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상황 속 구조대원들, 어떤 질병에 노출되나

[뉴스 속 건강 108] 감압병, 저체온증... 최악의 상황에 있는 구조대원들

등록 2010.04.03 16:49수정 2010.04.0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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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고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에서 고인의 선후배·동료인 해군특수전여단(UDT) 대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선대식


천안함 침몰 사고 해역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던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폭파대원(UDT) 소속 한주호(53) 준위가 감압병(잠수병) 등으로 인한 호흡곤란 등의 증상으로 순직했습니다.

천안함 실종자의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던 국민들은 구조작업 중 순직한 한 준위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연평도 해역에서는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해군 해난구조대원(SSU) 100여 명과 수중폭파대원 약 50명이 바닷속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현재 연평 앞바다는 3~5노트(시속 5.6~9.3㎞)의 강한 물살과 3도 안팎의 차가운 수온 때문에 물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힘들 정도입니다. 거기다가 선원 대부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체 함미가 수심 45m 지점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쿠버 장비를 갖추고 45m 깊이까지 들어가는 구조대원들은 엄청난 수압과의 싸움이라는 3중고와 싸워야 합니다.

구조대원들, 현재 극한과의 싸움 하는 중

현재 구조대원들은 극한의 조건에서 구조작업에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물 속의 물살은 3~5노트로 매우 빠른데, 해군 해난구조대원 매뉴얼에서 심해 스쿠버 잠수 한계조건으로 1노트 이하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5배 이상의 빠른 유속에서 사투를 벌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해군 소속 3000t급 구조함 살보함에 타고 있는 미국 잠수요원들은 미국 해군 매뉴얼에 나온 1노트 이하의 유속 조건 때문에 구조작업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우리 구조대원들이 얼마나 극한 상황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수온이 21℃ 정도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전신 저체온증'은 물 속에 들어가는 구조대원들이 처음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현재 연평 앞바다의 수온은 4~5도이고, 천안함 함미가 있는 수심 40m 이하에서는 3도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저체온증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21℃ 이하의 차가운 물에 빠졌을 때에는 일반적 상태보다 냉각효과가 30배나 빠릅니다. 그러므로 3~4℃ 이하의 저온에서는 단시간에 위험한 정도까지 체온을 저하시킬 수 있는데, 첫 경고 증상으로 사지의 통증과 심한 떨림증이 나타납니다.

몸 속 깊숙한 곳에 있는 심부 체온이 35℃ 이하로 내려가면 신경학적인 억제 증상이 나타나고 자극에 대한 반응도 저하되는 등 이상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심부 체온이 30℃ 이하로 떨어지면 생명을 위협할 정도가 됩니다. 30℃ 이하의 심부 체온은 '임계 온도'라고 표현을 하는데, 체온조절 기능과 맥박·혈압·신체 각 기관의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구조대원들은 물 속에서 나온 경우 가급적 빨리 몸을 따뜻하게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온수를 공급하여 속을 따뜻하게 해주고 젖은 옷을 벗기고 따뜻한 장소로 옮겨 담요나 침낭 등으로 보온을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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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고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이 끝난 뒤, 영현이 운구되고 있다. ⓒ 선대식


수심 45m 구조대원, 정상 폐 용량의 20%도 안돼

천안함 함미는 현재 수심 45m 지점에 있습니다. 현재 구조대원들은 스쿠버 잠수를 하고 있는데, 스쿠버 잠수는 잠수자가 체류하고 있는 수심의 수압과 같은 압력의 호흡기체를 공급받아 호흡을 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스쿠버 잠수는 30m 이상 잠수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수심 45m에서는 지상에 있을 때와 비교해 5.5기압을 더 받습니다. 이는 보통 성인의 폐 용량은 4~5L 정도인데, 5.5 기압에서는 폐가 1L 이하로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저체온과 빠른 물살을 견뎌야 하는 구조대원들은 수심 45m 지점에서는 숨쉬기조차 힘든 최악의 상황에서 구조활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5.5기압이라는 엄청난 압력은 훈련으로 단련된 베테랑 구조대원이라도 여러 질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중 언론에서 고 한주호 준위의 사인으로 거론되는 감압병(잠수병)은 대표적인 고압환경 노출 질환입니다.

고압 환경에서 질병 발생의 원리는 '헨리의 법칙'을 따르게 되는데, 병에 담긴 탄산음료병을 여는 경우를 생각한다면 감압병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스쿠버 잠수의 깊이가 10m, 20m, 30m로 증가하면 폐 속의 질소 분압도 2배, 3배, 4배로 증가하게 되는데, 압력의 증가에 따라 혈액으로 녹아 들어가는 질소의 양도 2배, 3배, 4배 높아집니다.

이러한 상태에 있다가 물 위로 올라오게 되면 체내에 과다하게 용해되었던 질소가 압력이 낮아지면서 과포화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 혈액 속에 녹았던 질소는 탄산음료의 병을 딴 상태와 유사하게 많은 기포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가스 기포가 직접 혈관을 막거나 지방성 혈전이 생성되어 호흡 및 순환기에 영향을 주고, 운동 및 감각 기능을 저하시키는 등의 신경계 질환도 발생시킵니다.

이러한 문제는 천안함이 침몰된 연평 앞바다의 찬 기온과 과중한 업무, 그리고 한 준위와 같은 고령의 사람들에게 자주 발생합니다.

수심 30m 이상에서는 정신도 혼미해져

수심 30m 이상에서는 감압병뿐만 아니고 다른 여러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선 30m 이상의 심해에서는 감압병의 원인인 질소 가스가 과도하게 녹아 마치 마취를 당하는 것과 같은 황홀감을 느끼는 '질소 마취' 증상이 발생합니다.

또한 혈액 속에 많이 녹아 있는 산소도 독성을 일으켜 2기압이 넘으면 손발에 통증이 발생하고, 시력장애와 환청, 근육 경련이 나타나는 등 '산소 독성'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비록 질소 마취와 산소 독성이 대기압 조건으로 복귀시 모두 회복되기는 하지만, 물 속에서는 매우 힘든 조건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5.5기압이라는 엄청난 압력이 직접적으로 구조대원의 몸에 작용하게 되므로 중이(中耳)나 폐에 주로 발생하는 '압착증'이라는 압력손상(Barotrauma)이 발생하게 됩니다.

한편 빠르게 수면으로 복귀하는 도중이나 수면도착 10분 이내에 발생하는 발작, 의식상실, 감각이상 등의 '동맥혈 기체 색전증'은 신속히 고압 산소치료를 받지 않으면 치명적 상태에 이를 정도로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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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부근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에 지난 28일 오후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방문해서 면담을 가지는 도중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작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치료법은 '감압 챔버'뿐

하지만 구조대원들의 안타까운 사투를 지원해주는 시설은 유감스럽게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감압병과 동맥혈 기체 색전증 등 고압 노출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감압 챔버(감압 장치)'뿐입니다.

그러나 한 준위의 순직이 있었던 지난 3월 30일에는 150명이 넘는 구조대원들이 단 한 대의 '감압 챔버'에 의지한 채 수중의 각종 위험과 싸워왔던 것으로 밝혀져 비난의 화살이 군 당국에 집중되었습니다.

여론의 부담을 느낀 군 당국과 정부는 뒤늦게 장비를 보강했지만, 미 해군의 '살보함'의 감압 챔버 지원이 인도적 차원의 조치로 밝혀지는 등 구조대원들의 '고압 질환'을 예방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천안함 침몰사고 실종자들의 생사에 대해 안타깝게도 '기적'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구조하는 구조대원들의 안전도 소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와 군 당국은 구조대원들의 열정을 받쳐 줄 충분한 감압 챔버를 확보하고, 구조대원에 대한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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