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문제, 성공해본 경험있다
한나라당 오세훈과 만남, 계획된 것 아냐"

[인터뷰⑪] 김영숙 서울시교육감 예비 후보

등록 2010.05.12 15:52수정 2010.05.1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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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교육비리, 일제고사, 두발규제, 자율형사립고, 특목고, 교장공모제…. 현재 우리나라 교육계에 산적한 과제들입니다. 오는 6월 2일은 동시지방선거와 함께 각 시도교육감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교육감' 예비 후보로 등록한 이들을 만나 최근 교육계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모든 후보의 인터뷰에는 학생복지(무상급식), 교육계 비리근절대책, 사교육비 절감, 학생인권, 학력 평가 및 신장 등 5개 항의 공통질문이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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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김영숙 예비후보. ⓒ 유성호


"공교육 강화로 사교육이 필요 없는 교육환경을 만들겠다. 바꿔본 사람, 바꿔서 성공해본 사람만이 우리의 학교를 제대로 바꿀 수 있다."

김영숙 서울시교육감 후보(58·전 덕성여중 교장)는 지난 6일 "교육의 수장이 바뀌면 서울시교육이 바뀐다"면서 "내가 취임하면 '사교육 제로 100일 실행본부'를 만들어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가 내세운 슬로건은 "넌 아직도 학원 가니? 영숙이는 학교 간다!"이다. 이 글귀를 적은 현수막의 색깔은 여느 보수 후보들처럼 청색(한나라당 상징 색)이다.

그런데 김 후보를 겨냥한 보수 후보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 서울시당의 김 후보 지지 의혹은 불공정 게임이고 불법'이란 주장이 일었다. 이런 빌미를 준 일 가운데 하나는 지난달 8일 김 후보 쪽이 후보 등록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인 "여권으로부터 강력한 출마 권유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에) 전혀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 인터뷰 하루 전인 5일에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오세훈 후보를 만났다. 이 만남에 대해서도 김 후보는 "제자들이 마련해준 자리였고 미리 계획된 것은 전혀 아니었다"고 사전 계획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덕성여중 사례, 서울 전체 학교로 퍼지게 할 것"

김 후보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2월 한 신문이 '사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에 나선 교장'으로 집중 보도하면서부터다. 이 보도 뒤 9일 만에 이 대통령이 김 후보가 교장을 맡고 있는 덕성여중을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76년 교사 일을 시작한 김 후보는 1984년 덕성여중 부임을 시작으로 덕성여고 교사(국어)를 거쳐 2008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덕성여중 교장으로 일했다. 덕성여고 교사 시절 7년 동안 방과후 학교를 주도한 뒤 덕성여중 교장 시절엔 전교생을 방과후 학교에 동참시켜 사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에 큰 성과를 거뒀다는 게 김 후보 쪽의 설명이다.

김 후보와 인터뷰는 지난 6일 오후 8시부터 서울 프레스센터 9층에 마련된 선거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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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김영숙 예비후보. ⓒ 유성호

- "영숙이는 학교 간다!"는 슬로건이 재미있는데 김 후보는 학교가 아닌 교육청으로 가려고 하는 것 아닌가.
"나는 33년 전 학교에 첫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지금처럼 맞춤식 교육을 해왔다. 캐치프레이즈에서 제일 중요한 단어가 학교다. 공교육만으로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학생 5명 가운데 1명이 정신질환이라고 한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바꿔야 학생들이 행복하게 학교에 갈 수 있다. 내가 덕성여중 교장으로 학교를 바꿔보니까 정말 가능하더라. 이런 변화가 서울시 전체 학교로 퍼지도록 만드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교육감이 되기 위한 포부가 생겼다."

- 덕성여중에서 사교육을 어떻게 줄였나?
"수요자가 공부를 더 원하면 학교에서 해줬다. 정규수업은 정규수업대로 충실히 하고 학교 안에서 방과후 학교를 통해 5단계 맞춤식 수업을 진행했다. 자기 주도적으로 하고 싶다는 학생의 요구에 맞췄다. 학습지진아와 우수학생은 그 요구에 맞게 맞춤식 교육을 했다. 교재도 맞춤식으로 만들었다. 교장재임 시절 방과후 학교를 통해 학생 참여율을 30%에서 94%로 높였다. 전교 일등 하던 학생이 학원을 끊었다. 가정 사교육비 부담이 1/3로 줄었다. 교사, 학부모 만족도가 95% 이상이었다."

- 주로 어떤 분들이 방과후 학교 강사를 맡았나.
"외부강사가 대부분이었다. 교사자격증 있는 젊은 사람들이었다. 학원에 있었던 분들도 있었지만 현직 강사는 없었다."

- 2008년 9월에 교장을 맡았으니 임기가 겨우 1년 반밖에 안됐다. 일부 신문이 과대 포장했다는 얘기도 있다.
"물론 교장을 길게 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 역할을 교장 때만 한 것은 아니다. 평교사 때도 그 아이들에게 맞게 해줬다. 아이들은 우리 선생님, 우리 선생님 하고 좋아했다. 논술 첨삭지도까지 직접 했다. 과일도 제철 과일을 먹어야하듯이 학생교육도 때가 있다. 지난 30년 동안 나는 그렇게 했다."

"후보들간 자발적 단일화 논의 이뤄질 것으로 믿어"

- 청색을 좋아하나. 한나라당 상징색인데.
"파란색이 잘 받는다. 내가 갖고 있는 옷 중에도 파란색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색이다. 정당을 의식한 것은 아니다. 청색은 희망을 상징하는 것이다."

- 한나라당 서울시당이 지원한다는 소문이 났다.
"한나라당? 무관하다. 사실과 다른 와전된 보도다. 교장으로 있던 지난해 우리학교가 모 신문에 '교사 한사람이 학교를 바꿨다'라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 당시 저와 우리학교의 교육철학을 공유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 중에는 몇몇 여야 의원 분들도 계셨다."

- 4월 8일 후보 등록 뒤 배포한 '한나라당 지지를 받는 후보로 알려졌다'는 보도자료의 글귀는 미리 살펴보지 않았나.
"보도자료를 전혀 보지 못했다. 이 선거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몰랐다."

- 그런데 5일 어린이대공원에서 오세훈 후보랑 만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제자가 아내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날이라 나를 위한 이벤트를 해주는 장소가 어린이대공원이었다. 미리 계획된 것은 전혀 아니었다. 제자들한테 물어봐라."

- 오늘 이원희 후보가 반전교조 협의체의 단일 후보로 뽑혔다. 왜 바른교육국민연합에 참가하지 않은 것인가.
"4월 8일 등록하고 급작스럽게 일이 돌아갔다. 물리적으로 단일화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모든 후보들이 좀 더 자신의 교육정책을 논의하고 난 뒤, 후보들 간에 자발적인 단일화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

"학생인권조례, 교육 문제 교육 밖에서 풀려는 것"

김영숙(1952년)
상명사대부속고, 덕성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중앙대 교육대학원 국어한문학과 졸업
안중종고, 덕성여중, 덕성여고 교사
(재)행복한 학교 재단 이사장
덕성여중 교장
수업지도, 생활지도 우수 교육부장관상
대통령 모범교원표창
- 교원단체 소속 교원 명단공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신문을 보니 절차상의 문제로 논란이 많이 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 수혜자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의 자녀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교육철학, 그리고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는 알 권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 무상급식에 대한 기본 생각을 말한다면?
"무상급식,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서울시교육청 예산을 보면 2/3이상은 인건비다. 학교 현장은 그야말로 극과 극인 상황이 너무 많다. 저소득층 학생들은 점식급식뿐만 아니라 저녁급식 토요일 일요일도 급식이 필요하다. 이들은 책 사기도 어렵다. 그 아이들을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 잘 사는 아이나 못 사는 아이나 급식을 똑같이 주면 저소득층 학생들의 복지는 더 떨어지면 떨어졌지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 경기도교육청과 같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찬성하나.
"학교, 교사와 학생 사이에 믿음과 존경이 있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 인권조례를 보게 되면 이념성이 있고 집회도 할 수 있게 되어 있더라. 학생인권 조례는 교육의 문제를 교육 밖에서 풀어보려는 방법이다. 따라서 교육청 차원에서 조례를 제정하기보다는 각자의 본분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두발자유, 그것은 학교장 권한으로 돌려드리는 게 어떻겠나. 체벌은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이 문제 역시 학교 자율에 맡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 교장공모제에 대해 말이 많다. 평교사도 응모할 수 있는 내부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부형, 찬성한다. 교장공모제는 확대해야 한다. 학교는 행정중심이 아닌 교육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장의 자격에서 점수가 높은 사람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법과 회계지식에 밝고 상대와 소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학교 경영에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강점은 바꿔서 성공해본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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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김영숙 예비후보. ⓒ 유성호

- 교육비리를 막을 복안은 무엇인가.
"바르고 곧은 교육감을 선출해서 교육비리는 꼭 근절시켜야 한다. 나는 교육행정에 얽혀있지 않다. 이 땅에 교육비리란 용어조차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우선 촌지를 포함해 비리와 연루된 교직원, 교육청 명단을 공개하고 자격을 박탈시킬 것이다. 둘째 교원평가를 실시해서 무능부적격 교장과 교감, 그리고 교사를 즉각 방출할 것이다. 교육청 최초로 '학부모감사관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

- 자율형사립고와 같은 특수한 학교 설립에 찬성하고 있는 듯하다.
"자율형사립고처럼 학교가 선발권을 가진 학교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교육 수혜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선택을 보장하는 것이고 교육의 선진화에도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 초중고 일제고사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학생들의 학력평가는 당연히 계속 시행해야 한다. 부진학생을 위해서도 우수학생을 위해서도 평가는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못다 한 얘기를 해 달라.
"내가 가진 강점은 학교를 바꿔본 경험이다. 바꿔서 성공해본 경험이다. 교사와 교장 일을 하면서 공교육을 통해 사교육이 줄어드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학부모들 사이에 덕성여중이 오고 싶은 학교로 알려지게 됐다. 이렇듯 학교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학교 현장에서 체험했다. 그것도 교장이 된 후 빠른 시일 내에 이뤄냈다. 공교육 신뢰도를 높이니까 이 대통령도 주목한 것이다. 이런 성공의 경험이 서울시 학교전체를 바꿀 수 있는 나의 자산이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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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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