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진보는 '한쌍'이다

미국이 가진 진보의 힘과 미래를 그린 <진보의 힘>

등록 2010.05.13 17:03수정 2010.05.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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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싼 조건이 우리의 단결을 가장 잘 정당화한다. 우리는 도덕적, 정치적, 물질적으로 황폐해진 나라의 한복판에서 서로 만나고 있다. 신문사는 광범위하게 매수되거나 탄압받고 , 공공의 견해는 침묵하고, 기업은 활력을 잃고, 가계는 빚에 시달리고, 노동계급은 가난에 허덕이고, 토지는 자본가에게 집중되고 있다. 도시 노동자는 자기방어를 위한 조직 결성의 권리를 빼앗기고, 외국에서 수입된 저임 노동자들이 임금수준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수백만 명이 노력해 얻은 결실을 몇몇 소수가 독차지한다. 우리는 정부의 불공정이라는 자궁에서 창녀와 백만장자라는 2개의 계급을 낳는다. - 1892년 미국 인민당 발족, 오마하 강령중 (by Ignatius Donnelly)

 

백년도 넘은 때의 상황을 끄집어 오늘과 비교하는 일이란 구차함뿐이다. 지금의 우리 상황과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라고는 해도 이미 겪어본, 아는 사실들을 굳이 반복해서 여러 사람들을 아프게 해야 하나. 그런 지도자라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반성을 하지 않는 자라면 바꿔야 한다.

 

역사는 순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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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내기 위해선 손을 모아야 한다. 연대의 투쟁이 희망을 낳는다. ⓒ 한겨레출판

진보와 보수의 싸움은 계속되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일이다. 둘로 갈라 싸우는 것이 소모적이고 낭비라고 이야기 한다. 좀 더 나은 사회, 자유민주주의의 가치,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야기 하기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대한민국 진보의 입장에서 보는 미국은 모방, 배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지나치게 미화된 강력한 힘의 상징일 뿐이었고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전횡의 주범, 경찰국을 자처하는 깡패처럼 그려지고 있다.

 

약한 나라와 자유무역개방은 확실히 힘 있고 큰 나라의 이익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양보하는 미덕 없이 조약을 체결해온 관례도 그러하다.

 

그런 그들이 가진 진보의 역사와 조지 W부시로 인해 퇴행을 겪게 되었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미국 진보의 역사를 알려주고 클린턴과 부시를 극명하게 대조시키고 오바마로 대표되는 미래(이 책이 쓰인 시기는 막 오바마가 대선후보로 결정 났을 때이다)에 대한 기대를 담는다.

 

우린 미국을 배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재미 유학생들을 배출하는 나라이고 정기적으로 군사훈련을 하고 무기를 수입하여 그들의 방위시스템을 모방한다. 그들의 교육시스템을 어설프게(?) 차용하고 그들의 도로체계를 모방한다. 파탄에 가까운 의료체계를 따라가려고 하는 움직임도 있을 정도다.

 

좋은 것을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나 과거의 과오를 답습하는 일은 과감히 거부할줄 아는 게 '지능을 가진 동물'로서 당연한 일이다.

 

미국, 진보를 배우자

 

1908년 최초의 주지사 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루즈벨트는 '환경보호는 국가 의무'라는 연설을 통해 행정부의 공공자원 이용 규제 방안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의 정책은 토양, 숲, 수력자원을 우리 자식과 그 다음 세대를 위한 유산으로 잘 보전할 것입니다. 공유지든, 사유지든 숲을 이용할 때는 개인과 공공의 복리를 동시에 증진할 수 있도록 입법이 이뤄져야 합니다. 홍수 방지와 수력 개발, 토양 보호, 하천 운송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취지의 법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 본문 중

 

4대강에 초단기 수중보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지금의 정부에게 묻고 싶다. 우리가 백 년 전의 미국보다 '뒤로' 가고 있어야 되겠는가. 대답도 없고 변명에 급급한 이들을 보면 과연 '국가의 의무'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나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미국이 지금의 자리에 올라선 것은 진보주의자들의 꾸준한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투쟁의 긴 터널을 뚫고 온 희생자들의 피와 땀이 얼룩진 역사가 있었다.

 

킹 목사 같은 민권운동 지도자들의 영웅적인 행동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우리의 적이 아무리 강하게 대응해오더라도 우리는 신념을 위해 싸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미국을 인종, 남성·여성, 성적취향에 따라 나누려는 시도에 맞서 공동의 기반을 구축하고, 모든 사람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단합된 투쟁에 나서야 한다. ― 본문 중

 

진보의 힘은 단결에 있다. 지금 보수가 힘을 가지고 있는 한국은 그네들의 단결력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단합된 투쟁'만이 흐름을 단숨에 바꿀 수 있고 이를 통해 사회를 한걸음씩 전진하게 만드는 것이다. 87년 6월이 그랬고,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10년간의 진보의 역사는 보수의 결집을 낳았고 결국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게 아니겠는가.

 

2007년 미국경제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번영의 과실은 상위층에 집중됐다. 중산층 가정의 수입은 떨어졌고, 빈곤층과 의료보험 미 가입자가 증가했다. 소비자 물가가 폭등하고, 주택 시장은 휘청거렸으며, 가계 부채는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기업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고, 부와 소득의 불평등은 1928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벌어졌다. 연고자본주의가 판을 쳐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대신해버렸다. ― 본문 중

 

2010년 한국의 경제 지표는 꾸준히 나아지고 있지만, 번영의 과실은 1%에 집중되고 있다. 중산층 가정은 점점 어려워지고 빈곤층의 생계는 위협받고 있다. 소비자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으며 주택시장은 흔들거리며 가계 부채는 역사상 최고 수준을 갱신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의 이익은 사상최고치를 달성했고 부와 소득의 불평등은 근대국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벌어졌다. 떡값과 봉투가 판치는 세상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 되어 버렸다.

 

도덕은 땅에 떨어졌고 불확실한 유언비어로 국민을 위협에 몰아넣고 있는 지도자들이 신임을 얻고 있다. 책임자의 무책임한 발언에 대한 비판도 묵살당하는 시대다. 위협과 공포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는 인간들이 지배하는 세상.

 

미국도 마찬가지 였다.

 

지난 태풍 카트리나로 인한 재난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정부의 고위 관리들과 뉴올리언스 시 전역이 60센티미터의 악취나는 물에 잠기고 나서야 부시는 비행기로 둘러보곤 동행한 국토안전부 장관에게 "연방정부의 각 부서와 관련 기관들이 끔찍한 비극에 잘 대응해줘서 무척이나 만족스럽다"고 치하했다. ― 본문 중

 

진보의 과제

 

진보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의 말년이 되어버린 시절에 고민했던 진보의 가치는 무엇이었던가.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걱정 없이 누릴 수 있는 세상이 꿈이 아니었던가. 먹고 살기 힘든 지금엔 시민의 의미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끼어들 틈이 없다. 부조리와 비리에 대한 고발의 의무감도 당장 가족을 돌봐야 하는 가장으로서 선택이 어렵게 되어버린다.

 

진보는 재산형성 과정의 경제적 안정을 목표로 한다. 매달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유지하고, 인종차별과 고금리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조건으로 주택구입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것 등을 의미한다. 또한 내 집 마련이 좀 더 쉬워지고 양호한 조건의 퇴직연금을 보장받는 것도 포함된다.

 

공정하면서도 단순하고, 성장 지향적이면서도 노동 중심적인 세제 개혁이 지금으로서는 최우선 과제다. 지금의 세금 구조는 행위와 성과에 대한 동기 부여가 왜곡돼 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직원들보다 세금을 더 적게 내는 일이 계속돼서는 곤란하다. 또한 환경오염 유발 기업이나 석유 및 가스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한편, 탄소 배출권으로 조성한 재원을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데 재투자해야 할 것이다. ― 본문 중

 

진보가 힘 있는 사회가 바로 서민이 꿈꾸는 사회다. 나와 내 이웃이 편안하고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회. 그래하여 불공정과 누군가를 억누르는 폭압이 부정임을 누구라도 손들고 나서서 지적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는 지도자가 만들 수 없다. 나와 네가 손잡고 마음과 뜻을 모아 하나의 힘이 될 때 이루어질 수 있는 '우리'가 만드는 곳이다.

 

텍사스의 뉴딜주의자인 모리 매버릭은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자유와 먹을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이 말이 거칠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것 이상으로 진보 정치를 잘 표현한 말을 나는 아직까지 들어본 적 없다. ― 본문 중

덧붙이는 글 | 진보의 힘/ 존 포데스타 지음·김현대 옮김/ 한겨레출판/ 12,000\

2010.05.13 17:03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진보의 힘/ 존 포데스타 지음·김현대 옮김/ 한겨레출판/ 12,000\

진보의 힘

존 포데스타 지음, 김현대 옮김,
한겨레출판,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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