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잠자는 집이지만, 여기는 사는집"

[서평] 김명하의 <우리동네 어린이도서관 101% 활용법>

등록 2010.04.10 15:11수정 2010.04.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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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어린이도서관 101% 활용법> 겉그림. ⓒ 봄날

<우리동네 어린이도서관 101% 활용법> 겉그림. ⓒ 봄날

매주 일요일 오후엔 세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간다. 집에서 2분 거리다. 두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1분, 큰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15분 거리에 자리 잡은 어린이도서관이다. 내 딴엔 매일같이 갔으면 좋으련만 그게 맘 같지 않다. 내가 하고 있는 일도 있고, 아내도 나름대로 하고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주일 오후에 그곳에 가면 벌써부터 와 있는 아이들이 내게 아는 척을 한다. 마천동에 이사온 지 만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 많은 녀석들을 알게 됐다. 순전히 우리 집 세 아이들 때문인데, 그 덕에 나는 그곳 4층 문턱에 들어서면 아이들로부터 거창한 환영을 받는다.

 

그곳 도서관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채로운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문 입구 오른쪽엔 의자에 앉아서 사람들을 맞이하거나 업무를 보고 있는 사서 선생님 두 분이 눈에 띈다. 문 입구 왼쪽으로는 의자와 방석을 깔고 앉거나 베개에 누워서 책을 읽는 아이들이 여럿 보인다. 그리고 저 멀리에는 신문대를 비롯해 여러 책들이 꽂혀 있는 책장이 줄줄이 서 있다.

 

저 멀리 안쪽으로는 도서관 분위기에 맞게 책상 머리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 그곳에선 책 넘기는 소리만 들린다. 물론 큰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어른들이다. 그 공간에는 좀체 어린 아이들이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그랬다간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도서관은 엄숙? 여긴 절대 그렇지 않아

 

김명하의 <우리동네 어린이도서관 101% 활용법>에도 우리 동네 어린이도서관 풍경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하지만 다른 점들이 있다. 이를테면 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도서관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뛰어 놀 수 있고, 엄마와 아빠가 책 읽어주는 소리도 나야 하고, 생기발랄함이 깃든 곳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정숙하거나 엄숙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우리 동네 어린이도서관에도 아주 가끔 영화를 상영해 준다는 포스터를 붙여 놓는데, 이 책도 어린이도서관이 문화공간을 보장하고,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는 놀이터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어린이도서관이 비단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점차 어른들을 위한 만남과 교류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단순히 책을 대여하는 공간이 아니라 더 많은 교제의 장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

 

"도서관은 독서실이 아니에요. 어린이 도서관은 자기 집 안방 같고, 엄마 품 속 같은 책놀이터가 돼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상상력을 키우고 책과 자연과 하나가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지요. 그런 게 바로 '기적' 아닌가요?"(47쪽, 최지혜, 부평 기적의 도서관)

 

무엇보다도 이 책은 아이들에게 친화력과 자발성을 찾아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치원 아이들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겐 무엇보다도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과 놀이를 제공해 주고,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에겐 자기 스스로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도록 능력을 배양시켜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입시위주의 교육 때문에 요약본 책을 읽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동네 아이들에게 먹을 것도 직접 해주는 도서관

 

그런데 또 하나 놀라운 것이 있다. 우리동네 어린이도서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 이 책에 등장하는 어린이도서관에는 종종 어린이들이 사서로 봉사하기도 하고, 도서관 관장님이 아이들에게 한 달에 한 두 번씩 구연동화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도 한단다. 더욱이 그 도서관을 중심으로 모이는 동네 아이들에게 먹을 것도 직접 해 준단다.

 

"책이 많은 곳이다. 다른 도서관보다 다양하고 작품도 만들 수 있다. 편안한 곳이다. 같이 만나서 얘기도 하고, 놀기도 한다. 학원보다 더 재밌는 있는 이유는 마음? 놀 수 있는 친구? 편안한 친구? 마음은 서로서로 그냥 쟤는 개구쟁이, 쟤는 책을 많이 읽는 아이네 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집은 잠자는 집이지만, 여기는 사는 집이다."(239쪽, 표영서, 4학년 고양시 주교동 책놀이터 도서관 인터뷰)

 

표영서 친구에게 어린이도서관이 사는 집이 되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런 인식이 그 아이들에게 스며들고 베어나기까지 얼마나 그 동네 사람들이 노력을 기울였을까. 그런 점에서 우리 동네 어린이도서관도 단순히 책을 읽고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이이들끼리 함게 놀고 또 살 수 있는 집이 되었으면 한다. 그 인식의 전환은 우리 동네 분들이 주도해 가야 할 몫임에 틀림없다.

2010.04.10 15:11 ⓒ 2010 OhmyNews

우리동네 어린이도서관 101% 활용법

김명하 지음, 마이클럽닷컴 기획,
봄날, 2010


#어린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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