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의장성명에 담긴 진실은? 남한의 천안함 외교는 실패했다

등록 2010.07.10 15:46수정 2010.07.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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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천안함 공격을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이날 안보리는 15개 이사국 전체회의를 열어 전날 'P5+2(5개 상임이사국과 한국·일본)'가 합의한 의장성명 초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남한 정부는 대 안보리 외교를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의장성명의 전체적 문맥을 볼 때, '북한의 책임을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비난하는 내용'이 충실하게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핵심조항은 "안보리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추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성명안 제 5항이다. 직접적은 아니지만, 이 조항이 북한의 책임을 적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 제 5항은 "결론적으로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는 7항으로 연결된다. 천안함 공격을 개탄하는 2항에 이어 5항과 7항으로 연결되는 문안의 흐름으로 볼 때, 천안함 공격에 책임이 있는 북한을 규탄한다는 게 전체적 취지이다.

 

정부가 안보리 외교가 성공했다는 근거로 내세우는 조항

제 2항 : 안보리는 2010년 3월 26일 한국 해군함정 천안함의 침몰과 이에 따른 비극적인 46명의 인명 손실을 초래한 공격을 개탄한다.

 

제 5항 : 안보리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한국 주도하에 5개국이 참여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제 7항 : 결론적으로,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

 

 

그러나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한 정부의 평가는 대단히 잘못되었다. 제 2항은 천안함을 침몰시킨 <주체>가 아니라 침몰시킨 <행위>에 대한 단순한 개탄에 불과하다.  제 7항은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자>가 아니라 <공격행위>에 대한 규탄이다.

 

가장 핵심이 되는 조항은 제 5항과 제 6항이다. 그런데 남한 정부는 제 5항을 잘못해석하고 있으며, 제 6항은 해석을 잘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용하는 정도가 매우 빈약하다. 국민을 속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오역했을 수 있으며, 영어실력이 없어서 오역했을 수 있고, 자신만의 관점에 매몰됨으로써 오역이 나왔을 수 있다. 어떤 이유이든 제 5항 및 제 6항의 번역과 이에 대한 설명은 대단히 잘못되었다. 두 조항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제 5항: In view of the findings of the Joint Civilian-Military Investigation Group led by the ROK with the participation of five nations, which concluded that the DPRK was responsible for sinking the Cheonan, the Security Council expresses its deep concern.

 

제 6항: The Security Council takes note of the responses from other relevant parties, including from the DPRK, which has stated that it had nothing to do with the incident.

 

제 5항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 한국 주도의 5개국이 참여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추어 볼 때, 안보리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숙어가  In view of(비추어 볼 때) 이다. 왜냐하면  In view of 속에는 가정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 5항은 조사결과의 진위를 판단하는 내용이 아니라,  남한의 조사결과가 맞다면 우려할 만한 일이고 남한의 조사결과가 틀리다면 우려할만한 일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정부는 제 6항을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안보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 물론 의미 파악만 확실하게 한다면 이렇게 해석해도 상관없다. 여기서 <유의한다>로 해석한 원문은 takes note of 이다. 이 숙어의 의미에는 "받아들인다" "인정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문장을 더욱 더 정확하게 해석하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밝힌 북한을 포함한 다른 관련국가의 반응도 인정한다(받아들인다)"가 된다.

 

제 5항을 제 6항과 연결시켜 해석하면, 분명한 의미가 나온다. 제 5항 "조사결과가 맞다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에 이어 제 6항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국가의 주장도 받아들인다"로 이어진다. 이 두 항을 연결시켜 해석하면 "남한의 조사결과대로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킨 범인이라면 우려할 만한 사건이고, 북한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in view of 의 가정적 의미에서)  천안함과 무관함을 주장하는 북한과 이에 동조하는 국가들의 반응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안보리 의장성명은 남한 진영과 북한 진영의 주장을 공평하게 나열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7월 9일  "우리는 의장성명을 외교적 큰 승리로 여긴다. 천안함 침몰 초기부터 우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고 한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 대사의 발언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 안보리 의장성명이 사실상 북한을 규탄한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정부에게 묻고 싶다. 단순한 오역과 이에 따른 분석인가? 의도적 오역과 이에 따른 설명인가? 이미 쇠고기 파동에서 한 차례 오역 파동을 겪지 않았는가?

2010.07.10 15:46 ⓒ 2010 OhmyNews
#안보리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천안함 #천안함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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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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