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지사 언론홍보비, 삭감된 무상급식 예산의 절반

[정보공개청구] 재임중 256억여 원 집행... 올해는 106억여 원으로 증액

등록 2010.03.11 18:06수정 2010.03.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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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지난 2008년 6월 경기도 화성 전곡항에서 제1회 '경기국제보트쇼'와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를 열었다. 해양레저산업을 경기도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김문수 지사의 야심작이었다.

하지만 두 행사 모두 '홍보비 과다 사용'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도 대변인실과 홍보기획관실에 배당된 홍보예산 39억 원 중 15억 원을 행사 홍보에 쏟아부은 것. 두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김 지사가 한 방송국의 드라마에 20초간 카메오로 출연하고 1억8000만 원을 방송사에 지불하기도 했다. 게다가 행사가 끝난 후에는 관련 공무원 등에 '1억여 원의 포상금'까지 지급해 눈총을 받았다.

경기도 측은 "통상 각종 사업의 홍보비 예산 비율은 15~20%에 달한다"고 해명했지만, '과도한 홍보비 사용'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올 홍보비 예산까지 합치면 362억여 원...무상급식 예산의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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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국내 해양레저산업 발전 등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6월 3일부터 5일 동안 113억원을 들여 화성시 전곡항 일대에서 개최한 ‘제2회 경기국제보트쇼 및 세계요트대회’ 모습. ⓒ 경기국제보트쇼 홈페이지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홍보비로 1180억여 원을 쓴 가운데, 같은 기간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신문·방송 등에만 256억여 원의 홍보비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경기도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김 지사가 취임한 2006년 47억여 원을 쓴 이후 2007년 69억여 원, 2008년 61억여 원, 2009년 78억여 원 등 언론홍보비 사용액은 계속 늘어났다.

이는 전국·지역 일간지와 방송사, 시사잡지, 인터넷 일간지, 무료신문, 케이블방송사에 '광고'나 '협찬' 등의 형식으로 집행한 홍보비다. 개별 사업과 옥외광고, 버스 등에 들어간 홍보비는 제외돼 있어서 전체 예산 중 홍보비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


또한 경기도는 올해 홍보비 예산으로 106억여 원을 편성했다. 이는 김문수 지사의 재임 기간에 편성된 홍보비 예산 중 최대 규모다. 2009년부터 언론홍보비가 늘어 지방선거를 의식한 광고비 집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홍보비는 '도정홍보'와 함께 '언론관리'의 성격도 강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김진표 의원(경기 수원시 영통구)은 "경기도가 언론홍보비를 과다하게 쓴다는 소문도 있는데 이런 것이 김 지사의 지지율을 높게 만드는 이유"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지사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쓴 홍보비 256억여 원에다 올해 편성한 홍보비 예산까지 합치면 홍보비 규모는 362억여 원에 이른다. 이는 경기도의회가 지난 1월 전액 삭감한 무상급식비 650억여 원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이나 경기관광공사 등 경기도 산하기관들에 편성된 홍보비도 '도정홍보'에 사용돼 왔다. 경기도의 정책연구기관인 경기개발연구원은 지난 2008년 경기국제보트쇼와 코리아매치컵요트대회를 홍보하기 위해 8500만 원을 썼다. 이는 경기개발연구원이 편성한 도정시책 홍보비 가운데 약 4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고영인 도의원(안산시, 민주당)은 "보트쇼와 요트대회 예산은 합법적인 예산 편성이 아니라 편법적으로 공공기관을 통해 측면에서 지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승대 도의원(광명시, 민주당)은 "경기도가 출연한 공공기관들의 홍보 예산도 얼마든지 도정홍보에 쓸 수 있다"며 "이것까지 파악해야 경기도 전체 홍보비 규모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언론홍보비는 대부분 '도정주요시책', '도정현안', '도정4대과제' 등의 이름으로 집행됐다. '수도권 규제 철폐'와 '광역교통망 확충', '팔당상수원 보호' 등 김 지사의 주력사업에 집중돼 있다. '무한돌봄사업' 정도를 빼면 민생과 직결되는 사회복지분야 언론홍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앙매체에 홍보비 집중... 김 지사의 대권행보와 관련 있어"

김문수 경기도지사 ⓒ 경기도청

백승대 의원은 "김 지사가 취임한 이후 국제보트쇼, 국제항공전시회 등 신규행사들을 추진하면서 그런 행사에 홍보비가 굉장히 많이 들어갔다"며 "특히 전임 손학규 지사 때와 달리 김 지사는 중앙 매체에 홍보비 집행을 집중하면서 홍보비 예산이 거의 두 배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경기도 소식이 중앙매체에 잘 안 나니까 그쪽에 홍보비 집행을 주력하기 시작했는데 <동아일보>에 '메가시티' 관련 기획기사들(16차례)이 실렸고 여기에 수억원의 홍보비가 들어갔다"며 "김 지사가 이렇게 중앙매체에 홍보비 집행을 집중하는 것은 그의 대권행보와 관련된 포석"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신문과 방송 등에 도정을 집중홍보하면 도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등 효과가 있기 때문에 홍보비를 쓰는 것"이라며 "최근 아이폰이 유행인데 뉴미디어를 통해 도정을 홍보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각 언론사별로 집행된 홍보비 내역의 공개는 거부했다. 경기도 측은 "언론사간 갈등이 일어날 수 있어서 공개하기 쉽지 않다"며 "그와 관련해 행정심판청구가 들어가 있는데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김문수 #홍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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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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