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어루만지지 않는 '도시디자인'이라면

[책읽기가 즐겁다 354] 시노하라 오사무, <토목을 디자인하다>

등록 2010.04.16 11:28수정 2010.04.1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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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목을 디자인하다>(동녘,2010)
 ├ 글 : 시노하라 오사무
 ├ 옮긴이 : 강용조
 └ 책값 : 18000원

인천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제 살림집과 학교 둘레에는 늘 공장이 있었습니다. 제일제당, 강원연탄, 동양화학, 대우중공업처럼 굵직하고 큰 공장을 비롯하여 남동공단과 주안공단과 월미도공단이라든지 숭의야구장이나 신흥동 쪽에 자리한 작은 공장이라든지 아주 많았습니다. 이 공장들 가운데 몇몇이 자리를 비우거나 떠나곤 했으나 거의 모든 공장들은 예나 이제나 그대로 그 자리에서 물건을 만들며 먼지와 매연을 내놓고 있습니다.


국민학교를 다닐 때에는 집부터 학교까지 걸어다녔는데, 집과 학교 사이에 있던 제일제당에서 내뿜는 매연은 코를 찔렀고, 비오는 날이면 폐수를 더욱 많이 쏟아부어서 온몸에 공장 매연과 냄새가 배어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제일제당 매연과 냄새로 그치지 않고 강원연탄에서 날리는 탄먼지가 잇달아 날리니까 아침부터 노상 낯을 찌푸릴밖에 없고 하루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골이 띵하면서 괴로웠습니다. 그래도 저나 동무들이나 이런 터전에서 용케 학교를 잘(?) 다녔고 골목에서 신나게 뛰어놀았습니다. 석탄이나 연탄을 실어 나르는 기차가 지날 때면 미리 주워 놓은 병뚜껑을 철길에 올려놓고 납짝쿵 만들기를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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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제당 공장 굴뚝. 인천 중구 신흥동3가에 살며 신흥동3가에 있는 학교에 다닐 때에 늘 올려다보아야 하던 큼직한 공장 굴뚝입니다. ⓒ 최종규


야구장에 갈 때면 크고 작은 철공소 쇠붙이 냄새를 고스란히 마시면서 걸어갔고, 바닷가에 가서 낚시를 하거나 물놀이를 하거나 배를 탈 때면 으레 월미도공단이니 남동공단이니 주안공단 끝자락이니 하는 데에서 쏟아내는 폐수와 매연이 바람을 타고 찾아들어 듬뿍 들이마셨습니다. 중고등학교 적에 학교 가는 길에는 동양화학과 대우중공업 먼지와 매연을 마셨고, 이제는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가 되었으나 제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때에는 오늘날 아파트 자리에 원목처리장과 폐수처리장이 있었습니다.

초중고등학교 열두 해란 언제나 공장 둘레에서 먼지와 매연을 마시는 한편, 살림집은 경인고속도로 들머리인 탓에 숱한 컨테이너차하고 덤프차가 날리는 먼지와 소리에 길드는 나날입니다. 이런 터전에서 머리통이 굵은 사람으로서 인천이라는 곳을 고향으로 느끼며 뿌리내리고 살겠다는 마음을 품기란 몹시 어렵습니다. 되든 안 되든 인천을 떠나는 길을 살폈고, 한 번 인천을 떠나면 다시는 돌아가지 말자는 생각을 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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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있는 공장들에서 물건을 만들거나 연탄을 찍어서 서울로 올려보내던 철길. 이 철길을 여섯 해 동안 밟으며 국민학교를 다녔습니다. 이제는 하루에 한 번쯤만 기차가 지나가기에 동네 아이들은 기차길 옆에 일군 꽃밭과 텃밭을 즐기며 나들이를 합니다. ⓒ 최종규


.. 설계사무소에서 하는 대로 맡겨 둔 것이 실수였다. 다리 위를 걸어가는 사람에게는 난간, 교명주, 방호책의 완성도가 다리의 인상을 결정해 버린다. 이런 자잘한 것은 다리의 형태에 비하면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은 다리를 모르는 이들의 생각이다. 내 경험 부족 때문에 마쓰도에 이어, 에도가와 구의 메이와바시 교, 다쓰미신바시 교에서도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  (28쪽)

고등학교를 마치고 인천을 등졌습니다. 열두 해를 다른 곳에서 떠돌거나 머물며 살았습니다. 안 그래도 숱한 공장과 발전소에다가 공항까지 들어서며 사람들 살림터로는 영 엉터리인 인천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영 엉터리인 인천을 고향으로 삼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과 바람이 안 좋은 줄 뻔히 알아도 가난한 가운데 살림을 일구고 조그마한 집 한 칸이나마 마련하며 딸아들 키운 분들이 있습니다. 물과 바람이야 한국땅 어디를 가든 마찬가지가 아니냐면서 거의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파트나 빌라에서 여느 월급쟁이로 지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는 서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고, 부산이나 대구나 광주나 대전이라고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큰도시이기에 일자리가 더 많아 더 많은 사람이 몰립니다. 큰도시이기에 작은도시나 시골과 견주어 큰 학교가 많고 이모저모 시설이나 문화가 한결 낫다고 여기며 더 많은 사람이 넘실거립니다. 아무래도 큰도시라 할 때에는 사람이 사람다이 지낼 만한 터전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입에 풀칠을 할 돈벌이가 될 일자리가 조금 더 있고, 워낙 많은 사람이 복닥이다 보니 쉴거리나 놀거리나 즐길거리로 문화이니 공연이니 예술이니 교육이니 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자급자족이 아닌 돈으로 물건과 곡식과 옷가지와 집을 사들이며 목숨을 잇는 도시인 만큼, 끝없이 돈벌이 일자리에 매여야 하고, 은행계좌에 꽤 큰돈이 들어 있어도 마음을 놓지 못하며 자꾸자꾸 다람쥐 쳇바퀴 월급쟁이 삶자락을 이어야 하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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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에 자리한 '송현시장'은 일찍부터 '재래시장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바닥돌 새로 깔고 지붕 말끔히 얹는 공사를 해 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부터 '재래시장 관광시장화'라는 새로운 이름을 내걸며 수십 억을 들여 '예쁘게 잘 있던 바닥돌'과 '멀쩡히 비바람 가려 주던 지붕'을 걷어내고 다시 때려짓습니다. 이러는 동안 벌써 반해가 넘도록 시장 주민들은 장사다운 장사를 못하고 있습니다. ⓒ 최종규


도시에서 자연을 생각하며 생태를 살리며 지내는 길을 찾는다는 몸짓이 조금씩 불거지는데, 스스로 먹을거리 입을거리 잠잘거리를 마련할 수 없는 도시에서는 자연이든 생태이든 붙이기 좋은 이름으로 그치지 않느냐 싶습니다. 자연을 닮거나 흉내내는 밥은 있어도 자연스럽거나 자연 그대로인 밥은 없는 도시입니다. '생태적'이라는 말을 쓰고 '웰빙'이나 '그린'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하여도 참말 푸르거나 깨끗하거나 맑거나 싱그럽거나 고운 삶은 아닌 도시입니다.

.. 고도성장 이후에 태어난 세대로서는 대도시 교외의 집합주택 풍경이, 혹은 나무가 거의 없는 단독주택 풍경이 원풍경이 되어 있을 터이다. 가령, 자잘하지만 예스러운 변두리 마을이 원풍경이 되어 있으면 거기에는 전통이 숨쉬고 있을 터이므로 그나마 괜찮다. 살벌한 풍경을 원풍경, 고향의 풍경으로 해서 자라난 사람들의 참담함을 알아야 한다 … 건널목을 없애기 위해 철도를 고가철도로 한다, 혹은 교차점을 없애기 위하여 입체교차로 한다. 이유는 그럴싸하게 보여도, 왠지 모르지만 사람보다 도로나 철도가 먼저라는 생각이다 … 일본에서는 도로든 철도든 고가교 천국이라고 해도 달리 할 말이 없다. 원래는 고가교가 없는 편이 좋다. 그것이 인간을 중시하는 도시다 ..  (75, 289, 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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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 일흔 해 넘게 자리하고 있던 인천 숭의야구장과 공설운동장을 허문 자리에 축구전용구장을 새로 짓는 인천시는, 이 사진 왼쪽에 보이는 5층짜리 상가주택을 허물고 여기에 51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밀어붙입니다. 둘레 다른 곳도 아파트가 비죽비죽 솟아 있지만, 조금도 '도시 경관과 삶터'를 살피지 않는 막개발일 뿐입니다. ⓒ 최종규


골목 한켠이나 마당 한켠에 꽃밭을 가꾸거나 텃밭을 일구는 분이 제법 있습니다. 그렇지만 꽃밭이나 텃밭을 일구는 분 숫자는 대단히 적습니다. 거의 모든 도시사람들은 꽃밭을 가꿀 겨를이 없고 텃밭을 일굴 짬이 없습니다. 꽃밭 텃밭 가꾸거나 일굴 틈이 있으면 한푼이라도 더 벌어들여야 한다고 여깁니다. 꽃이야 꽃집에서 사면 되고 먹을거리야 ㅇ마트 ㄹ마트에서 값싸게 사들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는커녕 두 다리로 다니는 일조차 드물고 자가용을 몹니다. 어쩔 수 없는 계층에 있을 때에는 대중교통을 탑니다. 다달이 기름값이며 보험삯이며 무엇이며 수십만 원이나 백만 원 안팎을 쓸지라도 더 돈을 벌어 메우면 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수백만 원이나 수천만 원에 이르는 자가용을 장만하지 않고, 이 돈으로 이웃사랑을 한다든지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북돋우는 마음밥을 장만하는 데에 쓴다든지 하지 못합니다. 더 많이 써야 하니까 더 많이 벌어야 하고, 더 많이 쓸 곳이 있으니까 더 많이 벌어들이지 않으면 조바심을 냅니다.

저 또한 도시에서 목숨 하나 잇는 가운데 목숨 둘을 함께 보살피는 몸으로 지내고 있지만, 이 도시에서 어찌저찌 덧셈뺄셈을 하며 살림을 맞추는 길은 막다른 데로 나아갈 뿐 아니겠느냐고 느낍니다. 어느 만큼 목돈을 모아 시골 논밭을 마련한다면 참 꿈같은 노릇일 텐데, 누구나 비슷한 노릇으로 어느 만큼 목돈을 모으면 더 큰 목돈을 모으고파 하며, 더 큰 목돈이 모이면 다시금 더 큰 목돈을 바랍니다. 바로 지금 가진 만큼 나누거나 즐기면서 스스로 좀더 낮은자리에서 고개숙이며 조용히 살아가지 못합니다.

.. 근대 예술의 개성 중시 경향과 함께, 근대 건축에도 두 가지 폐해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과 개인의 정신을 표현한다고 해서, 나무 자유로운(자의적인)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것을 보다 더 눈에 띄게 하려고 대지와 동떨어진, 극도로 자기완결적인 형태를 추구하게 된다 … 말하자면 건축의 추상 조각화, 추상 예술화다 … 예전의 건전한 건축이 기후, 풍토에 적합한 필연적인 형태를 지니고, 산촌ㆍ어촌에서는 그곳의 자연과 일체가 되고, 또 도시에서는 운하와 길과 또 다른 주거들과 함께 하나로 어우러진 거리를 형성하는, 그런 비자기완결성을 당연시하던 사실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  (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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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동녘

<토목을 디자인하다>라는 책을 읽습니다. '토목 디자인'을 하는 일본사람이 쓴 책입니다. 글을 쓴 시노하라 오사무 님은 당신이 '실패했던 경험'을 책 곳곳에서 스스럼없이 밝히며 '이제는 예전처럼 실패하는 법은 없다'고 적바림합니다. 젊은 날 어줍잖게 벌인 일들이 좋은 보기가 되어 '참답고 아름다운 토목 디자인을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토목을 디자인하다>를 읽는 동안, 시노하라 오사무 님으로서는 당신이 쓴맛을 본 갖가지 '토목 디자인'이 좋은 배움터이자 스승 노릇을 해 왔다고 느낍니다. 이렇게 쓴맛을 보았기에 이 책 하나 살뜰히 여미는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시노하라 오사무 님은 지난날 시노하라 오사무 님하고 견주어 '실패하는 일이 없다'고 느낄는지 모르나, 앞으로 스무 해나 서른 해가 지난 다음에 새롭게 돌아본다면, 그때에도 '실패했던 경험'이 아니었을까 궁금합니다. 아직 당신 스스로 당신 길을 꾸밈없이 들여다보거나 톺아보는 눈높이에 이르지는 못한 노릇 아닌가 궁금합니다.

당신은 당신이 쓴맛을 본 일을 밝히면서 당신 뒷사람과 동료한테 '이렇게 잘못 나아가면 안 된다'고 도움말을 들려주고 있는데, 도움말을 들려주기 앞서 '당신이 잘못 만들어 놓은 토목 디자인 때문에 수십 해에 걸쳐 잘못된 터전에서 엉터리 삶을 꾸리고 있을 사람'들을 더 깊이 돌아보는 일을 먼저 해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남 앞에서 도움말을 들려주기 앞서 나 스스로를 되새기거나 뉘우쳐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당신이 자꾸 쓴맛을 본 까닭이란, 당신이든 엔지니어이든 설계자이든 '토목이나 건축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살아왔고 살아가며 살아갈 사람이 아니기 때문임을 읽어내지 못하면 어떡하느냐 싶습니다.

.. 수명이 긴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패션의 디자인과는 반대 방향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상적으로는 50년 봐도 질리지 않는 그런 디자인이다. 질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적어도 기발함이나 유행을 좇지 않는 것이며, 시간의 경과와 함께 열화하지 않는 디자인이다 … 사람이 생활하는 일상의 환경을 형성할 때에 무엇이 가장 중요하느냐고 물으면, 그것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말 한 마디면 된다 … 환경을 형성하는 도로, 하천, 철도 등의 토목 구조물, 시설은 눈에 거슬리지 않고 대지에 녹아들어가, 그 존재에 신경을 쓰지 않도록 해야 된다. 그래야만 사람은 그 환경 속에서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  (143쪽)

제 고향 인천을 1994년에 등졌다가 2007년에 돌아온 까닭은, 하루가 다르게 엉망진창이 되고 있는 고향동네에 더 큰 엉망진창 '토목 사업'이 마구잡이로 펼쳐지고 있어, 이 엉망진창 토목 사업을 가로막는 데에 작은 손 하나를 보태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더 큰 엉망진창 토목 사업이란 골목동네 한복판에 '너비 50∼70미터에 이르는 고가도로형 산업도로'를 놓으며 산업도로 둘레로는 모조리 아파트숲을 심겠다는 인천시장 계획입니다.

저한테만 끔찍하게 보이는 토목 사업일는지 모르나, 이 끔찍한 토목 사업을 막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경인철도 위를 지나서 동네 한복판을 가로지르려던 고가도로는 막아냈고, 왕복 16차선으로 놓겠다던 산업도로는 왕복 4차선 일반도로로 줄이게 했으며, 인천종합건설본부에서 문서로 약속해 주지는 않았으나 땅위가 아닌 땅밑으로 길을 내겠다고 기자회견을 하고 지역신문에 보도자료를 띄웠습니다. 아쉬운 대로 한숨을 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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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큰눈이 쏟아지며 온 도시가 막히던 때에, 인천시에서는 온 도시 눈을 긁어모아, 배다리산업도로 공사터에 들이부었습니다. 이때에 눈 말고 쓰레기까지 덩달아 쏟아부어 동네에 지린내 구린내가 퍼지도록 했습니다. 인천시에서는 나중에 민원을 받고 이때 쏟아부은 눈과 쓰레기를 다시 퍼서 다른 데로 갖다가 버렸습니다. ⓒ 최종규


그렇지만 이런 커다란 엉망진창 토목 사업 하나를 겨우 다독거렸다 하더라도, 동네 곳곳에는 고만고만한 엉망진창 토목 사업이 끊이지 않습니다. 온나라 사람이 다 아는 '멀쩡한 보도블럭 뒤집기'라든지 '큰돈 들여 자전거길 만들었다가 없애기'라든지 '시에서 목돈 들여 재래시장 현대화를 한다며 바닥돌과 지붕을 새롭게 만들어 놓은 시장에 이번에는 관광시장화를 외치며 바닥돌과 지붕을 다시 새롭게 만들기'를 한다든지 '경인전철 굴다리 밑 쌈지공원을 만들기는 해 놓고 개방을 안 하다가 이 쌈지공원을 허물고 새로운 쌈지공원으로 만들기'를 한다든지 하면서 애먼 돈을 쏟아붓습니다. 적으면 수 억에서 많으면 수십 억에 이르는 돈이 고만고만한 엉망진창 토목 사업에 해마다 쓰입니다. 이런 토목 사업을 벌이는 공무원이 있고, 이런 토목 사업을 맡는 건축가와 설계가와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토목을 디자인하다>라는 책을 쓴 시노하라 오사무 님 말마따나 '토목은 디자인해야' 맞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어떤 토목을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사람이 손질하거나 꾸미거나 매만지거나 어루만질 수 있을까요. 토목 사업을 맡는 건축가와 설계가와 디자이너는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무엇을 배우고 있나요. 이들은 대학교에서 어떤 수업을 듣고 어떤 교양을 쌓으며 어떤 지식을 갖추고 있나요. 이들은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기까지 당신들이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고향동네를 어느 만큼 가까이하거나 느끼거나 살피거나 받아들이거나 들여다보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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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들여 꽃을 심고 화단을 만들어야 예쁜 동네가 되지 않습니다. 사람들 살림터를 있는 그대로 지켜보며 사랑해 줄 수 있어야 예쁜 동네가 됩니다. ⓒ 최종규


올바른 토목 디자인이란 태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토목 디자인이란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슬기롭고 멋지며 곱고 싱그러운 토목 디자인을 만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골목길을 생각하고 동네를 헤아리며 도시와 시골을 잇고 나라와 겨레를 아우르는 건축가와 설계가와 디자이너란 이 나라 한국땅에서 몇 사람이나 태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돈벌이를 하자면, 입에 풀칠을 하자면, 토끼 같은 살붙이들 먹여살리자면, 올바르거나 아름답거나 슬기롭거나 멋진 토목 디자인이란 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이 나라는 삶을 어루만지지 않는 교육이요, 삶을 어루만지지 않는 문화이며, 삶을 어루만지지 않는 문화예술인데다가, 삶을 어루만지지 않는 정치경제입니다. 이런 흐름에서 토목이나 건축이나 디자인이 어떻게 삶을 어루만질 수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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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를 가로막고 있는 아파트는 '만석비치타운'. 아파트 이름부터 '비치타운'이라고 붙이는데, 이러한 설계와 디자인은 누가 했을까 궁금합니다. ⓒ 최종규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

토목을 디자인하다

시노하라 오사무 지음, 강영조 옮김,
동녘, 2010


#책읽기 #삶읽기 #토목디자인 #재개발 #배다리산업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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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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