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묶인 여행객들, '580만원' 내고 택시타기도

[해외리포트]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에 전유럽 교통대란

등록 2010.04.19 13:44수정 2011.11.1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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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0일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이 거의 한 달째로 접어들고 있다.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의 이 화산은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동남쪽으로 160킬로미터 떨어진 아이슬란드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기원 이후 역사상 이미 3번의 폭발이 있었던 곳이다. 특히 1821년에 있었던 이 화산의 마지막 폭발은 1년 이상 지속되었다.

원래 화산지역인 아이슬란드에서 화산 폭발은 기이한 현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 화산 폭발에 현재 전 유럽의 지대한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는 이 화산이 북유럽의 항공노선 상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해발 1600미터의 고도에 위치해 있는 이 화산은 거의 한 달째 시커먼 대형 연기구름을 하늘에 토해놓고 있는데 이 화산재로 인해 처음에는 북유럽 항공이 결항되더니 계속되는 북서풍이 검은 구름을 유럽 전체에 확산시킴으로써 지금은 스페인, 포루투칼, 이태리 남부 지역을 제외한 전 유럽의 항공운행이 결항됐다.

이는 2001년 9월 11일 미국 테러사건 이후 최대의 항공 결항으로 알려져있다. 4월 17일 토요일 하루 유럽 대부분 항공의 발이 묶여 1만7천대의 비행이 취소되고 독일과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의 국가는 18일 오전 12시까지 항공 운항이 금지됐다. 

프랑스의 경우 월요일인 19일 아침 8시까지 모든 비행이 금지됐다. 이후 화산 폭발의 추이에 따라 상황은 변하겠지만 폭발이 계속 진행된다면 비행 금지는 계속 이어질 예정으로 보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화산 폭발의 원산지인 아이슬란드는 비행금지에서 제외된다. 이번 비행 금지로 인해 유럽의 항공사가 하루에 보는 손해 금액은 1억5천유로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화산재로 인해 유럽항공이 결항된 이유는?

유럽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화산재가 만발한 상공을 비행기가 통과할 경우 마그마의 미세입자와 유황, 염소, 불소 등으로 구성된 유해한 화산재가 비행기의 엔진에 침투해 엔진 작동을 정지시킴으로써 추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이미 100여 종의 이런 류의 비행기 사고가 발생했는데 1982년 인도네시아의 화산 폭발로 브리티시 에어가 6000미터나 하강했고 1989년에는 네덜란드 항공 KLM이 알래스카 화산재가 뒤덮인 항공을 통과하다가 4000미터를 하강한 적이 있는데 다행히 두 비행기 모두 마지막 순간에 엔진이 재발동하여 대형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 화산재가 만발한 항공노선에 비행을 금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파리, 부활절 방학과 맞물려 혼란

유럽 대부분의 항공이 취소된 지난 주말은 공교롭게도 프랑스 부활절 방학 기간이었다. 이로 인해 해외로 휴가를 떠났던 많은 프랑스인들의 발이 묶이게 되었는데 특히 미국으로 휴가를 떠난 5만 명의 프랑스인들이 현지에 묶여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주일 예정의 휴가를 보내기 위해 떠났던 이들은 휴가가 본의 아니게 연장되는 바람에 휴가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게 생겼는데 이들 여행을 주관한 여행사에서는 자연재해로 인한 불상사로 생기는 추가여행비용에 대한 책임이 없게 되어 있다.

경비가 떨어진 여행객들은 여러 명이서 호텔의 같은 방에 기거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아예 공항 내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는 형편이다. 일부는 선박 편으로라도 돌아오려고 했으나 프랑스와 미국을 연결했던 정기 선박편이 존재하지 않아 그것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여행객들은 유럽 내일 경우 장거리 택시를 이용하기도 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묶인 일부 여행객들은 오슬로-파리, 오슬로-브뤼셀 등의 장거리 택시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오슬로-브뤼셀의 택시 비용이 3800유로(약 582만 5400원)에 해당하고 스톡홀름-오슬로 비용이 750유로(114만 9750원), 스톡홀름-코펜하겐 비용이 950유로(145만 6350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런 사치가 허락된 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많은 여행자들이 선택하는 것은 선박이나 철도운송이다. 유럽대륙에서 휴가를 보내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 많은 영국인들이 페리호나 유로스타를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선박회사에서는 하루에 출항하는 배의 편수를 늘리고 유로스타도 하루에 8대의 추가운행을 실시하고 있는데 예약 없이 도착하는 손님들도 자리가 있으면 곧바로 승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이번 항공운행 취소로 인해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배편과 유로스타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셈이다

파업의 나라인 프랑스에서는 지난 열흘부터 철도청이 일부 파업에 들어가 기차편도 많이 줄어든 상태이다. 항공과 기차 두 운송 편을 동시에 잃어버린 여행객들은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 형편이다.

화산재가 유럽 기후에 미치는 영향

화산재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산재에서 유출되는 유해가스가 심할 경우에는 인체에 해를 끼칠 수도 있고 특히 풀을 뜯어먹고 사는 동물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거의 한 달째 지속되고 있는 아이슬란드 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재의 농도가 증가될 경우 화산재가 지상 15킬로미터 이상의 고도인 성층권으로 상승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곳은 강한 바람이 머무는 곳인데 이 바람으로 인해 화산재가 유럽 전체 지역으로 확산되어질 수 있다. 이 화산재가 공기에 오랫동안 머물게 되면 태양 빛을 가리게 되어 지구의 온도를 낮추게 되는데 땅의 온도가 0.2도에서 0.4도 정도 하강하고 반대로 대기의 온도 높이는 상승하여 지구의 온실 효과와는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783년에 발생하여 8개월 동안 지속된 아이슬란드의 라키 화산 폭발로 지구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고 대부분의 경작물이 파괴되어 아이슬란드에 대기근이 생겼는데 이로 인해 1만 명의 인구가 사망하였다. 이 스모그 현상은 서유럽 기후에도 영향을 미쳐 기근 사태를 초래했는데 이 기근이 프랑스 혁명에 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또한 뜨거운 마그마가 화산을 덮고 있는 빙하를 녹여 홍수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화산의 파편이나 진흙 등을 동반한 홍수로 인해 1985년 콜롬비아의 네바도 델 뤼즈 화산 폭발 당시 2만 5천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그러나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은 소형 규모에 해당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화산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루 50톤의 마그마를 방출하는 이 화산 폭발은 1991년 수 만톤의 마그마를 뿜어냈던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에 비해서는 1만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말의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이 화산 속에 적재된 마그마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화산 폭발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화산전문가들을 우려케 하는 것은 이 화산 폭발이 근처에 있는 카틀라 화산 폭발을 유발시킬 가능성이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위험한 화산으로 알려진 카틀라 화산의 마지막 폭발은 1918년에 이루어졌는데 이 화산 근처에는 많은 인구가 모여 살고 있어 폭발이 일어날 경우 커다란 위험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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