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놀던 아이, 밥 먹다가 '꾸벅꾸벅'

[사름벼리와 함께살기 4] 스물한 달짜리 아이가 보여준 모습

등록 2010.04.16 11:42수정 2010.04.1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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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여섯 시가 조금 넘을 무렵부터 찡얼찡얼거리다가 깨어나는 아이는 둘레에 같이 놀아 주는 동무나 어른이 있으면 낮잠 잘 생각을 안 합니다. 두 눈이 벌거진 채로 졸음이 가득하면서도 졸음을 꾹 눌러참습니다. 달게 한두 시간쯤 잤다가 일어나서 다시 놀아도 될 텐데, 버티고 다시 버티며 또 버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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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마실을 나와 골목집 토끼장을 한참 들여다보며 노는 아이. ⓒ 최종규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새벽바람으로 일어나는 아이입니다. 어제는 봄골목 마실을 하고 사진틀 집을 알아보러 다니느라 일찍부터 집을 나섰습니다. 한 시간 반쯤 동네를 걷고 사진틀 집에 찾아가 동네 이웃을 만납니다. 아이는 토끼를 기르는 집 앞에서 토끼를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만지며 떠날 줄을 모릅니다. 동네 책쉼터에 들러 한동안 다리쉼을 한 다음 집으로 돌아와 밥상을 차립니다. 아이는 배가 퍽 고팠는지 부지런히 젓가락을 놀립니다. 그런데 아이 젓가락질이 차츰 무디어집니다. 아이는 고개를 까딱까딱합니다. 뭐 하고 있느냐 싶더니 아이는 밥을 먹으면서 졸고 있습니다.

밥먹던 숟가락을 놓고 아이를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아이는 이내 밥상머리에 고개를 푹 박습니다. 잠든 아이를 들어 입가와 손을 씻어 주는데 아이가 깨어나며 찡얼거립니다. 그래도 입과 손을 다 씻습니다. 아이는 잠을 안 자겠다며 억지로 눈을 부릅뜨고 젓가락을 다시 집습니다. 그렇지만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꾸벅꾸벅 졸고, 이제는 웬만큼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를 고이 품에 안아 방바닥에 눕힙니다. 기저귀를 채우고 이불을 덮습니다. 이때부터 아이는 두 시간 반 동안 아주 깊이 잠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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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손에 맞는 젓가락도 아닌 큰 젓가락을 쥐고 밥을 먹던 아이는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 최종규


아이를 재우고 난 다음 기지개를 켜며 "자, 이제 아빠도 글을 좀 써 볼까?" 하고 중얼거리는데, 아빠도 졸음이 쏟아집니다. 모처럼 아이가 잠들어 준 이 고마운 때에 밀린 집일을 하든 글쓰기를 하든 책읽기를 하면 좋으련만, 아빠는 아이 뒤치닥거리에 두 손을 들고 아이 옆에서 새근새근 잠듭니다.

아이와 함께 살아온 지 스물한 달이 된 4월 15일 낮, 말로만 듣던 '신나게 놀아 고단한 아이는 밥을 먹다가 밥숟가락 입에 문 채로 잠이 들기도 한다'는 모습을 처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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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가와 얼굴이 온통 지저분하도록 밥을 먹던 아이는 씹다 말고 밥을 입에 가득 문 채 잠이 듭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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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게 놀고 달게 자고 기운차게 다시 일어나서 신나게 노는 삶이 아이한테 가장 좋다고 느낍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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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옆에 아빠가 나란히 누웠습니다. 잠들지 않고 책을 읽던 엄마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 전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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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젓가락질을 익히는 아이는 아빠보다 젓가락질 잡는 모양새가 좋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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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언제나처럼 방바닥에 놀잇감을 온통 어질러 놓으며 춤을 추고 놉니다. ⓒ 최종규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
#아이키우기 #사름벼리 #육아일기 #삶읽기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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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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