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이 맑고 밝게 산다

[책읽기가 즐겁다 348] <풀무질> 목소리와 사진으로 보는 책방 삶

등록 2010.03.27 15:28수정 2010.03.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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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 <풀무질>을 기리면서
인문사회과학 책방 <풀무질> 큰일꾼 은종복 님이 <풀무질, 세상을 벼리다>(이후,2010)라는 책을 써냈습니다. 은종복 님은 책방 <풀무질>을 1993년 4월 1일에 이어받았고, 책방 <풀무질>은 1985년 여름에 문을 연 곳입니다. 오는 4월 1일, 서울 명륜동에 자리한 책방 <풀무질>에서는, 큰일꾼 은종복 님이 낸 <풀무질, 세상을 벼리다>를 놓고 '책 기림잔치'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4월 1일 낮부터 조촐하게 축하잔치가 열리니, 작은 책방 <풀무질>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이 즐겁게 나들이하면서 책 하나 기쁘게 장만하고 '작은 책방 <풀무질>이 내는 작은 목소리'에도 가만히 귀를 기울여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참에 작은 책방 작은 목소리를 담은 <풀무질, 세상을 벼리다>를 기리는 뜻으로, 모두 네 꼭지로 기림글을 적바림하고자 합니다.


① 작은 책방, 작은 일꾼, 작은 사람, 작은 마음
② 사진으로 보는 <풀무질> 발자취
③ <풀무질, 세상을 벼리다>는 어떤 책?
④ 4월 1일 기림잔치 소식과 '풀벌레'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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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풀무질> 작은 간판.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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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책방과 이어온 <풀무질> 도장. ⓒ 최종규


(이 글은 <풀무질> 일꾼 은종복 님이 들려준 이야기를 목소리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작은 마을을 지켜 주어야 하는데, 책을 많이 읽는다고 세상이 맑아지는 게 아니잖아. 꼭 필요한 책만 사야 한다고. 책읽기 운동 자체가 싫은 거야.

책방지기가 책방에 오래 있어야 해. 조합을 해도 조합원이 책을 안 읽는 거야. 한 권을 사도 대중교통이나 걸어서 사는 의무감을 느껴야 해. 나도 후원을 한 달에 30∼40만 원 나가는데, 적자가 그보다 더 나가지만, 즐거운 게 인문사회과학 책방을 하는 보람이 있고, 수험서를 팔면서 맑고 밝게 못 살지만, 최소한 그 정도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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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평화에도 한몸을 바쳤던, 어린이책 글꾼 박기범 님과 함께한 은종복 님. 2003년 겨울.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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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 <풀무질> 사진을 크게 뽑아서 선물해 드렸습니다. 2004년 봄. ⓒ 최종규


"책방 잘 돼요?" 하면, "잘 된다"고 하지. 책방을 도와주러 오는 게 아니라, 내가 살 책을 사러 간다는 마음으로.

판매자와 소비자라는 자본주의 관계가 아니라, 책을 담고 싶은 마음과 마음으로 만나서 다가갈 때, 자연스럽게 강물이 바다로 흘러 세상을 평평하게 해 줄 수 있게 되는데, 책방을 살리기 위해 운동을 하고 공청회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겠지. 다른 사람 슬기를 듣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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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때문에 몸앓이를 하는 <풀무질> 일꾼이 경찰청으로 보낸 요청서에 돌아온 답변. 경찰들은 <풀무질>에서 '불온서적 압수'를 한다며 가져간 책을 임의로 폐기해 버렸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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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둥지를 튼 <풀무질> 자리에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이야기꽃 피우는 책걸상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 최종규


공청회보다 작은 문화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들으면 될 텐데. 일하는 사람이 기뻐야 하고, 작은 사랑방 구실을 해야 하는데. 문화예술 공연을 해도 책을 보나. 몸짓만 있지. 나라에서 이삼백은 지원해야 해.

우리 책방 앞에도 도로깎기 하는데, 그게 예산이 수십 억이야. 그러면서 문화나 예술에 대한 지원이나 복지는 없어. 카드 값도 3% 똑같고, 골프장은 더 싸.

우리가 내는 세금이 다 촛불집회 할 때 전경차 세워 놓고 에어컨 틀고 비디오 틀며 게임하고 놀고, 그런 게 광장이잖아. 그렇게 쓸 돈이 있으면, 이렇게 어려운 책방들 도와서 세금 감면을 해 주던가, 월세 부담을 해 주던가. 참, 사회주의 생각이지. 그러나 사회주의가 옳으면 사회주의로 가야 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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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풀무질> 자리는 작기는 하여도 햇볕과 바람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새로운 <풀무질> 자리는 햇볕과 바람 없는 땅밑이나, 제법 넓어 책을 다루기에는 한결 넉넉합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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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이니 모두들 작은 자리를 겨우 비집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2005년 여름. ⓒ 최종규


가난한 사람이 맑고 밝게 산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촛불모임도 가 보면 잔치 분위기야. 진압하는 이명박 무리들은 자기 뱃속 불리려고 가진 거 지키려고 눈에 불을 밝히고 언론을 통제하고, 돈에 눈먼 짓만 찾아서 하잖아. 그러니 우리가 질 수밖에 없어. 그러나 우리가 물리적으로 지더라도 마음에는 평화를 쌓고 마음밭을 쌓는 일이거든.

나도 하루도 안 빠지고 갔거든. 집에 촛불 갖다 놓으면서 쫙 세워 놨어. 그게 기쁘더라고. 아이들한테도 자랑이 되지. 우리 아이가 내 나이 되었을 때, 나는 너희들 지키기 위해 밤잠을 잊으며 싸웠다고. 그리고 거기서 아직 책방 하시죠 하고 물으면서 찾아오겠다고 해. 내가 앉아서 책방에만 앉아 있었다면. 그게 또 영업이 된다고.

<이음아트>도 일꾼이 잘하는데, 높은 문화도 추구해야 하지만, 낮은 곳에서 소리없이 살아가는 가난한 백성들의 숨소리가 나는 문화활동을 많이 해 주어야 해. 노동자나 가난한 도시빈민을 살리는 연극이나 활동. 그런데 돈을 벌려면 못하지. 책도 그런 책을 맞추어 놓고. <이음아트> 대표는 좀 모더니티한 경향이 있는 거 같애, 영어로 이야기하면. 사실주의 예술이 꼭 좋은 건 아니지만, 지금 이 땅에서는 신자유주의 더러운 바람이 불면, 그거에 맞서는 것도 해야 하거든. 이런 거하고 멀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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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질>이 이어올 수 있도록 늘 든든한 밑힘이 되는 당신 어머님.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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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손이 뜸할 때에는 짧은 겨를을 틈타 늘 책을 읽는 <풀무질> 일꾼입니다. ⓒ 최종규


큰 집회 하면 (닭장차가) 200대가 온대. 전국에서 다 온다는데. 이제는 전국에서 해야 돼. 광주나 부산에서 비폭력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해야 하지만, 전국에서 다 일어나야지.

세상 살아가는 게 책방하고도 다 이어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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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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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를 일구어 낸 작은 책방 한켠에서. 2005년 봄. ⓒ 최종규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
#풀무질 #책읽기 #인문사회과학 책방 #삶읽기 #작은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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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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