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천안함 사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등록 2010.07.08 10:47수정 2010.07.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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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일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다. 남한 정부는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하고(남한 중심 합동 조사단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 사건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였다. 북한은 천안함 침몰과 자신의 관계를 부정하면서, 자신에게 뒤집어 씌울 경우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으로 미국과 중러도 신냉전으로 돌입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은  남한의 조사결과를 신뢰하는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이끌어 내려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주장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

천안함 사태를 두고 벌이는 남과 북의 대치는 남북관계 단절에서 최악의 경우 남북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중국, 러시아라는 강대국 사이에는 신냉전이 올 수 있으며, 반대로 강대국 사이에 이익 일치가 나타나면 남한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남북관계의 개선과 대 강대국 외교를 위해, 현 상황에서 벗어나는 출구전략을 구상하고 실행해야 한다.

제 1 출구전략: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임을 확신한다면

현재까지 남한의 조사결과 및 외교행태를 볼 때, 남한이 원하는 결과를 획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결의안이나 의장성명서에는 상임이사국 전체의 동의를 포함한 9개 이사국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여전히 남한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6월 26일 발표된 G8성명서에 러시아의 반대로 "천안함 사건에 북한이 책임있다"라는 문구가 빠졌으며, 5월 31일~6월 7일 방한한 러시아조사단도 남한에 우호적 조사결과를 내놓을 것 같지 않다. 중국은 시종일관 남한정부의 자체조사를 신뢰하지 않고 있으며, 천안함 사태를 안보리에서 다루기는 하되 북한이 사건에 책임이 있다는 내용으로 문안에 '북'을 지목하거나 G8 정상회의 성명처럼 공격(attack)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등에 반대하고 있다.

남한이 북한의 소행으로 확신한다면 그리고 그 증거로 북한이 빠져나갈 수 없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찬성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북한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해답은 과학적 및 정치적으로,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조사결과를 내놓는 것이다.

제 1차적으로 북한 검열단과 합동조사를 벌이는 것이다. 제 2차적으로 남북한 합동조사를 기반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강대국과 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재차 확인작업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희망국이 참가하는 가운데 유엔에서 최종적으로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한다. 이상에서 제시한 3단계 조사작업에서 북한의 소행임이 증명된다면, 북한은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므로, 유엔 안보리에 재회부할 필요도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뒤집어질 가능성이 단 1%라도 존재한다면, 절대로 이 방법을 실시해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 3단계 조사 및 검증과정에서 북한이 아니라 다른 원인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대북관계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남한은 엄청난 비판과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어쨌든 남한만의 조사결과를 절대선으로 주장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안보리에게 대북한제재결의안 내지 의장성명서를 요구하는 남한의 행위는 억지로 보이기까지 한다.

제 2 출구전략: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면...

2010년 5월 20일 북한이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 국방위 검열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이래, 여러차례 자국의 검열단과 남한의 공동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5월 21일 남한의 김태영 국방장관이 검열단 수용거부 의사를 밝힌 이래, 북한의 요구를 논의의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지도 않다.

6월 29일 유엔 주재 북한 신선호 대사가 헬러 대사에게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북한의 검열단을 한국과 미국이 받아들이도록 안보리 이사국들이 조치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하는 등 사실상 천안함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7월 2일 UN 주재 한국대표부 박인국 대사가  "천안함 사건의 공동조사 내용을 신뢰하며 북한의 재조사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맞받아 치는 등 북한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줄기찬 북한의 재조사 요구. 한결 같은 남한의 재조사 거부. 바로 여기에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킨 주범이 아닐 가능성이 포함되어 있다. 즉 남한이 자국의 조사결과를 신뢰하기 때문에 북한의 요구를 억지로 판단한다는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북한이 아닐 가능성을 철저하게 차단하려는 의도도 읽을 수 있다. 어쨌든 북한이 범인이 아닐 가능성을 차단하는 동시에, 남한이 의도하는 결과를 획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남한의 조사결과를 신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북결의안(resolution)이나 의장성명(presidential statement)은 불투명하다는 의미이다. 중국이 "북한과 공격이라는 단어를 빼자"고 주장하는 상황으로 봐서, G8 공동성명 수준의 성명서도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가능성이 있다면 G8 공동성명보다 수위가 낮은 성명서이지만, 이는 북한 제재와 재발방지 및 남한의 국격 상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남한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출구전략은 무엇인가? 

하나는 남한과 미국이 중국과 소련에게 엄청난 혜택을 안겨주는 대가로, 두 국가가 수용하는 선에서 안보리 결의안이나 의장성명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성장을 국가의 핵심목표로 잡고 있기 때문에, 파격적 경제지원은 분명 이들 국가에게 당근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이다. 조러간 혈맹관계가 상당히 완화되어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게는 적절한 혜택과 노력이 예상되지만, 조중간 혈맹관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게는 굉장히 큰 혜택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반발을 적극 유도하여, 안보리에서 어떠한 결의안이나 성명서도 나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남한은 계속 북한을 천안함 침몰의 주범으로 몰아갈 수 있게 되며, 모든 책임을 북한과 중러에게 뒤집어 씌울 수 있다. 문제는 미국과 중러 관계이다. 강대국간 신냉전은 미국뿐만 아니라 중러의 국가이익에 반한다. 장기적으로 강대국간 이익일치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 경우 남한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약하게 자극하여, 천안함 문제를 6자회담과 연계시키는 방법이다. 북한은 모든 국제문제에서 미국참여를 선호하고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의 참여도 반대하지 않고 있으므로, 천안함  및 핵문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6자회담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다. 6자회담에서 핵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천안함 문제는 남북간 및 강대국간 빅딜 속에 묻혀 들어갈 수 있다. 남한은 천안함을 침몰시킨 범인으로 북한이 아닐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면서, 핵문제와 천안함 문제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길로 들어갈 수 있다.

남한은 출구전략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남한이 출구전략을 선택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2가지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하나는 중러의 반대로 천안함 사태가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이다. 이 경우 남한은 엄청난 외교적 타격과 회복할 수 없는 국격저하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안보리에서 G8 공동성명보다 수위가 낮은 성명서가 나올 가능성이다. 이 경우 남한은 북한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낼 수 없게 되며, 국제적으로 온갖 망신이란 망신은 다 당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지혜로운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고 확신하고 또 분명한 증거를 보유하고 있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남북한 공동조사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가 참여하는 강대국 조사를 거쳐, 희망국이 참여하는 유엔 안보리 내지 국제적 조사로 연결시키면 된다. 이러한 3단계 검증과정에서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결과가 나오면,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 자연스럽에 나오게 된다. 또한 남북문제  및 대외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인정받음으로써, 국제무대에서 남한의 위상은 현격하게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존재한다면, 이 출구전략은 철저하게 배제되어야 한다. 3단계 검증과정에서 북한소행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국제무대에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남한의 위상이 추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아닐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존재한다면, 중러 포섭전략, 미국(남한)과 중러(북한) 분리전략, 6자회담 전략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중러 포섭전략은 엄청난 비용과 외교적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조중 우호관계로 중국을 포섭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문제점). 그러나 일단 성공하기만 하면 중러가 해결과정에 대해 함구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재차 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미국(남한)과 중러(북한) 분리전략은 양 진영이 분리되어 있는 한, 남한의 주장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익일치로 양 진영이 우호적 관계로 변화하게 되면, 남한의 정당성은 일시에 붕괴될 수 있다.  6자회담 전략은 남북한간 및 강대국간 빅딜로, 천안함 사건을 묻어버릴 수 있다. 북한이 아닐 가능성을 철저하게 차단할 수 있지만, 남한은 자국 국민의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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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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