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 꼭지째 기사 + 여섯 권째 내 책

[책읽기가 즐겁다 360] 사진과 책과 삶 이야기, <사진책과 함께 살기>

등록 2010.05.07 11:00수정 2010.05.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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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ㄱ. 3000 꼭지째 기사와 여섯 번째 낱권책

 

지난 2000년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어 첫 글을 쓴 뒤로, 꼭 열 해를 채우고 조금 더 넘겨 3000번째 기사를 띄웠습니다. 직업기자 아닌 시민기자로서 3000번째 기사를 띄웠습니다. 2010년 5월 6일 어제까지 띄운 글을 돌아보면 얼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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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기사를 띄우려고 적는 쪽지. 책이든 헌책방이든 말이든 사진이든 골목길이든, 쪽지마다 하나하나 글이름을 적어 놓습니다. 이렇게 해 놓아야 여러 갈래 이야기를 쓰면서 헷갈리지 않아요. ⓒ 최종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띄우려고 적는 쪽지. 책이든 헌책방이든 말이든 사진이든 골목길이든, 쪽지마다 하나하나 글이름을 적어 놓습니다. 이렇게 해 놓아야 여러 갈래 이야기를 쓰면서 헷갈리지 않아요. ⓒ 최종규

 ㉮ 책 이야기 (632)

 - 책읽기가 즐겁다 : 359

 - 책이 있는 삶 : 132

 - 그림책이 좋다 : 78

 - 살가운 만화 : 54

 - 책은 밥이다 : 9

 ㉯ 헌책방 이야기 (257)

 - 헌책방 나들이 : 226

 - 헌책방 책시렁에 숨은 책 : 51

 ㉰ 우리 말 이야기 (1620)

 - 우리 말에 마음쓰기 : 909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 401

 - '-적' 없애야 말 된다 : 310

 ㉱ 사진 이야기 (72)

 - 사진말, 사진에 말을 걸다 : 32

 - 사진은 삶이다 : 24

 - 내 삶으로 삭인 사진책 : 16

 ㉲ 인천골목길 이야기 (84)

 - 인천골목길 마실 : 84

 

굵직하게 갈무리해서 다섯 갈래 이야기를 띄운 셈인데, 이밖에 아이 키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틈틈이 띄우고 있으며, 꾸준히 쓰려다가 얼마 못 쓴 이야기들이 여럿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글이나 사진으로 담아내든 한두 번으로 그치는 이야기가 아닌 한결같이 이어가는 이야기가 되도록 마음을 기울이며 살고 있습니다. 글 한 줄이건 사진 한 장이건 제가 집식구와 얼크러지고 이웃사람과 복닥이는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쥐어짜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하루하루 거듭나는 이야기라고 느낍니다. 오늘은 어제까지 살아내며 받아들이고 배운 만큼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듬날에는 오늘까지 살아가며 새로 태어난 제 삶을 엮습니다.

 

따로 무엇을 바라며 쓰는 글이 아닙니다. 더 읽히기를 바라지 않으나, 잘 읽히기 또한 바라지 않습니다. 저부터 제가 쓴 제 글을 가만히 돌이켜보며 되읽을 때에 나 스스로 내 삶을 알차게 꾸리고 있어야 제 글을 저부터 옳게 받아들이며 곰삭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늘 깨닫는데, 남한테 내보이려 쓰는 글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내 삶을 다부지게 가다듬고자 쓰는 글입니다. 누구한테 자랑하려고 찍는 사진이 아니라 나 스스로 좋아하며 사랑하는 삶을 한 장 두 장 담아내는 사진입니다.

 

저마다 다른 사람들 저마다 다른 삶을 사랑하는 가슴이라면 제가 굳이 나서서 떠벌이지 않아도 제 글을 아껴 주리라 믿는 한편, 우리 둘레 낮은 자리 조용한 목소리를 고이 알아채며 즐거이 어깨동무하리라 믿습니다. 저마다 제 목숨을 소담스레 북돋우며 일구는 손길이라면 저는 저대로 꾸준하게 제 이야기를 적바림하고 제 이웃들은 제 이웃들대로 당신들 이야기를 꾸준히 적바림하면서 나눌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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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 이야기 가운데 '-적' 이야기를 띄우면서 적는 글쪽지. 기사 띄우는 번호뿐 아니라 ㄱㄴㄷ 차례에다가 여러 가지를 밝혀 적어 놓아야, 저 스스로 '분류'가 되고 조금씩 갈무리를 할 수 있습니다. ⓒ 최종규

우리 말 이야기 가운데 '-적' 이야기를 띄우면서 적는 글쪽지. 기사 띄우는 번호뿐 아니라 ㄱㄴㄷ 차례에다가 여러 가지를 밝혀 적어 놓아야, 저 스스로 '분류'가 되고 조금씩 갈무리를 할 수 있습니다. ⓒ 최종규

 

있는 그대로 좋은 삶이고, 있는 그대로 담아서 좋은 넋이요, 있는 그대로 읽고 삭일 수 있어 좋은 글입니다. 슬픔 가득한 눈물이 얼룩진 글은 이러한 글대로 고맙고, 기쁨 넘치는 웃음이 피어나는 글은 저러한 글대로 반갑습니다.

 

책을 다루는 이야기를 쓸 때에는 제 삶을 일깨우면서 탈바꿈하도록 돕는 책을 가려서 읽은 다음 저 스스로 제 삶을 고쳐 나가는 몸짓을 옮깁니다. 말을 다루는 이야기를 쓸 때에는 말자랑이나 말지식이 아닌 말삶으로 스스로 아름다움을 찾으며 맑고 밝은 길이 어디에 있을까를 헤아리는 매무새를 그립니다. 헌책방을 다루는 이야기를 쓸 때에는 모든 책은 헌책이고 모든 책은 새책이라는 테두리에서 우리 수수한 이웃을 사랑하는 손길이 깃든 책쉼터 모양새를 담습니다. 사진과 골목길을 다루는 이야기를 쓸 때에는 겉치레가 아닌 속치레를 하면서 내 눈썰미를 보듬는 마음가짐을 밝힙니다.

 

그동안 이럭저럭 띄운 글이 3000 꼭지에 이르면서 저절로 이 책 저 책이 태어났습니다. 먼저 2004년에는 <모든 책은 헌책이다>가 태어났습니다. 2006년에는 <헌책방에서 보낸 1년>이 태어났습니다. 지난 2009년에는 <생각하는 글쓰기>가 태어났습니다. 똑같이 지난 2009년에 낸 다른 두 가지 책 <자전거와 함께 살기>하고 <책 홀림길에서>는 따로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띄우지 않고 조용히 적어 놓은 글만 추슬러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제 여섯 번째 낱권책인 <사진책과 함께 살기>를 2010년 5월 첫머리에 내놓습니다. 사진잡지 <포토넷>에 이어실었던 글하고 오마이뉴스에 적바림한 사진책 이야기 열두 꼭지를 그러모아 책 하나로 여미었습니다.

 

책이름 그대로 사진책과 함께 살아가면서 '사진읽기 = 삶읽기'요, '삶읽기 = 사진읽기'로 들여다보는 사진과 삶과 사람과 책 이야기를 펼치려는 책입니다. 새롭게 책 하나 내놓은 보람을 누구보다 저 스스로한테 선사하고 오붓하게 즐기고 싶어서, 책소식 하나 살며시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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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과 함께 살기>에 앞서 내놓은 제 책들. 이 가운데 <말은 삶이다>와 <사진은 삶이다>는 비매품으로 만들었습니다. ⓒ 최종규

<사진책과 함께 살기>에 앞서 내놓은 제 책들. 이 가운데 <말은 삶이다>와 <사진은 삶이다>는 비매품으로 만들었습니다. ⓒ 최종규

 

 ㄴ. 사진읽기 삶읽기

(여섯 번째 제 낱권책인 <사진책과 함께 살기>를 소개하고자 이 책에 실은 머리말을 붙여 봅니다)

 

사진은 삶이고 삶은 사진이라고 느낍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삶을 읽고, 삶을 읽는 가운데 사진기를 손에 쥡니다.

 

글을 쓸 때에도 매한가지입니다. 글은 삶이고 삶은 글이라고 느낍니다. 글을 쓸 때에 삶을 느끼면서 담아내고, 삶을 하루하루 꾸리면서 이 모습 고스란히 글에 담긴다고 느낍니다.

 

사진을 놓고 이런저런 갈래로 나누곤 하는 우리들이요, 작품 하나를 놓고 좋다느니 아쉽다느니 하는 우리들입니다. 그런데 사진 갈래란 무엇일까요? 사진 갈래는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요? 작품을 읽는 우리 눈길은 어떠한 눈길인가요? 평론가들과 사상가들 지식에 얽매인 채 바라보는 사진 이야기는 아닌지요? 내 가슴결에 따라 받아들이거나 느끼는 사진 이야기가 맞는지요?

 

새벽마다 해가 떠오릅니다. 새벽 햇살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 달리 느낍니다.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고, 그저 그렇다며 지나칠 수 있으며, 슬프게 여길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가장 알맞다거나 올바르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섣부른 지식으로 새벽 햇살을 다루려 한다면 끝없는 말꼬리와 말다툼이 오고갈 뿐입니다. 새벽 햇살은 새벽 햇살 그대로 바라보면서 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느낌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브레송이라서 멋지고 살가도라서 훌륭하며 앗제라서 대단하거나 스미스라서 거룩하지 않습니다. 작품 앞에 붙은 이름을 떼어놓고 사진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세계사진사라는 허울이 아닌 '유럽과 미국 사진사'라는 속내를 들여다보면서, 우리는 우리 눈을 키우는 '세계'란 무엇인지를 헤아리거나 곱씹는 사진길을 걸어야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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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권째 내놓는 내 낱권책. ⓒ 최종규

여섯 권째 내놓는 내 낱권책. ⓒ 최종규

 

<사진책과 함께 살기>라는 책에서 "숨은 사진책" 꼭지는, '사진책으로서 제대로 바라보지 않은 책'이나 '사진을 어떻게 담은 책인가를 꾸밈없이 들여다보지 못하면서 이야기하는 책' 열두 가지를 다룹니다. "헌책방과 일본 사진책" 꼭지는, 사진을 찍는 사람은 많으나 사진책을 사서 읽는 사람은 적은 이 나라에서 사진책이 사라지거나 묻힐 때에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내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헌책방'에서 품는 마음 하나와 '세계사진사에서 다루지 않는 일본 사진책' 이야기 열두 가지를 다룹니다. "내 삶으로 삭인 사진책" 꼭지는, 나라안에 이름이 나거나 이름이 덜 나거나 한 사진책과 사진쟁이를 제 마음그릇에 따라 곰삭이면서 받아들인 이야기 열두 꼭지를 다룹니다.

 

사진쟁이 안승일 님에서 비롯한 제 <사진책과 함께 살기>는 윤주영 님에서 마무리를 짓습니다. "내 삶으로 삭인 사진책" 꼭지에서는 재능대학교 박재건 님 사진 이야기를 함께 다루고 싶었으나, 박재건 님은 안타깝게도 갑작스런 병으로 지난해 여름에 돌아가셨습니다. 사진 창작을 좋아하며 꾸준하게 당신 작품을 그러모으기만 하고 창작집으로는 여미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아마, 사진밭에서 '박재건'이라는 이름은 낯익지 못하리라 봅니다. <사진용어사전>을 엮어내고 강단에서 제자 키우는 데에만 온삶을 바치느라, '창작 작품만을 놓고 비평을 하는 우리 사진밭' 눈높이에서는 박재건 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다루기는 몹시 어려운 노릇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중에 박재건 님 사진과 평론을 갈무리해서 당신을 기리는 책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다음에 <사진책과 함께 살기> 이야기를 새롭게 펼칠 자리를 마련해서 차분히 적바림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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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이야기'로 다섯 번째 사진잔치를 마련하면서 이번에는 도록을 하나 내놓기로 했는데, 도록은 아직 나오지 못하고 <사진책과 함께 살기> 하나만 먼저 내놓았습니다. 곧 제 일곱 번째 낱권책이 세상에 태어납니다. ⓒ 최종규

'골목길 이야기'로 다섯 번째 사진잔치를 마련하면서 이번에는 도록을 하나 내놓기로 했는데, 도록은 아직 나오지 못하고 <사진책과 함께 살기> 하나만 먼저 내놓았습니다. 곧 제 일곱 번째 낱권책이 세상에 태어납니다. ⓒ 최종규

 

 엊저녁 <해수의 아이>라는 만화책 1∼3권을 다 보았습니다. 싱그럽게 파고드는 만화감이 좋다고 느끼면서, 이 만화책에 담긴 그림들이 '사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길'이라고 깨닫습니다. 어쩌면, 그림으로 그리기 앞서 사진으로 찍어 보았거나 사진 자료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는지 모릅니다. 처음부터 만화라는 눈으로 그린 만화라기보다, 사진 눈길이 만화로 옮아 갔다고 할까요. 만화가 사진이 되고, 사진이 만화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오늘날 숱하게 쏟아지는 사진 작품들을 돌아보았을 때, 퍽 많은 작품들이 사진 같은 사진이라기보다 만화 같은 사진 같다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해수의 아이>처럼 '만화라는 틀로 녹여낸 만화'가 된다면 좋은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듯, '사진이라는 틀로 삭여낸 사진'이 된다면 어떤 솜씨를 뽐내든 좋은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요. 여러모로 어줍잖고 어수룩하지만, 아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틈틈이 적어 내는 제 글조각을 다달이 잡지에 실어 주고, 이 글조각을 어여쁜 책 하나로 묶어 준 <포토넷> 식구들이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

2010.05.07 11:00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

사진책과 함께 살기 -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지킴이 최종규의 사진 읽기 삶 읽기

최종규 지음,
포토넷, 2010


#책읽기 #사진책 #최종규 #시민기자 #삶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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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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