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맞은 보수시민운동, 반성 안 하면 폐족이 될 수도"

보수논객 박효종 교수, '시대정신 워크숍' 발제에서 주장

등록 2010.07.14 17:01수정 2010.07.14 17:15
0
원고료로 응원

'한나라당 참패' 혹은 '이명박 정부 심판'으로 요약되는 지난 6.2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보수진영 안에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윤리교육학과)는 지난 2일 '시대정신'(사단법인, 이사장 안병직) 비공개 워크숍에서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보수시민운동은 위기를 맞고 있다"며 "반성하지 않는 보수의 오만함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계속되어 급기야 '폐족'이 되는 운명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한 인사는 "지방선거 패배를 두고 보수진영 안에서는 정권을 다시 진보세력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겨나고 있다"며 "박 교수의 발언은 그러한 분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비공개 워크숍에는 '뉴라이트 세력'으로 분류되는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과 이재교 상임이사, 최홍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송근존 자유주의정치포럼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보수시민운동, 지방선거 패배 이후 위기에 처했다"

 

a

박효종 교수. ⓒ 권우성

박효종 교수. ⓒ 권우성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박 교수의 발제문 '보수시민운동의 활동방향'에 따르면, 박 교수는 지난 6.2 지방선거 패배가 보수시민운동 진영에 '위기감'과 함께 '자기성찰'이라는 화두를 던졌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보수시민단체의 활동은 크게 활성화되었다"며 "그동안 김대중·노무현 정부 하에서 경시되거나 간과되었던 국가정체성 문제나 법과 질서의 문제, 안보문제 및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등 일정한 성과도 거두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보수시민운동은 자기성찰의 계기를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 단적인 이유라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참패로 인해 지금 보수시민운동가들은 좌절하고 시름에 겨워하고 있다"며 그 이유가 "그들(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이 '무늬만 보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보수의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이 정부는 '보수'라는 이름보다는 '중도실용'을 선호했고, 그것을 정권의 아이콘으로 내세웠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또한 박 교수는 "지방선거 패배 후 보수시민운동이 할 수 있는 선택에는 두 가지 범주가 있다"며 '자기만족의 나르시스트로 남는 것'과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하며 새로 태어나는 것'을 들었다.

 

박 교수는 "보수시민운동이 전자를 선택한다면 보수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불행이 될 것"이라며 "반성하지 않는 보수의 오만함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계속되어 급기야 '폐족'이 되는 운명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교수는 보수시민운동 진영이 '폐족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핍박자'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것 ▲'자기탐욕'을 절제할 것 ▲보수적 가치를 위해 다른 것들을 양보할 것 등을 주문했다.

 

박 교수는 지난달 15일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연 '6.2지방선거와 보수의 재성찰'이라는 토론회에서도 이같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박 교수는 "좌파진보의 반대의견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툭하면 고발이나 고소를 하고 관용의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닫힌 보수'가 될 뿐 아니라 보수가 소중한 것으로 생각해온 '정론'이 '도그마'가 될 위험이 있다"며 "권력을 가진 입장에서 '차이'에 대한 보복이나 처벌을 하고자 하는 유혹이 있다면 그러한 유혹을 과감히 떨쳐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초월신화를 만든 보수주의자 있나?"

 

특히 박 교수는 보수진영의 분열이 서울시 교육감 선거 패배로 이어진 것과 관련, "오로지 속물근성의 고집불통과 명예욕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며 "말만 보수주의자이지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위선적 보수주의자임이 드러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제 중요한 것은 10년 후 권력을 차지한 보수주의자들이 자기희생을 하고 살신성인을 할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기는커녕 권력과 기득권에 안주한 오만한 모습과 권력의지에 사로잡힌 탐욕적 존재로 국민들에게 투영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자기초월적 행위를 한 진보주의자들이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진보신당의 심상정 경기지사 후보가 흘린 눈물은 그런 의미에서 감동을 자아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문제는 보수주의자들에게서 그런 현저한 자기초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성공신화를 만든 보수주의자는 있지만 자기초월신화를 만든 보수주의자도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유감스럽게도 산업화의 시대가 끝나면서 보수주의자들의 자기초월의 신화는 계속되지 못했다"며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진보주의자들의 자기초월 이야기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선거에서 승패는 병가상사(兵家常事)로 치더라도 예상치 못한 실패에 대한 보수층의 열패감은 심각하다"며 "특히 열패감의 실체는 단순히 지방선거에서 권력의 자리를 다수 빼앗겼다는 것이 아니라 보수가 그동안 절치부심 지키고자 했던 가치들조차 하찮은 것으로 취급될 것 같은 분위기가 도래했다는 데서 비롯된 절박한 위기의식에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대선과 총선의 승리와 실적에 취한 나머지 '자기계발' '자기혁신' 및 '자기초월' 노력을 등한시했던 것이 화근이었다"며 이런 비유를 들었다.

 

"보수주의자들은 '백설공주'에 나오는 왕비처럼 매일 거울을 보며 '10년 만에 531만표 차이로 대승하여 권력을 차지한 것이 누구지?' 하는 질문만을 반복하고 거울로부터 '이 땅의 보수주의자입니다'라는 대답을 듣는 것으로 만족했다."

 

박 교수는 "권위주의, 오만함, 고집불통, 탐욕 등 비열한 속성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과거와 여전하는 등 10년 만에 권토중래한 보수는 변한 것이 많지 않았다"며 "보수적 가치의 대량실종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치열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대선표심의 크기'나 '국회의석의 크기'에 관한 자만심은 완전히 잊고 이번에 나타난 '지방선거 표심'의 채찍질을 근거로 '생각을 크게 하는 일'과 '생각을 깊이 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며 "부드러움과 열림을 근거로 약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참여연대의 안보리 서한 발송은 반역행위"

 

한편 박 교수는 '좌파진보 시민운동'을 향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민주와 반민주를 주요 화두로 삼고 있으며 자본주의로 번영을 이룬 나라에서 기업과 시장에 관한 한 안티테제적 담론에 사로잡혀 있는 경향은 퇴영적"이라는 것. 

 

특히 박 교수는 '좌파진보 시민운동단체'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로 '참여연대'를 꼽은 뒤 "(참여연대가) 전체 시민사회의 대표성을 갖는 것처럼 과도하게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최근 참여연대가 유엔 안보리에 서한을 보내 천안함 침몰사건에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 "자신의 존재의 뿌리나 정체성의 근거를 망각한 배은망덕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박 교수는 "천안함의 진실을 믿지 않는다면 6.25의 진실을 믿지 않고 있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며 "참여연대의 안보리 서한 발송행위는 단순한 시민단체의 일탈행위를 넘어 국가공동체의 분열과 해체를 조장하는 반역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교수는 "국가공동체는 개인이나 집단마다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도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의식을 공유해야 지속가능하다"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참여연대는 '시민단체'라는 의식은 가지고 있을지 모르나 '국가공동체의식'은 없다"고 말했다.

2010.07.14 17:01 ⓒ 2010 OhmyNews
#박효종 #시대정신 #참여연대 #지방선거 #안병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3. 3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4. 4 민주당은 앞으로 꽃길? 서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5. 5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