개의 창날은 참선, 백팔배, 걷기(등산)이다. 단전호흡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참선, 백팔배, 걷기 모두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삶을 지배하는 생명과 우주의 현상으로 관심의 영역을 넓히면서 그동안 너무도 편협한 인생을 살았다는 느낌이 절절하다. '세상과 대화하고 정을 나누고 싶다'라는 욕구는 자연스럽게 <오마이뉴스>에 닿았다. 서민의 품으로 파고드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글을 쓰는 행위는 자기 순화이다. 쓴 내용을 수차례 되풀이 읽으면서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느낌을 응축한다. 생활이 정갈하지 못하거나 사고가 안정되지 않으면 한 줄도 못쓰는 것이 글이다. 글을 쓰면서 많은 책을 읽게 되었고 감정순화를 위한 음악을 가까이 하게 됐다.

미래 2020년

'어떻게'와 '왜'는 서로 상호 보완 관계이며 의존관계이다. '어떻게' 과정을 깊이 관조하다 보면 목적인 '왜'는 그 스스로 실체를 들어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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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 6개월 동안 사설 공방을 다니면서 만든 나의 첫 작품. 어떻게 기성 상품과 그 맛이 같을까? ⓒ 정부흥


나는 금년 말 퇴직을 준비하며 앞으로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기간은 일단 10년으로 하고 이 기간을 2년, 3년, 5년으로 3단계로 구분했다.

처음 2~3년 동안은 흙집, 경량목구조, 한옥, 중목구조 등 집 짓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등록하고 이론과 기술을 실용단계까지 익힐 것이다. 농사기술을 배워 친환경농사기술로 발전시킬 것이다. 공방을 만들어 목공예 기술을 더 숙달시키고 필요한 가구는 내 손으로 만들어 사용할 것이다.

자연으로 통하는 혜안을 뜨기 위한 수행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보다 구입하는 책 부수를 늘릴 것이다. 매월 10권 정도 읽으면서 세상에 존재 했거나 존재하고 있는 지식들과 소통할 것이다.

다음 2~3년 동안은 익힌 이론과 기술을 이용하여 필요한 시설물을 설치하고 마련하는 기간으로 할애할 것이다. 50~100kw 정도의 소형이 되겠지만 태양광 발전설비와 풍력발전기를 설치하여 시랑헌 자체 전력을 충당하고 싶다. 그를 위한 시랑헌의 입지 타당성 조사는 이미 추진 중이다. 여유자금이 확보되는 대로 7~15평 규모의 친환경 집을 손수 지어 귀농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귀농을 결심한 사람들에게는 집을 짓는 기술과 손을 빌려주고 싶다.

나머지 5년은 시랑헌 시험 모델을 가동시키고 미비점을 보완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각종 과일나무들은 열매를 맺을 것이고, 철 따라 야생화와 각종 약초들이 무리 지어 피고 질 것이다. 진도, 레브라도리틀리버, 콜리는 애들과 뒹굴 것이고 아빠들은 공방에서 나와 같이 그들의 침대를 설계하거나 편백 욕조를 만들기 위해 원목을 재단하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선하여 중요한 것은 내가 홀로 서는 것이다.

나는 여유 있는 은퇴자들에게 귀농 동기를 만들어주고 싶다. 은퇴 후 기본적인 생활비는 연금으로 충당하고 여유자금으로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드는 불을 지피고자 하는 사람들을 찾고 모으는 일이다. 딱히 실패라고 할 것이 없는 사람들이 지핀 불이 타올라 열기가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귀농을 서둘 것이고 자족기능은 그 다음이다.

고속도로 건설로 국토는 작아지고, IT산업발달로 온 지구의 정보가 내 손 안에 있다. 지금도 컴퓨터는 매우 다양한 일을 처리한다. 앞으로 10년 정도 후에는 병원에 가는 일은 물론, 업무처리, 필요한 물건 구입, 웬만한 집안 일까지 컴퓨터에게 몇 마디 명령으로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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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시랑헌 동네인 구례군 산동면은 매년 이 맘 때면 온 동내가 온통 산수유 꽃 색갈인 노랑색으로 뒤덮는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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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랑헌 2020년을 향해 살아 갈 나의 삶의 교두보 시랑헌 ⓒ 정부흥


우리들이 귀농을 회피하는 사연의 대부분이 제거 된 후에도 물 맑고 공기 좋은 산골에서 누리는 안정된 삶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덧붙이는 글 | '2000년의 나 2010년의 나' 응모 글


덧붙이는 글 '2000년의 나 2010년의 나' 응모 글
#시랑헌 #산수유 #산골생활 #귀촌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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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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