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스님 질문 묵살한 조계종
'직영전환' 로드맵도 소통도 없었다

[현장] 봉은사와 조계종, 5시간 마라톤 토론회... 직영사찰 전환· 정치적 외압 놓고 공방

등록 2010.04.30 11:46수정 2010.04.3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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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권박효원 홍현진 이주연 기자
사진 :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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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 영담 스님(오른쪽)이 30일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기념공연장에서 열린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관한 토론회'를 마친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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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30일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기념공연장에서 열린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관한 토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최종신: 30일 오후 6시 26분]

뜨겁고 싱거웠던 봉은사 토론회... 총무원, 소통도 로드맵도 없었다

"소통이 부재했고 로드맵도 충분하지 않았다. 조계종 총무원이 이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한다."

직영사찰 직영을 놓고 조계종 총무원과 각을 세우고 있는 봉은사 쪽 인사들이 내린 평가가 아니다. 양 토론자들 중간에서 토론회를 이끈 사회자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의 말이다.

30일 오후 1시부터 5시간 동안 계속된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관한 토론회'는 기대와 달리 싱거웠다. 발언 내용은 거칠고 분위기도 뜨거웠지만, 결정적인 무언가가 없었다.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에 대한 로드맵이 없었다는 총무원 측 영담 스님의 답변이 더 뉴스였다.

'외압' 해명은 하지 않고 "말사 주지에 말하면 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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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30일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기념공연장에서 열린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관한 토론회'에서 모두 발언을 마친뒤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유성호

이날 나온 조계종 총무원 측 설명을 종합해 보면, 봉은사는 서울 강남은 물론 강북의 포교 영당과 연계해 수도권 포교의 주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직영사찰로 지정된 것이다.

김영일 총무원 기획차장은 "충분한 소통과 철저한 준비를 못했다는 지적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안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이겠다"면서 "우리의 충심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총무원은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선정한 기준이나 그동안의 추진 과정을 전혀 밝히지 않았고, 직영사찰이 포교에 더 유리하다는 근거조차 내놓지 않았다. 직영사찰인 조계사보다 봉은사가 신도수가 더 많고 포교도 더 잘하고 있지 않느냐는 신도회 측 질문에도 별다른 답변을 주지 못했다.

외압에 대한 의혹도 제자리를 맴돌 뿐이었다. 새로운 증거도 없었고 새로운 해명도 없었다.

명진 스님은 정치적 외압이 아니고서는 직영사찰 전환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보다 구체적인 정황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말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명진 스님은 안상수 의원의 '좌파 주지' 발언에 대한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반응을 물었지만, 영담 스님은 그를 "말사 주지"라고 부르면서 이를 묵살했다. 총무원장이 말사 주지에게 일일이 의원들과의 대화 내용을 말해야 하느냐는 것이지만, 이 문제에 온 종교계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다.

법안 스님은 "봉은사에서 종단 수장에 대한 폄하 내지 종단에 대한 무시를 하고 있다"면서 "종단의 내부적인 시스템을 통한 합리적인 문제 제기 아쉽다, 그렇게 했다면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직영사찰이 된 근거가 뚜렷하지 않으니 봉은사의 앞날도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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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열린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관한 토론회'에서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 영담 스님이 토론을 하기 위해 토론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명진 스님은 "강남포교의 새로운 비전을 이룰 수 있는 로드맵을 가지고 온다면 언제든 봉은사를 떠날 준비가 있다, 신도들이 납득한다면 떠나겠다"면서 직영사찰 수용불가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그러나 총무원측 반응은 싸늘했다. 박용규 총무차장은 "명진 스님은 (직영사찰 전환 문제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고 말했다. 영담 스님은 "개별 사찰로 오는 11월에 임기가 끝나는데, 그 땐 총무원장 스님의 인사권을 인정하겠느냐"고 따졌다.

이날 토론회를 시작하면서 불교계 인사들은 "이런 자리가 혁명이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공개 토론회 자체가 익숙하지 않고 유연성이 떨어지는 조계종 총무원으로서는 이런 데 나선 것 자체가 용단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토론회 내내 사회자인 성태용 교수는 여러 차례 "방금 하신 말씀은 부적절하다"고 자제를 요청했고, 후반에는 아예 마이크도 끄거나 발언을 중단시키는 긴급 조치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로에게 박수치자"는 성 교수의 제안으로 큰 박수 끝에 끝났다. 토론회 참가자와 방청객들은 "성불하세요"라는 인사도 나눴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혁명도 전화위복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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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스님 “봉은사 직영사찰, 신도들 납득하면 보따리 싸서 떠나겠다” ⓒ 최인성


[4신: 30일 오후 6시 25분]

영담 "11월에 임기 끝... 그땐 총무원장 인사권 인정하겠나"
명진 "신도들 설득 가능하다면 지체없이 봉은사 떠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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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 영담 스님 등 토론자들이 토론에 앞서 삼귀의 합장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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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30일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기념공연장에서 열린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관한 토론회'에서 봉은사 직영사찰 배경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 영담 스님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영담 스님 "봉은사 계획서 잘 봤다. 그게 비전 아니냐. 그것을 받아서 할 후임 주지를 모시면 되는 거 아니냐?"
명진 스님 "영담 스님이 봉은사 주지로 오고 직영사찰 하고, 내가 (영담 스님이 주지인) 석왕사 가면 되겠다."

직영사찰 시행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른 토론회 2부, 봉은사 측과 조계종 총무원 측의 신경전은 팽팽했다.

명진 스님은 "봉은사 주지 자체에 대한 미련은 없다"면서 "총무원에서 강남포교의 새로운 비전을 이룰 수 있는 로드맵을 가지고 온다면 언제든 봉은사를 떠날 준비가 있다, 그만한 자료와 노력과 희망을 가지고 오라"고 요구했다.

박용규 조계종 총무원 총무차장은 "종단에서 (수도권 포교의) 깃발을 들면 현장에서 책임질 수 있는 주체 역량이 되어야 한다"면서 "봉은사가 지역적으로 활성화되고 전문 영역을 개척하는 데 있어서 제도가 미진했다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차장은 직영 철회를 주장하는 명진 스님을 바로 겨냥해 "직영사찰 전환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하는데 여기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고 말했다. 권한이 없으니 총무원 결정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담 스님은 한발 더 나아갔다. 명진 스님에게 "봉은사가 개별사찰로 있으면 오는 11월에 임기가 끝나는데, 그땐 총무원장 스님의 인사권을 인정하겠느냐"고 물었다.

명진 스님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인사권은 총무원장 고유권한"이라면서도 "(영담 스님이 주지로 있는) 석왕사를 직영으로 하면 어때요"라고 반문했다.

토론이 격해지면서 사회자인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가 "첨예하게 되어있는 문제를 가지고 서로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말렸지만, 감정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영담 스님은 "이미 (직영사찰로) 지정됐는데 시행을 안 하고 있다, 총무원에서는 일정 정도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직영 강행 의사를 밝혔다.

또한 "봉은사 계획서 잘 봤다, 그게 비전 아니냐, 바로 그것을 받아서 할 후임 주지를 모시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명진 스님에게 임기 이후 주지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한 셈이다. 이 발언에 봉은사 쪽을 지지하는 방청객들 사이에선 어이없다는 웃음이 나왔다.

명진 스님은 "지금 와서 봉은사가 만들어놓은 것(비전)을 어느 지주가 오든 따르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영담 스님이 봉은사 오고 내가 석왕사 가면 되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사찰의 주인은 신도다, 만약에 봉은사 신도들이 납득할 만한 설득이 가능하다면 지체없이 봉은사 떠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송진 봉은사 신도회장은 "봉은사가 직영이 돼 명진 스님과 함께 했던 가치가 무너질까 우려스럽다"면서 "오늘 토론회에서 로드맵이 있었다든지 하는 설명을 듣고 싶었다, 어떻게 직영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성태용 교수가 "재검토위원회라도 가동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종단차원에서 전문가가 포함된 검토 작업을 한 번 할 수 있을까"라고 총무원 의향을 타진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결국 성 교수는 "명진 스님은 '납득할 방안 나오면 이 자리에서 물러날 의사가 있다'고 과감히 발언했고, 영담 스님은 (답변은 안 했지만) 이 자리에 나오신 것부터가 직영사찰 문제에 물꼬를 틀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보인다"고 토론을 정리했다.

오후 6시 10분께 토론회가 끝난 뒤 봉은사 신도 등 명진 스님을 지지하는 불교 신자들은 공연장 앞에서 모여 명진 스님에게 박수를 치고 "힘내세요"라고 외치면서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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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담,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로드맵? 그런거 없다" ⓒ 오대양


[3신: 30일 오후 4시 9분]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로드맵 없었다
영담 스님 "일단 지정해놓고 시작하자는 취지"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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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 유성호

"무슨 확실한 로드맵을 가지고 직영을 합니까? 계획을 잡아가지고 하는 것이지."

영담 스님이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에 대한 로드맵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의 솔직한 발언에 방청석에서는 허무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영담 스님은 "일단 (직영사찰) 지정을 해놓고 임기를 보장하고 새로운 로드맵을 가지고 시작을 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30일 오후 1시부터 시작된 토론회에서 조계종 총무원 측은 직영사찰 전환의 이유를 수도권 포교 때문이라고 강조했지만, 명진 스님은 "확실한 로드맵이 있냐"고 끈질기게 배경을 파고들었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되잖아요, 진심으로 토론해야지"라면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같은 총무원 해명에 대해 명진 스님은 "제가 보기에는 갑자기 직영을 정해놓고 여기저기 갖다 맞춘다고 엄청 고생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영사찰을 늘린다거나 변동한다는 계획은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스님들의 지적도 날카로웠다. 봉은사 부주지 진화 스님은 "영담 스님께서 12일 <한겨레>에도 '새로운 재원이 필요한데 조달할 방법이 없어서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했다'고 (인터뷰)했다"고 강조했다. 영담 스님이 '재정 충당'을 이유로 내세우다가 '수도권 포교'로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도법 스님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수도권 대형사찰을 직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냐"며 직영사찰 정책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큰 그림 없이 봉은사 하나만 놓고 수도권을 포교하겠다는 총무원의 계획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송진 봉은사 신도회장은 "포교와 직영사찰은 상충관계다"고 반박했다. 그는 봉은사가 직영사찰인 조계사보다 신도수가 많다는 것을 비교한 표를 보여주면서 "포교가 어디서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영담 스님은 "(직영사찰 이유에 대해) 재원 부족만 딱 잘라서 말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한 "조계사가 하는 역할은 봉은사의 몇 배가 된다, 조계사는 다른 절 뒷바라지까지 다 한다, 봉은사는 뭘 했느냐"고 맞받았다.

김영일 조계종 기획차장은 "공식적으로 봉은사 직영사찰을 제기한 이유는 수도권 포교를 위한 것"이라고 못박으면서 "(봉은사는) 강북과 강남의 지역 포교 영당이나 지역사찰과 연계하여 총무원이 대표자가 되는 직영사찰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영일 기획차장 "안상수 의원 함께 공격합시다"

토론회 주제는 정치 외압설로 넘어갔다. 명진 스님은 "외압이 아니라면 안상수 의원이 김영국 거사 만난 사실에 대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대해 총무원장 쪽에서 어떻게 답변했는지 해명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번엔 영담 스님이 목소리를 높였다. 명진 스님에 대해 "좌파 우파가 어디 있습니까? 스님 좌파예요? 좌파냐고? 귀가 어둡네"라고 따지면서 "원장 스님이 사람 한 두 명 만나는 것도 아니고 말사 주지에게 (안상수 의원 대화 내용을) 전하면  되겠냐"고 잘라 말했다.

김영일 기획차장은 "조계종 총무원은 명진 스님을 특별 주지로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만약 명진 스님이 좌파이기 때문에 몰아내는 것이라면 임기를 보장해서는 안 된다"면서 총무원의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또한 김 차장은 "안상수 의원 발언에 문제가 있다, 가서 멱살을 잡을 용의도 있다"면서 "그러나 원장 스님에게 원인을 돌려서는 안 된다, 안상수 대표를 문제 삼아야 한다"면서 명진 스님에게 "외압설을 중단하시고 발언을 한 사람을 함께 공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렇게 논의가 제자리에서 맴돌자 명진 스님은 "안상수 의원과 원장 스님이 이야기한 것은 30%밖에 나오지 않았다, 토론회 끝나고 다음 주 (법회에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외압이 아닌 것을 외압이라고 했다면 중 노릇 포기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이에 대해 영담 스님은 "외압이라는 증거 없이, 안 의원과 자승 스님이 만나서 이야기 한 것만 갖고 '외압'이라고 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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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 영담 스님이 토론을 하기 위해 토론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2신: 30일 오후 2시 10분]

영담 "포교 위해 직영 사찰 더 많아야"
명진 "표 구걸하는 퇴행이 야합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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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 영담 스님. ⓒ 유성호

"직영사찰 전환은 정책적 문제이지 보수와 진보, 개혁과 반개혁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포교를 위해서는 직영사찰이 더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봉은사는 강남 중심에 있는 사찰이고, 특정 이해에서 자유롭다." (조계종 총무부장 영담 스님)

"선배라도 표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후배들 앞에서 무릎을 굽히고 표를 구걸하는 퇴행이 우리 종단을 이해관계에 얽혀 야합하게 만들었다. 저는 봉은사가 불신과 야합을 하지 않고 신도들과 함께 운영되도록 노력하고자 했다."(봉은사 주지 명진스님)

30일 오후 1시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기념공연장에서 열린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관한 토론회'는 숨고를 시간도 없이 모두 발언에서부터 달아올랐다.

조계종 총무원을 대표하는 영담 스님(총무부장)은 "불교 내부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야기시킨 명진 스님에게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뗀 뒤 "총무원은 명진 스님과 입장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단 내부 문제를 외부로 연결한) 봉은사에서 오히려 악습과 구태를 되풀이 하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이유에 대해서는 '수도권 포교'로 설명했다. 도심에 거점을 확보하고 포교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영담 스님은 "봉은사는 강남 중심에 있는 사찰이고 특정 이해에서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주지임기 만료에 따른 폐해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봉은사 주지인 명진 스님은 "많은 대중들이 직영사찰 전환을 옳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주지직에 연연하지 않고 떠날 수 있다"면서 "느닷없이 직영사찰로 전환하면서, 총무원 집행부가 사전에 어떤 합의도 상의도 없이 결정한 것은 다시 한번 돌이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중마다 나름대로의 색깔을 갖고 스님들을 배출하고 사찰 특징에 맞게 스님들이 공부해 온 전통이 있었다"면서 "94년 종단 개혁을 통해 문중간의 위계질서 소위 말해 애 어른이 없어졌다, 세속의 정치적 계파가 형성됐다"고 총무원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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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 스님이 30일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기념공연장에서 열린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불교단체를 대표해서 나선 도법 스님은 "언제부터인가 뜻이 있는 스님들을 만나면 '승복을 입고 사는 게 참 부끄럽다'는 얘기들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면서 "묘수를 찾는 데 우리의 모든 지혜와 노력들을 집중해서 부처님 오신 날에 큰 선물이 될 수 있도록 정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토론회 주최측은 방청객들에게 "수행하는 마음으로 들어달라, 야유나 선동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명진 스님이 토론회장에 들어서거나 모두 발언을 마칠 때마다 방청석에서 박수가 나왔지만, 주최측은 "중간에 박수치면 정상적 진행이 어렵다, 알고 있는 스님이 발언했다고 박수치지 마시고 사회자가 진행을 위해 박수쳐달라고 할 때 박수를 쳐달라"고 공지했다.

계속된 안내방송 때문인지 방청객은 조용한 편이지만, 토론회장 바깥에선 간간히 소란이 벌어졌다. 미리 방청신청을 하지 않고 찾아온 불교 신자들 때문에 벌어진 일 주최측은 토론회장 입구 로비에 걸린 TV 화면을 통해 토론회를 생중계했지만, 이들은 "나도 신자인데 왜 못 들어가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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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신청을 하지 않고 찾아온 불교 신자들이 토론회장에 들어가지 못하자 항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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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 입장하지 못한 불교 신자들이 토론회장 로비에 걸린 TV모니터를 통해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1신: 30일 오전 11시 25분]

봉은사와 조계종, 한판 붙는다

봉은사와 조계종 총무원이 드디어 한 자리에 모인다. 30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열리는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관한 토론회'에서 양쪽이 만나 논쟁을 벌이는 것이다.

봉은사 쪽에서는 명진 스님과 부주지 진화 스님이 나선다. 조계종 총무원에서는 외압 의혹의 당사자인 자승 스님 대신 '서열 2위' 총무부장 영담 스님이 나왔다. 두 사람 모두 종단에서 알아주는 달변가라서 논쟁이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스님, 불교미래사회연구소장 법안 스님, 재가연대 NGO리서치 윤남진 소장 등 토론회에 참석하는 불교단체 인사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이모아진다. 불교단체들은 지난 3월부터 양측이 참가하는 토론회를 제안하는 등 중재를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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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낮 서울 삼성동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일요법회를 마친 뒤 법왕루를 나오고 있다. ⓒ 권우성


토론회는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진행된다. 방청석에서도 질문지를 받아 토론에 반영할 예정이다. 핵심 쟁점은 조계종 총무원이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한 배경이다.

영담 스님은 봉은사 직영 지정 이유를 "승가교육 재원 마련을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기획실장 원담 스님은 "남북포교벨트 구축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승 스님이 봉은사 주지인 명진 스님에게는 아무 의논없이 진행된 배경이 명확하지 않다.

이외에도 자승 스님의 총무원장 취임 이후 불교계의 정권 야합 논란도 의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명진 스님은 지난 11일 법회에서 "(봉은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피를 묻히고 고름을 맡더라도 (불교계 수술을 위해) 배를 가르겠다"면서 종단 부조리를 꺼내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앞서 지난 28일 영담 스님은 "이번 토론회로 모든 폭로와 비방, 소모적 논란은 끝나야 한다"는 입장글을 발표했다.

그는 "명진 스님은 무책임하게 외부를 향해 종단에 대한 무분별한 비방을 계속했다"면서 "외부세력을 종단 내부 문제로 끌어들이거나 종단과 종단 지도자에 대한 무분별하고 근거없는 비방으로 소모적 논쟁을 일삼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봉은사 외압 #봉은사 #명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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