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먹고 자는 돼지 한 마리

[사름벼리와 함께살기 6] 아이와 살아가는 하루란

등록 2010.05.09 11:19수정 2010.05.0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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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 송현1동 안쪽 골목에 "돼지 두 마리가 사는 집"이 있습니다. 이 골목집에서 살아가는 돼지는 살이 디룩디룩 찐 짐승이 아닙니다. 사랑스러운 두 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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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골목집 가운데 문가에 '돼지 두 마리가 사는 곳'이라고 적어 놓은 집이 있습니다.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습니다. ⓒ 최종규

지난 2008년 여름에 태어나 우리 두 사람하고 살아가는 아이를 보고 언제부터인가 '돼지야!' 하며 부르고 있습니다. 스물한 달을 살아가는 아이는 열아홉 달 무렵부터 아빠가 날마다 외는 '돼지'라는 말마디를 곧잘 따라합니다. 아빠가 '돼지!'라 하면 아이는 '디지?' 하며 아직 입술 새는 소리로 따라합니다.

 

우리 집 돼지 한 마리는 언제나 새벽 일찍 일어나고 낮잠은 거르기 일쑤이며 밥먹을 때마다 고개를 홱홱 돌립니다. 떼쓰기 잘하고 소리치기 잘하며 칭얼거리기 잘합니다. 하루 스물네 시간 가운데 스물세 시간을 놀아 준다 하여도 나머지 한 시간까지 저랑 놀아 주어야 한다고 여기는 아이인 탓입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 또한 우리 집 돼지만 한 나이였을 때에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를 이렇게 들들 볶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아기였을 때에 제 어버이한테 했듯 우리 아기가 저한테 하지는 않나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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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면서 밥먹는 아이.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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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히 잠든 아이를 바라보면 아빠 또한 졸음이 쏟아집니다. 너무 칭얼거릴 때에는 밉다가도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모든 미움과 고단함을 씻어냅니다. ⓒ 최종규

칭얼쟁이 아이를 놓고 때때로 '말괄돼지'라고 부릅니다. 우리 집 말괄돼지는 애 엄마가 어린 날 갖고 있던 놀잇감을 들고 와서 제 귀에 꽂아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하나하나 꽂아 주고 "아이 예뻐!" 하고 얘기해 줍니다. 이때 아이는 씨익 웃습니다. 귀걸이를 한 아이 앞에서 아빠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면 아이 또한 귀걸이 달린 얼굴을 흔들고, 자그마한 플라스틱 귀걸이가 똘각똘각 소리를 내며 부딪는 소리를 냅니다.

 

바깥마실을 할 때에 좀처럼 똥을 안 누던 아이가 지난주부터는 '바깥마실이 길어지'니까 그냥 저 누고 싶을 때에 실컷 눕니다. 아이는 거의 말없이 쪼그려앉아 똥 누는 모양새가 되며 금세 어른 한 주먹만큼 똥을 누는데, 아이가 "똥!"이라고 외쳐 주면 얼마나 고마울까 싶습니다. 아직 이렇게 하기까지는 더 기다리고 두고보아야 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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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는 책 보고 사진 보며 노는 아이.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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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화로도 여러 시간을 놀 수 있는 아이. ⓒ 최종규

졸음에 겨우면서 꾹 참는 아이는 두 눈가가 벌겋습니다. 그래도 새벽 여섯 시 무렵부터 저녁 여섯 시 무렵까지 용케 안 자고 버티는 날이 잦습니다. 이럴 때마다 엄마랑 아빠는 몹시 고단합니다. 겨우 바깥 볼일이나 마실을 마치고 동네 구멍가게에 들러 먹는샘물 여섯 통을 사들고 낑낑거리며 비탈길을 올라올 때면, 아이는 아빠 품에 안겨 숨소리가 가르랑가르랑합니다. 구멍가게에서 아이가 선물로 받은 알사탕을 집에 닿고서야 비닐을 뜯어서 입에 물리면 아이는 엄마젖을 빨듯 쪽쪽 빨다가 1분 2분 천천히 흐르는 동안 까딱까딱 고개를 떨구고 이내 고꾸라질 듯합니다.

 

이럴 때에 비로소 아빠는 아이를 살며시 안아 자리에 눕힙니다. 사탕 막대기를 아이 손에서 빼내려 하면 아이는 두 눈은 감고 자면서도 놓지 않습니다. 5분이나 10분쯤 옆에서 지켜보며 기다리노라면 아이가 사탕 막대기를 꽉 잡던 손을 스르르 놓고, 이때에 손수건에 물을 적셔 아이 손과 입과 이와 혀를 닦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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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귀에 걸린 장난감 귀걸이. ⓒ 최종규

 

"이제 살았구나!" 하고 기지개를 켠 아빠는 셈틀을 켜고 모처럼 일을 해 볼까 자리를 잡지만, 셈틀을 켜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아빠 또한 졸음이 쏟아집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놀고 먹느라 바쁘고 고단해서 잠들고, 아빠는 아빠대로 놀리고 먹이고 안고 빨래하고 달래느라 바쁘고 고단해서 잠들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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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실내화 한 짝에 엄마 옛날 놀잇감이자 아이 오늘 놀잇감을 담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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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손에는 고구마를 쥔 채 이른 새벽부터 엄마를 괴롭히는(?) 돼지 한 마리.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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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글을 쓰는 흉내를 내며 놀고 있는 아이.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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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한테 배웠는지 알 길이 없는 '발가락에 매직으로 빛깔 입히기'. 이 매직은 닷새가 넘도록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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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사탕을 꼭 쥔 채 잠든 아이.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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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손바느질로 만들어 준 인형을 아이 옆에 놓고 아이 손에서 힘이 빠져 사탕 막대기를 놓아 주기를 기다립니다. ⓒ 최종규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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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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