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김상곤, 교사에게 사과편지 쓴 까닭

급식 탈락한 제자들 위해 점심 굶는 최은순 교사에게 "죄송하다"

등록 2010.04.23 21:49수정 2010.04.23 21:49
0
원고료로 응원
a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 . ⓒ 유성호

경기도교육감 재선에 도전한 김상곤 예비후보가 23일 일선 교사에게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편지를 보냈다. 무상급식 때문이다.

부산 북구 A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최은순 교사는 이날로 열흘째 점심 단식을 하고 있다. 자신이 담임을 맡은 반 학생이 무상급식 지원에 탈락하자 제자와 함께 굶기로 한 것이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A중학교는 지난 12일 급식비 신청을 했던 학생 106명 중 75명만 지원하기로 했고, 최 교사의 반 학생 1명도 결국 급식비 지원대상에서 탈락했다. 최 교사는 주눅 들어 서류를 내밀던 아이들의 눈빛을 떠올리고 단식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탈락됐던 이 학교 아이들이 모두 급식비를 지원받도록 대책이 생길 때까지 점심을 굶을 계획이다.

이같은 사연을 접한 김상곤 후보는 "저 자신이 그런 장면을 만든 장본인인 것 같아 죄송할 따름"이라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편지를 띄웠다.

김 후보는 "선생님이 급식비 지원에서 탈락한 학생을 통보받는 순간 전 어디에 있었을까요"라면서 "선생님이 이해하기 힘든 교육청에 몸담고 있어서 더더욱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경기도)에서는 선생님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지난 임기 동안 무상급식이 번번이 좌절되었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보편적인 복지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 이 편지의 결론이다.

편지 마지막에서 그는 "선생님과 같은 분들에게 상처를 더 드릴 수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해야 한다.


한편, 부산시교육청은 올해 '저소득층 급식비 지원'을 하면서 50원씩 오른 학생 1인당 급식 단가를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의 '저소득층 자녀 급식비 지원' 대상은 551명 줄어들었다.

다음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의 편지 전문.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최은순 선생님, 경기도의 김상곤입니다.

오늘 지인이 선생님 이야기를 전하더군요. 그래서 선생님의 사연이 담긴 기사를 읽어봅니다. 천천히 글자 하나하나 보다가 "주눅 들어 서류를 내밀던 아이들의 눈빛이 떠올랐고 '상처를 더 줄 수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라는 대목에서 잠시 멈춥니다.

인쇄된 문자에서 선생님의 눈빛이 떠오르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이 가난하다는 서류를 내던 아이, 그 아이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짧은 순간이겠지만, 말없는 대화가 여러 번 오고가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아이는 '선생님, 여기요'라고, 선생님은 '미안하다'고 눈빛으로 이야기했겠지요. 얼마나 난처하셨을지….

부끄럽습니다. 저 자신이 그런 장면을 만든 장본인인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선생님이 다른 교직원에게 보냈다는 메신저 내용에서도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합니다. "학력 신장 프로젝트에는 그렇게 많은 예산을 지원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의 급식비 지원은 줄이는 교육청을 이해할 수 없다.…" 선생님이 자판을 두드리는 동안 전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선생님이 급식비 지원에서 탈락한 학생을 통보받는 순간 전 어디에 있었을까요.

그래서 부끄럽습니다. 선생님이 이해하기 힘든 교육청에 몸담고 있어서 더더욱 죄송할 따름입니다.

교육은 사랑이라고 하더군요. 사랑의 시작은 만남입니다. 교사와 학생이 만나 눈빛을 나누고 대화를 하며 서로 부대끼는 순간, 사랑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외사랑이던 온사랑이던 간에 그 소중한 순간순간이 모여 교육은 이루어집니다.

저 같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이 소중한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겠지요. 만남과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전 선생님과 가까이 있지 못했나 봅니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미안한 마음이 오고가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경기에서 교육을 올곧게 만들었으면 다른 지역도 그리 했을 텐데"라는 생각만 들 뿐입니다.

그래서 작은 다짐을 해봅니다. 여기에서는 선생님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입니다. 지난 임기 동안 무상급식이 번번이 좌절되었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보편적인 복지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것이 선생님의 조용한 움직임에 화답하는 길이라고 애써 위로합니다.

선생님,

교사는 학생에게서 배웁니다. 그리고 교육청에 있는 사람들은 학교현장으로부터 배웁니다. 오늘 전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저 또한 선생님께 죄송합니다. 아이에게 상처를 더 줄 수 없다고 하셨는데, 저 또한 선생님과 같은 분들에게 상처를 더 드릴 수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선생님과 함께 그 길을 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선생님 꼭 건강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힘내십시오. 감사합니다.
#무상급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