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없는 은행, 봉사하는 화폐를 아시나요?

[가정경제 119] 우리가 '돈'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등록 2010.06.06 14:13수정 2010.06.0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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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원금을 두 배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수익률과 기간을 계산할 때 쓰는 공식으로, 예컨대 8년 뒤에 투자한 원금을 두 배로 만들려면 9%의 수익률(72÷8=9)이 나와주면 되고, 6%의 수익률로 원금이 두 배가 되는데까지는 12년(72÷6=12)이 소요된다는 간단한 '복리' 계산법이다.

예수(Jesus)가 태어나던 해, 만일 요셉(Joshep)이 예수에게 1페니히(pfennig, 1/100마르크)를 주었다면, 복리 5%의 이자가 붙었다고 가정할 때 그 후손들은 서기 2000년에 순금으로 된 지구 크기의 금괴 약 3000억 개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을 '요셉의 페니히'라고 부른다)

미국의 금융 전문가 피터 린치(Peter Lynch)가 밝혀낸 이 투자공식은 새천년 벽두 저금리 기조에 발맞추어 '복리의 마술'이라는 포장지를 쓰고 널리 인용됐다. 금리가 바닥이니 저축 대신 고수익 투자상품에 가입하라는 금융회사의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지금은 아무도 이 말을 꺼내지 않는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고수익 투자상품 대부분이 수익은커녕 엄청난 손실을 보았고, 또 일정 수준의 투자수익률이 지속적으로 담보된다는 것 자체가 실현 불가능한 가정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인류가 이자놀이를 하기 시작한 건 언제일까

그렇다면 인류는 언제부터 '이자놀이'를 하기 시작했을까? 이자에 대한 규정이 명기되어 있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BC) 17세기에 씌어진 함무라비 법전이다. 이 법전에는 대금업자(상인)가 돈을 빌려줄 때 지켜야 할 법정 이자율과 만일 법률이 정한 기준 이상의 이자를 받을 경우, 빌려준 원금과 곡물을 몰수하는 등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들이 구체적으로 명기되어 있다고 한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고리대금업의 역사는 11세기경 유럽에서 은행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방카(Banca, 작은 테이블이라는 뜻)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인(무려 2800년 전이다)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금융의 본질을 '돈을 굴려서 더 많은 돈을 버는 행위'라고 정의할 때, 금융의 뿌리는 이자이고, 은행의 원조는 대부업인 셈이다. (싸게 빌려와 비싸게 빌려주고, 그 차액을 주머니에 챙기는 것이 금융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리고 현존하는 금융업자들 가운데, 이 복리의 마술을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자들이 지금도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기생하며 가난한 사람들의 등골을 빼먹는 (불법) 사채업자들이다. 이들 고리대금 전통 계승자들이 일명 '꺽기'(대출원금에서 선이자 및 수수료를 제하는 방식)와 더불어 가장 흔하게 활용하는 방식이 바로 연체이자 복리계산법(대출상환이 하루라도 지체되면 이자를 대출 잔금에 포함시키는 방법)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채무자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이자 계산방식이 단리(원금+이자)에서 복리(새로운 원금(원금+이자)+이자)로 바뀐다. 이렇게 몇 번 입금이 지연되기 시작하면, 원금은 아주 빠른 속도로 뻥튀기되기 시작한다. 원금상환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듦으로써, 대출자를 빚의 늪으로 점점 깊게 빠뜨리기 위한 '고전적인' 수법이다. (법정 최고이율 한도가 넘는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며, 그 이상의 이자를 지급하였을 경우 반환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

은행에 돈을 맡겨도 이자를 주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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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 홈페이지 스웨덴 조합형은행 JAK ⓒ 문진수


이자(利子, interest)란 무엇인가? '남에게 돈을 빌려서 쓴 대가로 치르는 일정한 비율의 돈'이다. 투자이론에서는 '현재의 소비를 희생한 대가'라고 말한다. 돈을 은행에 예탁함으로써 먹고 싶고, 사고 싶은 욕망을 희생한 것이니 그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해주는 것이 이자라는 뜻이다. 만일 당신에게 여유 자금이 있어서 은행에 맡기려 한다면, 가장 먼저 금리가 얼마인가를 따지려 들 것이다. 왜? 당신 머리 속에 이자라는 개념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현대 화폐(금융) 시스템의 기본 운영체제(OS)는 '이자'다.

이자는 금전거래를 할 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최초 상품의 원료를 채취하는 시점부터 최종 소비자의 손에 완제품이 도달될 때까지, 매 단계마다 이자는 개입되어 있다. 가격표가 붙어 있는 모든 재화와 용역에는 이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화폐전문가인 마그리트 케네디(Margrit Kennedy)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래되는 상품과 서비스가격의 평균 40-50%가 이자비용임에도,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내가 구매하는 상품 가격의 절반이 이자라니? 만일 물건값에 이자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가격이 절반으로 준다는 말 아닌가?

그렇다면, 만일 은행에 돈을 맡겨도 이자를 주지 않는다면(Zero금리가 아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람들이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려 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는 사람에게 이자를 받지 않는다면? 은행 앞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룰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돈을 맡기는 사람(공급자)이 없는데, 어떻게 돈이 필요한 사람(수요자)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단 말인가? '예대마진(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것)'을 수익모델로 하는 은행 입장에서 볼 때, 말도 안 되는 가설이다.

20% 스위스 중소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WIR

그런데, 이 '놀라운' 가설에 입각해 움직이는 화폐가 있다. 이른바 대안화폐(alternative money)혹은 지역통화(local currency)라고 불리는 신개념 화폐들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76년의 역사를 가진 스위스의 WIR(독일어로 '우리'라는 뜻이며, 통화이름임과 동시에 경제집단을 의미함)이다. 스위스 전체 중소기업의 약 20%가 사용하고 있는 이 통화는 맡기거나 빌릴 때 이자를 받지 않는다. 이미 오래 전에 국제적 공인을 받았으며, 국영 화폐인 스위스프랑과 1:1로 교환할 수 있고, 이 통화를 기반으로 한 별도의 신용카드도 통용되고 있다.

비가 오면 우산을 뺏고, 해가 나야 우산을 빌려주는(경기가 나빠지면 대출금을 회수하고, 경기가 좋으면 대출을 확대하는 경기역행적인 대출정책을 의미함) 기존 은행들과 달리, WIR의 통화시스템은 반대로 움직인다.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대출을 늘리고, 경기가 호황이면 대출을 회수하는 경기순행적인 흐름을 타고 간다. 불황기에 자금동원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의 현금흐름을 돕기 위해서다. 기업간 상호융자 방식을 통해, 서로 Win-Win할 수 있는 '금융 안전망'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에는 JAK라는 조합형 은행이 있다. 1997년에 저축대부 조합으로 출발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 은행의 실질적인 소유자는 조합원들이다. (조합원 총수가 3만5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2008년 기준으로 1400억 원이 넘는 예금 및 대출실적을 올린 JAK는 단지 돈을 빌리고 또 빌려주는 서비스만을 제공한다. 물론 여수신 모두 이자는 없다. 저축금액이 있는 사람에 한해 대출이 이루어지고, 운영비용은 서비스 이용료와 수수료로 100% 충당된다. 이 은행은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또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

브라질에는 사베(Saber, 지식이라는 뜻임)라고 불리는 교육통화가 있다. 브라질 정부가 지급 보증한 일종의 사회쿠폰으로, 발행 규모만 20억 달러가 넘는다. 청소년들의 교육진흥을 위해 설계된 이 화폐의 운영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하급반의 학생은 이 쿠폰을 주고 다른 학생(상급반 선배)에게 수업을 살 수 있다. 일종의 개인 과외비용인 셈이다. 상급반 학생은 다른 학생(하급반 후배)을 가르치고 모은 쿠폰을 가지고 있다가 대학에 진학할 때 학비 대신 지불한다. 이 화폐는 학습능력은 있으나 돈이 없어서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캐나다의 컴퓨터 전문가 마이클 린튼(Michael Linton)이 개발한 '지역교환거래 시스템(LETS)'을 이용해 지역화폐를 사용하고 있는 곳은 미국, 유럽,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하여 전세계적으로 800곳이 넘는다. 한 회원이 어떤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이 시스템에서 신용을 빌린다. 이렇게 빌린 신용은 이 시스템에 기록되며, 향후 지역사회에 같은 가치를 지닌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자연 소멸된다. 이자도 없고, 세금도 없다. 단지 컴퓨터 시스템에 기록된 정보가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모델을 원형으로 만들어진 것이 '지역품앗이'라는 이름의 대전 한밭LETS다)

현행 통화시스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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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LETS 두루 대전 한밭LETS에서 통용되는 대안화폐 두루 ⓒ 한밭LETS


아직까지는 국가통화를 보완하는 수준의 '보충적' 화폐일 뿐이고 등가교환의 수단으로서 지녀야 할 '내재가치'도 부족하지만, 기존의 통화질서와는 다른 접근방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려는 시도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모두 금융 본래의 목적과 순기능을 살리고,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수단으로서의 화폐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의 소산이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대안화폐들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현존하는 화폐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왜 발생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학자이며 대안화폐 전문가인 베르나르 리에테르(Bernard Lietaer)는 '현존하는 통화시스템은 이미 기능을 상실했으며, 향후 몇 년 내에 총체적인 통화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50%에 가깝다'고 말했다.

경기가 나빠지면, 은행은 수지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대출을 줄인다.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으면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는 실업 등 고용시장 악화로 이어진다. 고용시장의 불안은 소비위축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경기 침체의 원인으로 작동한다. 만일 은행수지가 악화되어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경제는 심각한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므로 정부는 서둘러 은행에 자금을 지원한다. 은행 파산이 미치는 경제적 파급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은행을 살리기 위해 투입되는 재정의 대부분은 납세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소득감소로 인해 소비가 줄어들고 다시 경기가 후퇴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같은 조건 하에서, 대안화폐가 운영되고 있다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질까? 경기가 나빠지면 기존 은행은 대출을 줄이지만, 대안은행은 반대로 대출을 늘린다.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으면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고, 실업 등 고용악화로 인해 지역경제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악화로 인한 소비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지방정부는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내놓는다.

기업의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생산성이 유지된다. 부실채권 건수가 줄어들어 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좋아지면서, 과거 은행을 살리기 위해 투입되었던 공적 자금이 고용 창출과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부문에 투입된다. 납세자의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사람들의 호주머니에 여유가 생겨, 소비가 살아나고 경기가 좋아지는 선 순환이 이루어진다.

경기 순환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에 용서를 구한다. 그럼에도 핵심은 명확하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주 원인은 잘못된 화폐시스템에 있다는 것. 금융자본이 너무 비대하게 커졌다는 것. 금융의 위기는 곧바로 실물경제의 난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살찐 고양이들'이 아무리 미워도 쉽게 손을 댈 수 없다는 것. 늘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국민들이었다는 것. 이제 과거의 해법만으로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 이제 별도의 '스페어타이어'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다는 것. 이것이 지금 많은 국가와 사람들이 화폐 대안을 고민하고 있는 이유다.

전 세계에 통용되고 있는 대안화폐, 270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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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 수익구조 현황 2010 1/4분기 국내은행 (잠정) 영업실적 by 금융감독원 (2010.5.4) ⓒ 문진수


지난달 20일,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 강화와 금융 소비자 보호를 골자로 하는 미국 금융개혁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지난 수 세기 동안 계속되어 온 '고양이와 쥐' 게임은 이제 새로운 지평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간 '월가의 탐욕적인 금융자본들을 그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오바마 행정부가 현 금융시스템에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향후 이 싸움이 어떻게 전개될지, 최종적으로 누가 이기게 될지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세계 금융위기의 발원지인 미국은 이미 30개가 넘는 주(州)정부가 지역화폐를 적극 장려하고 있을 만큼, 자국 내 금융 시스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찾는 일에 적극적이다. 유럽연합은 프랑스 정부와 공동으로, 세 가지 대안화폐 시스템을 스마트카드로 통합하는 연구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고, 뉴질랜드 정부는 실업률이 높은 지역에서 주민들이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대안화폐 숫자만 2700개가 넘는다.

우리는 어떤가? 아직까지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바라보려는 접근이나 시도를 접하지 못했다. 왜 그럴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부와 감독당국의 주 관심대상은 소비자가 아니라 금융회사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내려갈 경우, 은행들은 시장금리 하락에 맞추어 예금금리를 '발 빠르게' 내리지만, 대출금리의 하락 폭과 속도는 상대적으로 좁고 더디다. 왜? 천천히 움직일수록, 금리차가 벌어질수록 은행의 수익성은 좋아지기 때문이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국내은행들은 올해 1분기에만 9조원이 넘는 이자이익을 거뒀다. 연간 35조원이 넘는 돈을 순전히 이자놀이를 통해서만 벌어들인다는 말이다. 전년동기(7.8조원) 대비 20%(1.5조원) 증가한 액수이며, 비이자 이익(2조원)의 4.5배가 넘는다. 순이자 마진(2.36%)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감독원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싸게 빌려와 비싸게 빌려주고 차액을 챙기는' 장사는 정부의 과잉보호 아래 막대한 '이문'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돈은 인간이 만들었는데, 돈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

은행이 예대마진으로 돈을 버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데, 갑자기 웬 호들갑이냐고?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의 표현을 빌자면, 화폐제도란 단지 허구에 불과하나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을 뿐이다. 지금 우리가 접하고 있는 이 시스템은 고정불변의 그 무엇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기존 통화체제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고, 대안통화의 화폐화(monetization)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노레일(한 가지 화폐)을 타고 계속 달려야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변화가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의 부채기반 화폐시스템으로는 금융의 악마적 속성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이자에 대한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 은행은 대출에 대한 이자가 아니라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이슬람 금융에는 이자 개념이 없다. 코란에서 이자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쓰지 않고 이자로 축재(蓄財)하는 것에 대해 별도의 '보관수수료'를 물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회자되고 있다. 그 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화폐와 이자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들이 던져지고 있다.

화폐와 이자는 실과 바늘처럼 불가분의 관계인가? 이자 없는 화폐시스템이란 실현 불가능한 가설인가? 그렇지 않다. 새로운 것을 위해 낡은 것을 해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낡은 것을 해체해야만 비로소 새로운 것이 탄생할 수 있는 법이다. 다양한 형태와 내용을 담은 '풀뿌리' 지역화폐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역 공동체에서 창의적인 '화폐실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 왜? 이 새로운 화폐가 지역 내 자원순환을 돕고,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촉매제로 기능한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는 위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돈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돈을 만들었음에도, 왜 우리들은 이 '우상'에게 지배당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돈의 속성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 금융생태계의 기본 질서(공급자와 수요자간의 심각한 정보 비대칭)를 바꾸려면, 돈에 대한 올바른 학습과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인간에게 '돈'이 신격화된 존재로 자리하고 있음에도, 화폐란 그저 인간의 삶을 이(利)롭게 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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