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는 한나라당 2중대? 맞다"

폐쇄요청에도 꿋꿋한 4대강 홍보부스... 시민단체 "왜 고발 안하냐"

등록 2010.04.29 20:59수정 2010.04.29 20:59
0
원고료로 응원
a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대강 사업'과 '무상급식' 등 선거 쟁점에 대해 찬성, 반대 활동을 규제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29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 4대강 사업 홍보관 앞에서 국민주권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 반대를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시민단체나 종교계가 캠페인 하면 어김없이 선거관리위원회가 나타나서 채증도 하고 선거법 위반이라고 경고도 하던데, 소환장도 보내던데…. 여기 이건 불법 아닌가요?"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역 안 4대강 홍보 부스 앞에 선 국민주권운동본부 활동가들은 "이 정도 되면 선관위가 '한나라당 2중대'라는 비판이 빈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지금 4대강 현장에서는 24시간 불철주야 공사가 한창이다, 너무 급하다, 선거 때문에 반대 서명을 멈출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그의 해법은 간단하다. 정부가 선거 기간 동안 4대강 공사를 중단하는 것. 그러면 시민사회단체들도 일단 반대 활동을 멈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선관위가 정부의 홍보사업은 왜 안 막냐, 이렇게 버젓이 부스가 열려 있는데 고발한 적이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에 홍보부스 40곳... 시민단체 "같은 링이지만 헤비급과 미들급"

a

ⓒ 유성호


서울역에 설치된 홍보 전광판 3개에는 '행복4江'이라는 제목 아래 '한강의 물길이 살아납니다', '한강의 경제가 살아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물 걱정 없는 대한민국을 설계합니다', '자연환경이 되돌아옵니다' 등 4대강 사업의 효과를 강조하는 내용도 눈에 띄었다. 물부족과 홍수 피해를 해결할 뿐더러 하천 생태계도 살아난다는 설명이다.

전광판 뒤편으로는 '강천 다기능 친환경보 계획'이라는 이름의 조감도 입체모형도 있다. 파란 강물 위로 배가 떠다니고 초록색 숲 사이에 깔끔한 레저시설과 공원이 들어서 있다. 버튼을 누르면 '생태습지', '자전거도로' 등에 깜빡깜빡 불이 들어와서 각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전광판과 모형을 보고 있으면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아침엔 자전거로 출근하면서 아름다운 강을 바라볼 테고 저녁엔 숲에서 공짜 삼림욕도 할 수 있다.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하천레저시설에서 신나게 놀거나 생태갈대습지를 탐험할 것이다.

정부 여당이 더 힘있게 4대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선관위 표현대로라면, 이 홍보부스는 선거쟁점에 대해 국민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홍보활동을 하기 때문에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유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선관위 역시 4대강 반대 활동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홍보 활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지적했다. 지난 27일에는 국토해양부 장관 앞으로 공문을 발송해 "4대강 살리기 사업 홍보관과 홍보부스를 선거 종료시까지 잠정 폐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3일이 지난 지금까지 홍보 부스는 건재하고, 정부의 4대강 홍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시민사회단체가 "선관위 때문에 행사 자체가 안 된다, 시민들이 참여를 불편해 하고 후보들도 동참하기 꺼려한다"고 하소연을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1차관은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보 부스 잠정 폐쇄 요청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및 관계 부처와의 추가 협의를 거쳐 곧 있을 '4대강 정부지원협의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현재 4대강 유역에 한 곳씩 모두 4개의 홍보관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공항·철도역 등에 40여 개의 홍보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선관위 "국가는 법령에 따라 홍보하기 때문에..."

a

ⓒ 유성호


선관위 공보과 측은 "국가는 법령에 따라서 홍보를 하기 때문에 이를 도외시할 수 없다, 그래서 (강제하는 것이 아닌) 협조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공보과 관계자는 "그동안은 협조공문에 정부가 수긍하고 자제했다"면서 "국토부가 끝내 거부하면 어떻게 할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가 지침에 의한 홍보활동과 법적 근거 없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 활동은 규제 방식도 다른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부와 시민사회단체의 차이를 "같은 링에 올랐지만 저 쪽은 헤비급이고 우리는 미들급이 될까 말까 한다"고 표현했다.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나 홍보의 수단과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행사를 열고 홍보 장소도 따로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4대강에서 공사를 계속하는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가 크다. 게다가 각종 행사에서 4대강에 대한 발언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선관위가 4대강 찬반 홍보 활동을 모두 선거법 위반이라고 밝힌 다음날인 27일, 이명박 대통령은 새만금 준공식에 참석해 "4대강 사업은 대한민국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라고 밝혔다.

선관위 공보과 측은 "정부는 집회가 아니라 시설물 위주로 홍보를 하기 때문에 (행사를 단속하기보다) 채증 정도만 한다"면서 "다만 국정 설명회는 직접 관련 있는 공무원만 대상으로 하게 돼 있는데, 구시군 단위에서 재량껏 가서 자료수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앞서 지난 12일 국토부의 4대강 홍보활동에 대해 "단체의 경우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광고·홍보물·집회 등의 방법으로 찬성 또는 반대하는 활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정부도 현 시점에서는 활동을 자제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는 인쇄물·시설물 등을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의 청사나 민원실에 비치·게시하거나 해당 기관의 인터넷홈페이지에 설명 자료 게시, 언론기관에 보도자료 제공, 기자회견 등의 통상적인 방법으로 홍보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안내했다.

관련 기관 내 홍보물 비치, 기자회견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통상적으로 할 수 없는 홍보 수단이 정부 쪽에는 훨씬 많다. 그러나 잠시 동안의 광고 중단도 못하겠다는 게 현재 정부 입장이다. 권 차관은 "선거철이라고 홍보를 하지 말라는 것은 사업 집행에 영향을 주는 행위다"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선거철에도 찬반 활동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시민사회단체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박희진 2010청년행동 대표는 "모든 정보를 열어놓고 국민들이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성이든 반대든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정부 여당에 불리하니까 뒤늦게 모든 활동을 막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 대표는 "투표율을 높이려면 청년들이 정책들을 알고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의 강이 뒤집어지는데 이것은 젊은 층이 수십 년 짊어지고 가야 할 문제다"면서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결정하게 해서 맞다고 하면 추진하고 아니면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4대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2. 2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3. 3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4. 4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5. 5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