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 '한명숙 재판' 보도, '굴욕의 검찰'은 쏙 뺐다

민언련 지방선거보도모니터단, 4월 첫째주 주간 방송브리핑

등록 2010.04.06 19:38수정 2010.04.0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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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기간(3/29∼4/4) 한명숙 전 총리의 공판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3월 31일 공판에서는 한 전 총리가 검찰 신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4월 2일에는 결심공판이 열렸다.

 

이번 재판은 전직 총리에 대한 '표적 기소', '정치 기소'라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으며,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어서 재판 결과가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따라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 수사의 문제점, 재판 쟁점 등을 시청자들에게 자세하고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3사의 한 전 총리 공판 관련 보도는 재판정에서 나온 단편적인 진술 내용, 검찰과 한 전 총리 측의 공방, 검찰의 구형과 한 전 총리의 최후진술 등을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다.

 

3월 31일 공판에서 한 전 총리는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 및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흠집내기'로 일관해 왔다며 "법이 보장한 권리에 따라 검찰 신문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재판부와 변호인의 신문에는 성실히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의 진술거부권 행사는 형사소송법 283조2(피고인은 진술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진술거부권을 인정했으나, 검찰이 계속 반발하며 재판이 휴정과 개정을 반복하자 검찰에게 피고인 신문 시간을 주되 '변호인과 재판부의 검토를 거친 질문'을 하는 중재안을 냈다. 검찰은 1일 간신히 신문 시간을 얻어냈지만 '변호인 검토 뒤 질문'이라는 다분히 굴욕적인 상황을 감수해야 했다. 한 전 총리는 검찰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2일 결심공판에서도 검찰의 '굴욕'은 계속됐다. 검찰은 비공개협의에서 하지 않기로 했던 '모욕적인 질문'을 던졌다가 재판부로부터 "여보세요"라는 지적을 받고 검사가 교체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검찰은 또 '5만 달러'가 한 전 총리 아들 박 모씨의 유학비용으로 사용되었다며 박 씨의 미니홈피 사진첩과 일기장 내용까지 공개해 빈축을 샀다.   

 

한편 한 전 총리는 공판에서도 검찰의 기소 내용을 전면 부인했으며, '골프채 선물' 등 기소 내용 외의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골프채를 권했지만 거절했고, 계속 거절하는 게 마음에 걸려 모자만 받겠다고 했다"며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처벌해야 한다"며 한 전 총리에게 징역 5년에 추징금 4천600만원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재판 내내 한 전 총리가 뇌물을 받았다는 어떤 구체적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검찰의 '유일한 증인'인 곽영욱 전 사장은 오락가락하는 진술로 증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렸다. 곽 전 사장은 재판정에서 '직접 돈을 건네주었다', '의자에 두고 왔다'는 등 계속 말을 바꿨으며, 액수 역시 검찰 조사 과정에서 '10만 달러'→'3만 달러'→'5만 달러'로 바뀌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상황에서도 검찰은 "구체적인 부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본질적인 부분에 있어 진술의 일관성은 흔들리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기소 내용에도 없는 곽 전 사장의 '골프채 선물' 주장과 '제주 콘도 이용'을 들고 나와 '흠집내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3사는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

 

  KBS <"진술 거부"…다음 주 선고>(조태흠 기자/3.31)

       <제한적 검찰 신문 허락>(조태흠 기자/4.1)

       <징역 5년 구형>(조태흠 기자/4.2)

 

모니터 기간 중 KBS는 한 전 총리 재판과 관련해 모두 3건의 보도를 내보냈다. 보도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나 문제점 지적은 전혀 없다. 31일에는 재판 진행 상황을 단순하게 전달했고, 4월 1일과 2일은 검찰의 신문과 구형을 중심으로 제목을 뽑았다.

 

실제 보도에서도 한 전 총리의 검찰 신문에 대한 진술거부와 이를 인정한 재판부 판단의 의미는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그러면서 검찰의 '아들 유학비용', '제주 콘도 이용' 주장 등을 "새로운 의혹 제기"라며 비중 있게 다뤘고, 다음날 검찰 주장에 대한 변호인 측의 반박은 전혀 다루지 않아 기본적인 '형평성'에서조차 문제를 드러냈다.

 

<"진술 거부"…다음 주 선고>(조태흠 기자/3.31)는 한 전 총리가 검찰의 '악의적 흠집내기'를 비판하며 검찰 신문에 진술 거부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거부권 보장을 위해 피고인 신문 생략을 권고했지만, 검찰이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혀 내일 다시 재판을 열기로 했다"며 "진실을 말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면 검사의 신문을 피할 이유가 없다"는 검찰 관계자의 주장을 전하는데 그쳤다. 이어 곽 전 사장이 검찰의 '총리공관 오찬 당시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았을 것'이라면서도 "돈을 건넨 정황에 대해선 상세한 기억이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제주도 골프리조트를 빌려줬다'는 주장 등을 단순 전달했다.

 

<제한적 검찰 신문 허락>(조태흠 기자/4.1)은 검찰이 신문권 보장을 주장해 재판부에서 '변호인과 재판부의 검토를 거친 질문만 하라'는 중재안을 내놨으며 검찰의 반발에 재판부가 소송지휘권을 발동했다고 단순 전달했다.

 

이어 검찰이 '제주도 골프장에서 동생과 골프를 친 일이 있는지' 등을 물었고, '5만 달러'를 한 전 총리가 아들 유학비용으로 썼다며 "아들이 다녔던 미국의 학교 등록을 위해 4만 5천 달러의 예금 잔액 증명서가 필요한데 돈의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전 총리의 전면 진술거부와 검찰의 새로운 의혹을 제기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며 '아들 유학비용' 등을 새로운 의혹제기로 다뤘다.

 

<징역 5년 구형>(조태흠 기자/4.2)에서는 검찰의 구형 이유와 한 전 총리의 최후 진술을 전했다. 그러나 전날 보도에서 '새로운 의혹제기'라며 다뤘던 '아들 유학비용 의혹'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반박은 전하지 않은 채, "증거 없이 추정으로만 기소당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재판을 통해 뇌물 상습범으로 묘사되는 등 검찰이 망신을 줬다며 몸도 마음도 고통스럽다"는 한 전 총리의 '심경'을 전하는데 그쳤다.

 

그리고는 "재판정 안팎에서 정치수사 논란이 뜨거웠고 진술거부권에 대한 법리논쟁도 있었다"며 "헌정 사상 최초의 총리공관 현장검증이 이뤄졌고 제1야당 대표까지 증인으로 나왔던 이번 재판은 오는 9일 선고를 남겨두게 됐다"고 덧붙였다.

 

  MBC <밀착경호 공방>(이혜온 기자/3.29)

       <진술 거부‥파행>(전준홍 기자/3.31)

       <징역 5년 구형>(김준석 기자/4.2)

 

MBC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전 총리의 진술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고, '변호인 검토 뒤 질문'이라는 중재안을 내놨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밀착경호 공방>(이혜온 기자/3.29)은 총리 공관 경호 팀장 최 모씨의 증언이 '오찬이 끝나면 오찬장 앞으로 가 문을 잡고 안을 들여다본다'던 경호원 윤 모씨의 증언과 달리 '총리 일행이 나오면 현관에서 배웅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 모씨는 '오찬이 끝나면 총리는 일반적으로 손님과 같이 오찬장에서 나온다'고 증언했고, 또 다른 경호원 강 모씨 역시 '총리가 한참 늦게 나온 경우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재판 내용을 단순 전달했다.

 

<진술 거부‥파행>(전준홍 기자/3.31)은 곽 전 사장이 '석탄공사 사장에 응모한 사실을 전화로 밝힌 뒤 오찬자리가 마련됐다'고 새로운 주장을 폈고, 기억이 없다던 이전 법정진술을 뒤집고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한 전 총리에게 1천만원을 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 전 총리가 검찰 신문에 거부의사를 밝혔고, 검찰이 강하게 반발했다고 상황을 나열했다. 재판부가 한 전 총리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재판부가 "변호인의 신문 이후에 검찰이 반대신문을 하거나 양쪽 모두 피고인 신문을 하지 않는 절충안"을 제시해 내일 다시 재판을 열기로 했다고 전하는데 그쳤다.

 

<징역 5년 구형>(김준석 기자/4.2)에서는 검찰의 구형 이유를 전한 뒤, "한 전 총리가 곽 씨로부터 어떤 인사 청탁도 받지 않았고 곽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변호인 측의 반박과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증거 없이 무리하게 잡아넣고 흠집 내려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한 전 총리의 최후진술을 단순 전달했다.

 

  SBS <신문 거부..반발>(정혜진 기자/3.31)

       <징역 5년 구형>(손승욱 기자/4.2)

 

SBS도 재판 과정의 단편적인 '상황'을 전달하는데 그쳤다.

 

<신문 거부..반발>(정혜진 기자/3.31)은 한 전 총리가 검찰 신문을 거부했고 검찰이 반발했다며 양측의 주장을 나열한 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진술거부권을 인정한다고 밝혔고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휴정과 개정이 반복됐다"고 상황을 전하는데 그쳤다.

이어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가 돈 봉투를 못봤으리란 생각 안한다"고 주장했고 제주 골프 빌리지를 빌려달라고 한 전 총리가 직접 전화해왔으며 '2004년 1천만원을 줬다'고 기존 법정 진술을 번복했다고 전했다.

 

<징역 5년 구형>(손승욱 기자/4.2)은 검찰의 구형 이유를 전하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수뢰액이 3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 전 총리는 최후 진술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 "공소사실 자체가 허구인 만큼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말했고, 변호인 심문에서는 "돈 봉투를 본 일도 없고, 곽 전 사장의 인사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고 전했다. <끝>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6.2지방선거보도 민언련모니터단'의 주간 방송브리핑입니다.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2010.04.06 19:38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6.2지방선거보도 민언련모니터단'의 주간 방송브리핑입니다.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한명숙 #진술거부 #피의사실 공표 #곽영욱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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