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2함대까지 4시간, 안보 벽에 부딪히다

[取중眞담] '생사 확인'보다 '진상 규명' 선택한 실종자 가족들

등록 2010.04.04 19:31수정 2010.04.0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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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사건 9일째인 4일 오후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을 실어나르는 해군2함대사령부 지원 차량. ⓒ 김시연


대전까지 KTX로 1시간 걸리는 시대에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까지는 꼬박 4시간이 걸렸다. 천안함 실종자 가운데 처음 발견한 고 남기훈 상사 시신이 4일 오전 독도함에서 운구된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아침부터 서둘렀지만 역시 무리였다. 물론 서울 북쪽 끝에서 전철과 시외버스 등 대중교통만 이용한 탓이지만 승용차로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렸더라도 2시간은 족히 걸리는 외진 곳이었다.

하지만 제 시간에 맞춰 왔더라면 더 억울할 뻔했다. 취재진 100여 명이 모인 보도본부는 사령부에서도 한참 떨어진 정문 밖 해군회관에 따로 떨어져 있었고, 기자단에서 '풀 취재(기자단 가운데 선발된 일부가 취재한 내용을 공유하는 것)'하기로 해 애초 이날 운구 현장엔 접근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천안함 생존자 입 막기, 의혹만 더 키워   

이보다 더 아쉬웠던 건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임시거처가 2함대사령부 안에 있어 기자들은 접근하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사령부에서 지원한 대형버스가 정문 밖 실종자 가족 안내소에서 신분이 확인된 이들만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있었다.

그나마 외부와 소통 역할을 해온 실종자가족협의회 간부들 역시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내부 상황을 좀 전해달라는 전화 인터뷰 요청에도 그동안 너무 시달려 병원까지 다녀왔다며 손사래치는 형편이었다. 마침 점심 때 잠시 정문 밖으로 나온 한 실종자 가족을 만나 내부 분위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천안함 부상자와 그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군에서는 보안을 내세워 부상자들과 취재진의 접촉을 아예 막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가족들의 입을 통해 갖가지 미확인 정보들이 흘러나오며 의혹만 더 키우고 있다.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정문 바깥에 있는 해군회관 2층에 임시로 마련된 천안함 사고 보도본부 ⓒ 김시연


실종자 가족들 배려에 정부가 화답할 때


실종자 수색과 선체 인양 작업이 진행되는 백령도와 해군2함대사령부, 국방부 등에는 지금도 취재진 수백 명이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일부는 밤새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몰라 서로 교대해 가며 24시간 대기하기도 한다. 그만큼 온 국민의 관심이 천안함 주변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해군2함대사령부 해군회관 2층 문화관에 임시로 마련한 보도본부에는 하얀 랜선들이 거미줄처럼 깔려있다. 해군과 평택시, KT에서 취재진 보도 편의를 배려해 설치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배려가 필요한 건 국민의 알 권리다. 정부에서는 사고 원인을 풀 열쇠를 쥔 천안함 교신일지와 생존자 증언 공개는 계속 미루고 있다.

정부에서 '군사기밀'로 묶으려 하면 할수록 의혹만 더 키우고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큰 상처만 줄 뿐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인명 구조 작업 중단' 결정으로 정부와 군 당국의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 생사 확인보다 선체 인양을 통한 사고 원인 규명이 더 절실하다는 메시지다. 실종자 가족들의 배려에 이제 정부가 화답할 차례다.
#천안함 #천안함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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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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