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샵으로 보톡스를 맞다

가족사진 찍기로 본 "포토샵이 너무해"

등록 2010.03.09 18:24수정 2010.03.0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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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면서 가족사진을 벽에 걸어 놓겠다고 일부러 사진관을 찾아가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다.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가족이 여행을 가서 찍은 것이나, 아님 가족모임 같은 곳에서 찍은 것 등을 확대 현상해서 벽에 거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 우리 집에 사진관에서 찍은 가족사진이 걸려 있게 된 것은 십여 년 전에 어떤 우유회사에서 사은권으로 받은 무료촬영권 덕분이었다. 사진 속의 아이들은 여전히 초등학생, 중학교생 단발머리를 하고 있지만, 딸들은 이미 성인이 되었다. 그렇다고 다시 찍고 싶은 마음은 딱히 없어서 그대로 걸어두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우연히 어떤 회사의 사은행사로 또 무료촬영권을 얻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이제는 나이 들었음을 사진을 찍어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40대가 다르고 50대가 다르다는 것을 아주 정직하고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젊었을 때는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했는데 언제부턴가는 누가 사진을 찍겠다고 하면 사양하는 일이 많아졌다. 더구나 사진관에서 정밀하게 찍는 확대된 얼굴속의 주름과 잡티는 어쩌란 말인가 싶어서 공짜임에도 불구하고 떨떠름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이들은 좋아했다. 성인이 된 아이들은 자신들의 젊음을 액자 속에 붙잡아둘 기회가 생긴 것에 좋기만 한 것이다. 예전에는 아이들을 어른의 시간에 맞추어 무조건 데려가면 되었으나 이제는 바빠진 아이들의 시간에 우리가 맞추느라 사진관 가는 날짜 잡기가 쉽지 않았다.


사진 찍으러 가는 날, 비록 주름살은 적나라하게 나오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색조화장을 했다. 돋보기를 끼게 되면서부터는 침침한 눈에 무언가를 그리는 일이 번거로워서 눈 화장은 아예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사진을 찍어보면 침침해진 눈의 어리어리한 모양새까지도 스캔해 보여준다. 해서 그런 현상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궁여지책으로 눈 화장도 하고, 또 사진 속에서 보면 잘 어울릴 색깔의 옷들을 정해 차려 입고 예약된 사진관으로 갔다. 그 사진관은 메이크업을 하는 코너까지 마련해 놓고 있었다. 여주인은 친절하게 화장을 다시 매만지라고 한다.


"자, 사진은 표현입니다. 웃으세요. 웃어서 생기는 주름은 예쁜 겁니다."로 시작해서 사진사는 이런 저런 농담을 하며 우리들의 자연스러운 웃음과 포즈를 유도하는 거다. 그러면서 부부만 찍고, 딸들만 찍고, 온 가족을 서서도 찍게 하고 의자에 앉히기도 하고, 뒤로도 세웠다가 앞으로도 세워 찍고..... 번쩍번쩍 플래시를 연속으로 터뜨리며 찍었다. 필름시대 때는 정말 딱 한 포즈만 찍고는 그것을 크게 현상할 것인지, 작게 몇 장을 더 현상할 것인지를 상담했던 기억이 났다. 필름시대와 디지털시대의 사진 찍기가 이렇게 다르게 변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가족사진 한 장만 찍으면 되는데 왜 이렇게 많은 포즈와 각각의 인물을 찍는 거냐"고 남편이 한마디 하니, "사진이 나왔을 때 어떤 포즈가 가장 좋은 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는 아리송한 답변을 한다. 속으로 '뭔 말이래' 하면서도 사진사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끝까지 어정쩡한 포즈들을 시키는 대로 취했다.


사진 찍기가 끝나니 컴퓨터가 놓여져 있는 책상 앞으로 우리를 인도 한다. 부부사진, 딸사진, 가족의 세로와 가로로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이 금방 컴퓨터 모니터에 뜬다.

 

"맘껏 웃었더니 눈가의 주름이 장난이 아니군요" 했더니 "걱정 마세요. 이거 다 보정작업 할겁니다."하면서 즉석에서 포토샵 프로그램을 통해서 주름에 보톡스(?)를 넣기 시작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사진을 이리저리 포토샵으로 다르게 표현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사진관에서 고객을 앞에 두고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고쳐나가는 것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사진사는 우리 앞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컴퓨터에 띄우고 수정작업을 시작했다. 필름시대에도 약간의 수정작업이 있었다고는 하나 이런 식은 아니었고, 이렇게 많은 곳을 고치지는 못했던 것으로 안다.


"이런 굵은 주름은 없애고, 살이 빠져 보이는 곳에는 조금 통통한 느낌이 들도록 하고, 보조개는 놔두고......."

 

사진사의 손끝에서 달라져 가는 사진을 보며 아이들과 함께 "와~, 오, 예~"를 연발했다. 점점 없어지는 주름살과 잡티는 오십대 중반인 남편과 나를 사십대로 만들었다.

"야들아 엄마 삼십대 같지 않냐?" "에이 그건 아니다"등등 농담을 하며 십여 년 전에 필름으로 찍었던 가족사진 때 보다 더 깔끔하게 보이는 모습에 탄성을 질러댔다.


"보세요. 주름이나 잡티는 다 없앨 수 있어요. 그러나 웃지 않은 얼굴을 웃게 고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웃으라고 한겁니다. 지금 하는 것이 최종사진은 아닙니다. 대충 이런 형식으로 나온 다는 것이고요. 더 손질에 들어갈 겁니다"

 

"아, 예"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젊어지는 모습을 보며 있는 그대로 해 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사진사가 말하는 '대충수정작업'이 끝났다. 그것만으로도 더 이상 수정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더 할게 있단다.

 

"따님들 사진하고, 부부사진하고 가족의 가로, 세로 사진이 있습니다. 잘 나왔다고 생각되는 것은 다 찾을 수 있습니다"

 

아~ 이제야 깨달았다. 그 많은 포즈의 연속사진을 왜 찍었는지..... 사은권으로는 가족사진만 찾을 수 있지만 따로 비용을 지불하고 나머지 사진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부부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열심히 포즈를 취하게 하느라 애쓰고 수정작업 하느라 애쓴 사진사에게 미안해서 순간 부부사진도 함께 찾을까 생각 했는데, 딸들과 남편은 나보다 더 이성적이었다. 일언지하에 가족사진 한 종류만 찾겠다고 의견을 내 놓는다. 그렇게 사진관에서 사진 찍는 행사가 끝났다.


오늘 그 사진을 찾으러 사진관에 갔다. 액자 속에 들어가 있는 사진은 조금 심하게 표현한다면 남편과 나는 그대로 있는데, 아이들만 순간이동을 해서 성인이 되어 있었다.

 

"어머니가 예쁘게 나왔네요" 하는 사진관 직원의 말에 어색한 "허허허"웃음으로 대응했다. 왜냐면 일명 '뽀샵질'한 작업과정을 알고 있는 상황인데 모른 척 시침 뗄 수가 없어서였다. 나이든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가 있다. "사진은 못 속여, 사진은 우리들의 나이를 드러내" 했던 말들을 거두어 들여야 될 것 같다. 사진은 우리를 속일 수 있다.


벽에 걸어놓고 눈길을 주다보니 말끔하게 젊어진(?) 모습이 싫지 않다. 이래서 사람들이 포토샵 '뽀샵질'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가 보다.

2010.03.09 18:24 ⓒ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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