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우리에게 맞는 노래로 우리만의 춤을 추자

레이거노믹스 표방이 아닌 우리에게 맞는 정책 입안이 필요하다

등록 2010.05.26 19:43수정 2010.05.2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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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40대 대통령이었던 로날드 레이건의 경제정책을 뜻하는 레이거노믹스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교하는 대척점이자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좋은 표본이다. 재정확대와 감세정책으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레이건 대통령이 실행했던 정책과 유사점이 많아 이른바 엠비노믹스로 통용된다.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종합부동산제 폐지, 공기업선진화 등을 추구하고 있는 엠비노믹스와 '레퍼곡선(Laffer curve)'를 기반으로 한 소득세 대폭 감면과 금융 산업, 기업규제완화를 펼쳤던 레이거노믹스의 유사점은 실로 적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철도노조 파업당시 강경대응을 지시하며 1981년 항공관제사 노조(PATCO) 때 1만 명이 넘는 노조관계자를 해고한 레이건의 사례를 들어 경제뿐만 아니라 노동 분야에서도 레이건의 영향이 미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했었다.

 

한나라당과 공화당이라는 소속정당의 배경적 틀이 보수(광의적 의미의)를 기본으로 하는 유사점이 존재하지만 이미 현 정부 하에서의 정책, 특히 경제정책에서 레이거노믹스는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서서히 흡수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현 정권은 그것을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문제는 레이건의 정책 영향으로 미국의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양극화가 가속화 되었다는 것이다. 1980년대 미국을 암흑기로 집어넣은 레이건의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에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지금 제2의 레이거노믹스를 실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친 기업관련 정책들에 많은 과부화가 걸리면서 양극화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의 혈액순환이 약해지면서 실행하고 있는 시장경제 정책이 옳은지에 대해 찬반양론이 뚜렷하게 나뉘고 있지만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부(富)의 트리클다운(Trickle Down)을 기대할 수 있을까?

 

대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면 덩달아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총제적인 경기활성화를 이룩할 수 있다는 트리클다운 이론은 현 시장주의자들이 간절히 원하는 해피엔딩의 전형적인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서두에 말했듯이 양적 팽창을 통해 미국 사회를 재건하려했던 레이건의 도전은 현재 실패에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산층의 몰락을 방관하며 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했던 레이거노믹스의 종언은 세계금융위기를 일으킨 원흉으로까지 손꼽히며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국제정치경제학자인 프렌시스 후쿠야마를 비롯한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성장 일변도였던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은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불멸의 진리로 통용되며 1980년대 이후 세계경제를 좌지우지 할 것 같았던 레이거노믹스의 종착역엔 성공보다는 실패라는 두 글자가 더욱 뚜렷하다.

 

이러한 레이거노믹스를 표방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우려스러운 점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부의 이동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고착화된 형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는 자연현상을 역행하며 상류층 살찌우기에 모든 것을 올인 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시장경제를 표방한 사회주의경제에 더욱 큰 방향 점을 찍고 있다.

 

레이거노믹스라는 불세출의 정책을 고스란히 따르며 제2의 레이건이 되려고 하는 대한민국 경제의 결과는 이미 어느 정도 보이고 있다. 죽음을 알고도 불속에 뛰어드는 무모한 불나방이 되지 않기 위해선 무조건 적인 양적팽창을 노렸던 레이거노믹스의 교훈을 뼈저리게 느껴야한다. 모든 문을 닫고 서양과의 통상 수교를 거부했던 흥선대원군의 고집도 문제지만 불확실성이 뚜렷한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또한 정당화 될 수 없다.

 

우리에게 맞는 노래로 우리들만의 춤을 추자.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맞는 효율적 대안이 무엇인가에 돌이켜 봐야 한다. 제2의 레이거노믹스로 남기보단 제1의 엠비노믹스란 이름으로 대한민국에 적합한 새로운 경제정책의 입안이 탄생되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2010.05.26 19:43 ⓒ 2010 OhmyNews
#레이거노믹스 #엠비노믹스 #레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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