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 원조' MB가 토건 종식 선언해야 한다"

[인터뷰] '보금자리주택 구하기' 나선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등록 2010.05.06 14:38수정 2010.05.0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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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자료사진) ⓒ 권우성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자료사진) ⓒ 권우성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 있다. 시장은 식고 있지만 그를 둘러싼 논란은 뜨겁다. "이명박 대통령의 '반값 아파트'가 집값을 잡는다"는 그의 발언은 전문가들과 누리꾼들의 치열한 논박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바로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이다. 참여정부 시절 분양가거품빼기 운동을 이끌었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건설사·땅부자를 위한 일련의 정책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내놓은 그다. 그랬던 김 단장이 이명박 정부에 박수를 보낸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언론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그의 입에만 집중했다. 정작 김 단장의 발언이 왜 지금 나왔는지에 주목한 곳은 없었다. 그가 흔들리는 보금자리주택 구하기에 나선 것은 6월 2일 지방선거를 통해 '진짜 반값 아파트'를 실현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권은 지리멸렬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김 단장의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보금자리주택을 통해 반값 아파트를 내놓았을 때 야당은 뭐했나? 딴죽을 걸 생각만 했지, 민생과 직결된 주택정책에 신경을 안 썼다. 정부·여당에 진짜 반값 아파트를 내놓으라고 공격하며 서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

 

김 단장과 만난 건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사무실에서다. 2시간동안 이어진 인터뷰에서는 질문지가 필요 없었다. 김 단장은 주택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과 진짜 반값 아파트를 가로막고 있는 관료들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진짜 야당 후보라면, 반값 아파트 정책으로 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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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실에서 김헌동 국책사업감시단장(오른쪽)이 SH공사가 보내온 상암지구 하도급 내역서를 살펴보고 있다. ⓒ 선대식

지난 달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실에서 김헌동 국책사업감시단장(오른쪽)이 SH공사가 보내온 상암지구 하도급 내역서를 살펴보고 있다. ⓒ 선대식

 

"차라리 내가 서울시장에 나가고 싶다."

 

김헌동 단장에게 지방선거 관전평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만큼 답답하다는 뜻일 터다. 그는 "집값 거품이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열리는 지방선거를 통해 거품을 빼고 반값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하지만 여기에 관심 갖는 후보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야권의 서울시장 선거 대응을 크게 비판했다. 김 단장은 "오세훈 현 시장의 주택정책이 많이 부족하지만, 공공주택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등 서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적지 않은 노력을 했다"며 "이에 반해 야권 후보들은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대로 된 야당 후보라면,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를 상세히 공개하고 분양가 심의위원회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해야 한다"며 "참여정부 시절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했던 민주당은 제대로 된 반값 아파트를 내놓으라고 공격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에게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사실상 낙점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책에 대해 물었다. 최근 서울시장 후보 경선 TV 토론 거부로 당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전 총리와의 인연을 언급한 김 단장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7년 10월 한명숙 전 총리를 만난 적이 있다. 분양원가 공개·후분양제·공공주택 확대 등의 주택정책을 자문했다. 한 전 총리는 '관료와 당내 관료 출신 정치인들 탓에 정책 시행이 힘들다'면서도 정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 전 총리는 그런 주택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단장은 "무상급식 등 다른 사안도 중요하지만, 민생의 80%는 주택 문제"라면서 "한나라당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 추진이나 인천 송도신도시의 고분양가 문제 등 주택 정책을 수도권 지역 선거 쟁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MB정책이라도 집값 잡은 보금자리주택 칭찬해야"

 

지난 3월 15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에 마련된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생애최초 특별공급 청약접수처에서 청약예정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선대식

지난 3월 15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에 마련된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생애최초 특별공급 청약접수처에서 청약예정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선대식

 

선거전에서 실종된 주택정책 탓에 도드라지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반값 아파트 정책을 폄훼하는 진보진영의 분위기 속에서 김 단장은 "이명박 정부 정책이라고 무조건 비판하지 말고, 좋은 정책은 칭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날 인터뷰의 상당 시간을 반값 아파트 정책을 평가하는 데 할애했다. 건설업체·언론·관료들에 의해 흔들리는 반값 아파트 정책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탁자에 놓인 커피를 한 입에 들이키더니 "나에 대한 비난에 개의치 않는다"며 격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보금자리주택을 내놓으면서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1200만 원(이하 3.3㎡당)대,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800만 원대의 분양가를 책정한 것은, 그보다 높은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거품이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집값 폭등을 초래한 참여정부의 주택정책과 비교하면 보금자리주택의 장점이 명확해진다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서울 강남은 3천만 원대에 아파트가 분양된 것을 감안하면,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는 획기적"이라며 "보금자리주택으로 집값이 떨어지고 있고, 계획대로 60만 호가 건설되면 집값 하락 속도는 더 빠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진정성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김 단장은 "참여정부 초기 노무현 대통령이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했을 때,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분양원가를 공개했다"며 "지금은 지지세력인 건설업체들의 반대에도 반값 아파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토건경제 종식'이야말로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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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경실련 단장은 최소 480만 원이상 책정된 건설비의 원가는 300만 원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아파트 건설원가가 299만7천 원이라는 내용의 옛 대한주택공사 자료집이다. ⓒ 선대식

김헌동 경실련 단장은 최소 480만 원이상 책정된 건설비의 원가는 300만 원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아파트 건설원가가 299만7천 원이라는 내용의 옛 대한주택공사 자료집이다. ⓒ 선대식

 

김 단장은 "관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속이고 이명박 대통령까지 흔들려고 하는데, 이를 막고 '진짜 반값 아파트'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만난 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들의 발언으로 그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한다. 김 단장에 따르면, 공사 관계자들은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를 내리고 싶어도 국토해양부가 고시하는 법정 기본형 건축비 탓에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책장에 꽂힌 두꺼운 자료집을 꺼내 아파트 건설원가가 300만 원이라는 내용의 옛 대한주택공사 자료집을 가리켰다. 김 단장은 "480만 원에 책정된 기본형 건축비 탓에 분양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건축비를 낮추라'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관료들의 조직적 저항"이라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건축비를 부풀리고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관료·재벌·정치인·언론·전문가 등 '토건5적'의 농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토건의 원조'인 이명박 대통령"이라며 "그가 토건경제를 종식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토건경제 종식'이야말로 이명박 정부가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김 단장은 역설했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 점수는 50점이다. 이 대통령이 토지주택공사 분양원가 공개, 장기전세·영구임대주택 확대, 보유세 강화, 저소득층 주거보조비 지급 정책까지 내놓으면 주택정책 점수를 95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을 재검토하고 토건경제를 지식경제로 전환시킨다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김헌동 #보금자리주택 #반값 아파트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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