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MBC라디오여, 금강 나루 변했거든요?

하얀 백사장 맨발로 밟던 그 나루는 이제 없습니다

등록 2010.07.16 16:38수정 2010.07.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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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면 어김없이 주방의 라디오를 튼다. 시사뉴스가 끝나가는 오전 7시 즈음이면, 매일아침 금강보호캠페인이라며 MBC 라디오를 통해 뜬금없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금강의 수많은 나루를 아십니까? 우리고장의 젖줄이 어떻고, 금강의 역사가 어떻고~ 이번 주에는 가족과 금강의 나루로 나들이를 한번 가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맞다. 금강 물길을 이용한 나루는 백여개도 더 있었다. 과거에야 나루가 상류와 하류를, 강 건너를 잇는 가장 쉬운 교통수단이었으니까. 금강의 대표적 나루로 구드레나루와 곰나루가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있지만, 실은 기능과 용도면에서 요긴했던 나루는 그 외에도 실로 많았다.

 

근대 들어 뱃길이 사양하고 하구의 막힘으로 나루는 과거 속에 묻혀버렸지만, 4대강사업에 맞서 강 유역의 문화와 옛마을들을 들추어내는 작업이 조명되면서 정부와 일부 언론도 나루에 대한 관심을 표하고 있다.

 

나루는 사람이 만들어간 역사와 문화가 있었으니까. 나루를 통해 강과 소통한 진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진정 그들은 지금 나루의 현실을 알고나 그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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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물떼새 포클레인이 파 올려놓은 모래더미 위에서 귀가 찢어져라 울고 있다 ⓒ 최수경

▲ 꼬마물떼새 포클레인이 파 올려놓은 모래더미 위에서 귀가 찢어져라 울고 있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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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미산을 배경으로 한 곰나루 연신 수중준설이 이루어지고 있는 곰나루모래와 꼬마물떼새 ⓒ 최수경

▲ 연미산을 배경으로 한 곰나루 연신 수중준설이 이루어지고 있는 곰나루모래와 꼬마물떼새 ⓒ 최수경

물떼새는 발만 물에 담글 수 있는 수위의 모래나 자갈둔치에서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우며 서식하는 새이다. 당연히 곰나루가 이렇게 변해가니 이들의 서식처가 파괴되기 마련이고 어쩌면 이들에게 곰나루는 새끼를 기르는 금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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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보 건설현장과 곰나루 금강보가 보이는 곰나루의 모래는 한참 준설 중이다. ⓒ 최수경

▲ 금강보 건설현장과 곰나루 금강보가 보이는 곰나루의 모래는 한참 준설 중이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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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모래가 풍성했던 곰나루 백사장 2008년 운하반대 종교인순례시 금강의 곰나루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품에 안았던 드넓은 백사장은 곧 금강보로 인해 물에 잠길 것이다. ⓒ 최수경

▲ 하얀 모래가 풍성했던 곰나루 백사장 2008년 운하반대 종교인순례시 금강의 곰나루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품에 안았던 드넓은 백사장은 곧 금강보로 인해 물에 잠길 것이다. ⓒ 최수경

 

곰나루에 들면 영겁의 세월 동안 강을 지켜 온 역사의 파편들과 물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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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밟히는 역사의 흔적들 이곳은 선사이래 사람이 터를 잡은 최적의 땅이었고, 때문에 필요한 조사가 선제되어야함에도 역사의 파편들은 모래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 최수경

▲ 발에 밟히는 역사의 흔적들 이곳은 선사이래 사람이 터를 잡은 최적의 땅이었고, 때문에 필요한 조사가 선제되어야함에도 역사의 파편들은 모래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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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흐드러진 석패류 모래나 갈대의 수질정화기능 못지않게 조개류의 수질정화능력도 탁월하다. 강바닥의 펄흙이나 모래흙을 서식처로 하고있는 이들에게 준설은 곧 멸종을 예고하는 것과 같다. ⓒ 최수경

▲ 강가에 흐드러진 석패류 모래나 갈대의 수질정화기능 못지않게 조개류의 수질정화능력도 탁월하다. 강바닥의 펄흙이나 모래흙을 서식처로 하고있는 이들에게 준설은 곧 멸종을 예고하는 것과 같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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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곰나루 강가에서 모래성을 쌓고 노는 아이들 강가에서 노닐던 아이들의 모습은 역사 속 사진에서나 찾아 볼 일. ⓒ 최수경

▲ 2008년 곰나루 강가에서 모래성을 쌓고 노는 아이들 강가에서 노닐던 아이들의 모습은 역사 속 사진에서나 찾아 볼 일. ⓒ 최수경

하얀 백사장을 맨발로 밟고 가 강가에서 아이들이 모래장난을 할 것이라 여겼던 그런 곰나루로 알았을까? 그런 곰나루로 알고 가족과 함께 나루로 나들이를 가보라고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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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군단처럼 바쁜 곰나루 트럭 곰나루 모래를 퍼나르느라 트럭이 바쁘게 줄 지어 움직인다 ⓒ 최수경

▲ 개미군단처럼 바쁜 곰나루 트럭 곰나루 모래를 퍼나르느라 트럭이 바쁘게 줄 지어 움직인다 ⓒ 최수경

그 그 방송 듣고 금강의 나루를 찾아 떠난 가족소풍에서 위법이 만연한 공사판 트럭들의 질주에 치이는 곰나루 아수라장을 맛보지나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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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구드레나루터 맞은편의 신리 갈대밭 구드레나루를 건너 만나는 신리의 광할한 갈대밭은 아름답기 그지없었건만, 이미 쑥대밭이 되어 없어진 지 오래. ⓒ 최수경

▲ 부여 구드레나루터 맞은편의 신리 갈대밭 구드레나루를 건너 만나는 신리의 광할한 갈대밭은 아름답기 그지없었건만, 이미 쑥대밭이 되어 없어진 지 오래. ⓒ 최수경

공주 곰나루가 그렇다면 또 유명한 부여의 구드레나루터로 가 볼까? 구드레나루 맞은 편의 신리 갈대밭과 드넓던 호암리 백사장도 볼 만은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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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암과 나란히 한 구드레나루터 앞의 신리 갈대밭이 있던 자리 이미 갈대가 있던 자리의 모래도 퍼날라 황폐한 부여의 구드레나루 앞 ⓒ 최수경

▲ 낙화암과 나란히 한 구드레나루터 앞의 신리 갈대밭이 있던 자리 이미 갈대가 있던 자리의 모래도 퍼날라 황폐한 부여의 구드레나루 앞 ⓒ 최수경

하지만, 그건 옛말이요. 이 지경이 된 공사판에서 무엇을 본단 말인가. 그러나 금강보호캠페인을 하는 대전MBC 라디오여! 볼 것이 없는 건 아니다.

 

옛사람들의 삶을 이어주던 강의 나루가 이 지경이 되가고 있음을, 금강의 살들이 이렇게 유린되고 있음을, 누구도 이 참혹한 현장에 관심주지않아 강이 혼자 아파하고 있음을 이번 주말에 가족과 함께 소풍나가서 제대로 보고 느끼며 위로해주라고 하자. 그래서 금강사람들에게 바로 알리자고 하자.

#곰나루 #구드레나루 #금강정비 #금강보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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