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보는 북한...남한에서 보는 북한

[취중진담] 졸지에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드는' 경지로 올라간 김정일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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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hby)등록 2010.04.09 10:45

6.25 전쟁 당시 파괴된 압록강철교 끊어진 부분에서 바라본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왼쪽)와 고층빌딩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중국 단둥(오른쪽). ⓒ 권우성


"이렇게 잘 살게 될 줄은 10년 전에는 생각도 못했다." (지린성 옌지의 공기업직원 A씨)
"중국 공안이 막무가내라고? 옛날 같지 않다. 지금은 심부름꾼으로 생각한다." (옌지의 무역상  B씨)

지난달 중순 북중접경지역에서 길잡이로 나서준 2명의 재중동포(조선족)는 중국의 발전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잘 나가는 중국'의 모습을 중국 변경에 사는 '소수민족'에게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전문가이드가 아닌 이들은 각자 일을 하는 중에 하루씩 짬을 내줬고, 한국 기자들을 만나는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A씨는 옌지에서 차로 40분 거리인 투먼 바로 맞은편인 함경북도 남양에 사는 가까운 친척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수시로 도와달라는 연락이 온다는 것이다. 돈과 생필품을 싸들고 가기도 했고, 아예 생계수단을 만들어주려고도 했지만 이제는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하겠다고 독하게 마음먹고 가서는, 끝내 말을 못하고 돌아와 아내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 친척이 그 동네에서는 제일 잘 사는 편일 거라고 한다.

B씨는 북한에 친척이 없지만,  무역업 특성상 이런저런 관계를 맺고 있다. 몇 년 전에 가본 함경북도의 일반 가정집은 70년대 후반 자신의 집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북한의 토산품을 들여와서 수출하곤 했는데, 화폐개혁 이후로는 가격을 종잡을 수가 없어서 걷어치웠다고 한다. 그도 사업상 알게된 북한 지인들에게 쌀과 생필품을 보내줄 때가 있다.

지난 318일 오후 북한 함경북도 남양시와 중국 연변자치주 도문시를 연결하는 도문대교에서 북한군이 중국쪽으로 걸어서 넘어오고 있다. ⓒ 권우성


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옌지에 오기전에 들렀던 압록강변 단둥과 신의주의 모습이 겹쳐졌다. 아무리 둔한 사람도 강변에 서면 북한 제2의 도시라는 신의주와 단둥의 차이를 단번에 느낄 수 있다. 단둥과 옌지에서 만난 재중동포들은 한결 같이 "못사는 동생에게 아내 몰래  됫박쌀이라도 퍼다주는 거 아니냐. 어쨌든 한국이 북한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귀국한 지 며칠 안 돼 '천안함 침몰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 이후 '조중동'이 앞장서고 군이 '흐릿하게' 지원하면서 보수세력은 북한을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는 공포의 존재'로 그려냈다.

북한이 초계함보다 뛰어난 전탐시설을 갖고 있는 백령도 바로 인근, 그것도 자기 시계도 볼 수 없는 깜깜한 심해에서, 경계가 주임무인 초계함의 레이더와 소나를 뚫고 들어와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어뢰로 1200톤급 군함을 단 한방에 두 동강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했음에도 작전부대와 군 지휘부의 통신에 대한 감청에도 걸려들지 않았고, 최고의 시긴트(SIGINT, 영상신호정보)를 자랑하는 미국에도 '특이동향'을 포착당하지 않았다(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정보위 보고).

이렇게 해서 북한과 김정일은 졸지에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고, 모래알로 쌀을 만들고, 가랑잎으로 강을 건너시는" 경지로 올라가 버렸다.

중국에서 보는 '가난하고 궁핍한 북한'과 남한에서 본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는 북한' 중 어느 것이 북한의 본 모습일까. 물론 두 가지 다 북한의 실체일 수 있다.

문제는 근거다. 지금 제기하는 북한개입설은 "300톤급 소형 잠수함의 움직임이 있었는데, 우리한테 넘어왔다는 정황 증거는 없다"(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는 하나마나한 말에서 앞부분만 기사 제목으로 올리는 수준이다.

합동조사단 문병옥 준장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 침몰 당시 상황을 담은 열상감시장비(TOD) 추가 촬영분을 공개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기뢰와 어뢰 가능성이 남는데 어느 것이 높으냐"는 질문에 "어뢰가능성이 조금 더 실질적이"이라고 해놓고, 정작 "천안함이 반잠수정에 의해 어뢰 공격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유속도 빠르고 기상이 불량해 그같이 작은 배로 천안함을 공격하는 자체가 대단히 어렵다"고 답한다. 어뢰 가능성이 높다고 해놓고는 어뢰발사체가 될 반잠수정의 기동가능성은 부인해 버린 것이다.

이들은 잠수함을 내세웠다가 침몰지점의 수심이 잠수함이 움직이기에는 너무 낮다는 말이 나오자 반잠수정으로 바꿨고, 반잠수정은 1200톤급인 천안함을 한방에 격침시킬 만한 어뢰를 달 수 없다는 것이 밝혀지자 버블제트 어뢰나 사출형 기뢰 등을 등장시켰다. 그러나 어뢰설를 입증할 물기둥도 화약 냄새도 그리고 어뢰 음향도 포착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논란거리를 만들면서, '북한 개입설'은 뿌연 안개처럼 퍼져나가고 북한은 유령처럼 떠다니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여기서 자기의 존재근거를 만들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와 자신들의 안보 무능을 감추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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